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설일지라도 믿고 싶다 / 최종호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곤두박질 쳤다. 지금은 거래량이 거의 없어 빙하기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에서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이란 이름으로 금리를 껑충껑충 올리면서부터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날마다 이 소식과 함께 서울에 있는 아파트 값이 점점 떨어지고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방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며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이런 뉴스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래된 아파트를 내놓으려는 시기와 맞물려서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가 보다. 큰마음 먹고 20년이 넘은 아파트를 팔고 새 집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하필이면 이런 상황과 맞닥뜨린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기관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뺄까 두려워 우리나라에서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니 불만이 있어도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인터넷에서 가끔, 우리 아파트 시세를 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예상했던 가격보다 더 받을 수 있겠다 싶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언제 내 놓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사를 3개월쯤 앞두고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사회적 상황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내놓았다가 바로 팔리면 임시로 살 곳을 찾아야 하고, 이사를 한 번 더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아내도 마뜩잖게 생각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동안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부양책을 내 놓았지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금리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하여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작년 10월 말쯤에 공인중개사를 찾았다. 두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값을 내리면 어떻겠다고 했더니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서 의미가 없단다. 한 달이 지나자 전화가 왔다. 다른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왔는데 우리 집도 소개하고 싶단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후 발길이 뚝 끊겼다.
세 달이 지나도록 이지경이니 걱정이 되었다. 아파트가 안 팔리면 여기서 눌러 살 수 밖에 없다고 했더니 아내도 답답한지 “가위를 명주실로 걸어 현관에 걸어두면 집이 잘 팔린다는 말을 들었다.”며 해 보겠단다. 웃고 말았다. 며칠 후, 외출했다 집에 오니 놀랍게 가위가 현관 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보기 싫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 내려놓으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림으로 가렸더니 효험이 떨어질 것 같다고 하여 그만두었다.
다음 날, 공인중개사가 “아파트를 보러 온 사람이 왔는데 지금 함께 갈게요.”라고 한다. 어안이 벙벙했다. 아내는 가위를 걸어둔 것이 효험이 있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10분만 준비할 시간을 주라 하고 정신없이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그동안 사람이 뜸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젊은 부부와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왔는데 여자는 현관에서부터 전화기를 귀에 대고 오더니 나갈 때까지 통화했다. 보는 것도 건성이었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또 한 달이 흘렀다. 지난 주 일요일에 소식이 왔다. “공인중개사가 아니고 개인이 맞습니까?”라고 물어서 '인터넷 광고 덕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전화하여 손님을 맞이하라고 했다. 외출했다 돌아오니 관심을 많이 보이더란다. 어쩐지 느낌이 좋다고 했다. 다음날 값을 얼마나 깎아줄 수 있냐고 해서 집에 가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아내와 의논하여 하한선을 제시했더니 그보다 낮은 가격을 제안한다. 몇 백 만원 때문에 좋은 기회를 날릴 수 있겠다 싶어 그러자고 했다.
이틀 뒤, 계약서를 준비해 놓고 기다렸으나 20분이 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아내는 지인들과 만나기로 했다며 전화해 보라며 채근한다. 하지만 신호만 갈 뿐이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다시 했더니 사정을 이야기 한다. 아파트를 팔고 우리 집을 사려고 했는데 어렵게 되었다고 했다. 전화기를 집에 놓아두고 밖에서 얘기하느라 그리 되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성사가 다 된 줄 알았는데 허망했다.
그런데 다음날 뜻하지 않게 전화가 왔다. 다시 한 번 보고 싶단다. 미련이 많이 남았던가 보다. 집을 사고파는 일도 시절 인연과 운이 닿아야 되는 것 같다. 순조롭게 되어가나 했는데 일이 꼬여 많이 아쉽다. 언제 좋은 소식이 날아들지 모르겠다. 당분간 현관에 걸어둔 가위는 내리지 못할 것 같다. 속설이지만 믿고 싶어서다. 가위를 보며 ‘네 덕분이야.’라고 웃을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첫댓글 가끔 미신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나쁘게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경험의 지혜가 묻어 있기도 하니까요.
좋게 생각하니 그렇게 되겠지만요.
주말 주택에 이어 아파트까지 파시는군요.
마음이 바쁘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긍정의 힘으로, 아자아자!
곧 원하는 대로 잘 될 겁니다.
가위 걸어두면 잘 팔린다는 말은 처음 들어 봐요. 그래도 간절한 마음때문에 곧 좋은 소식이 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