백춘덕, 취미(향산묵화실) 26-5, 붓이랑 종이를 사야겠어요
화실 첫 수업이 있던 12일 아침, 아저씨 댁 근처에 주차하고 아저씨와 나란히 걸었다.
아저씨 댁에서 화실까지 빠른 걸음으로 7분, 느린 걸음으로 10분 정도면 충분했다.
길눈이 어두운 아저씨에게 길을 익혀야 하는 뚜렷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오가는 길이 위험하다고 차로만 다니다 보면 길을 익힐 수도 없지만, 매일 오가야 하는 곳이기에 마냥 누군가에게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길을 익혀보기로 했다.
평소 아저씨가 수시로 들르는 곳을 토대로 걷는 범위를 넓혔다.
골목 끝에 있는 단골 중식당을 지나 조금 걸으면 단골 편의점, 편의점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피자가게, 그곳에서 인도를 따라 쭉 일직선으로 계속 걸으면 경찰서, 몇십 걸음 더 가면 로터리였다.
거기서 짧은 횡단보도를 두 개 건너면 커피숍이 나오고 두 건물을 더 지나면 조이너스 옷 가게, 모퉁이에 향산묵화실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아저씨와 걷다 보니 길도 길이지만,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이동 차량이 많아 주위를 살피지 않고 자칫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저절로 이루어지질 않으니 이런 난관을 잘 헤쳐 나가다 보면 그다지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싶었다.
계단 입구를 찾아 4층까지 오르는 일, 화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의 첫 경험이 아저씨에게 매우 중요해 보였다.
그래도 화실 문을 여는 순간, 반갑게 아저씨를 맞는 박경안 선생님이 계셔서 힘들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저씨에게 한결 쉬운 듯 느껴졌다.
13일 아침에는 아저씨가 앞서 걸으면 열 걸음 정도 뒤에서 아저씨를 따랐다.
아저씨는 자꾸 뒤돌아서며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횡단보도에서는 함부로 건너지 않았다.
차가 끊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도로를 건넜다.
화실 계단을 찾는 것은 아저씨에게 아직 어려운 일인 것 같았다.
여러 번 입구를 잃고 헤맸다.
그러다가 화실 나무 간판을 보고 계단을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둘째 날도 무사히 화실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14일 아침, 오늘은 아저씨와 함께 걷지 않았다.
아저씨 혼자서 화실까지 걸었다.
내리지 않고 차에 탄 채로 아저씨가 걷는 반대편 길에서 오가는 것을 살폈다.
‘뒤따라오겠지.’하는 안도감에서였을까.
아저씨는 얼굴에 미소까지 머금은 채 아저씨의 속도로 화실을 찾아 걸었다.
서두르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도로를 함부로 건너지 않아서 더 안심했다.
아저씨가 화실 입구를 찾아 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강변에 주차했다.
4층 묵화실로 뛰듯 올라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박경안 선생님과 회원분이 재료 준비로 분주했다.
“방금 올라오셨어요. 오늘 날씨가 쌀랑해서 난로에 앉아서 불 좀 쬐고 수업하자고 했어요. 선생님도 여기 와서 몸 좀 녹여요. 차도 한잔 드시고요.”
선생님은 언제나 친할머니처럼 다정한 말투로 상대방을 어루만졌다.
“이분은 우리 회원분이신데, 서로 인사 나눠요. 수묵화를 오래 하신 분이라. 아침 시간에 오면 종종 만나실 겁니다.”
회원분도 연세 지긋한 분이었는데,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는 깍듯이 예를 갖췄다.
“내가 며칠 지도해 보니까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아요. 서두르지 말고 매일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실력이 늘 때가 옵니다. 잘하는 것보다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우리 회원들도 다 적게는 6~7년, 많게는 몇십 년씩 붓글씨하고 수묵화를 하신 분들이라서 다들 실력이 좋아요. 모두 보통 실력은 아니고 다 선생님들이지 뭐.”
“그래, 이제는 붓이랑 종이를 사야겠어요. 처음에는 내가 섣불리 사라 마라 못 하겠더라고요. 며칠 다니다가 안 하겠다, 못 나오겠다고 하면 돈만 버리는 거니까 좀 더 해보고 결정하자고 생각하고 내 걸 나눠드렸는데, 이제는 다른 회원들처럼 개인 물품을 사도 되겠어요. 차분히 앉아서 잘하시니까.”
선생님의 그 말씀이 얼마나 반갑고 좋은지 “예, 예!”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저씨의 귀갓길은 걱정 없이 안전했다.
2026년 1월 14일 수요일, 김향
생애 첫 붓과 종이인가요? 아저씨도 김향 선생님도 참 설레겠습니다. 백춘덕 아저씨의 취미생활을 응원합니다. 박효진
화실 오가는 길, 필요한 곳이라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아저씨께서 화실을 잘 다니실지 걱정했는데 종이를 사야겠다는 선생님 말씀이 긍정적으로 들립니다. 앞으로의 활동 기대합니다. 신아름
화실 오가는 길을 아저씨가 잘 익히시기를 빕니다. 잘 익히실 겁니다. 아저씨께서 두루 알아보고 찾은 곳이라 흥미로워 하셨으니, 아저씨를 앞세우니 순조롭게 익히실 것이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화실 작업도 마찬가지고요.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