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리뷰
2023년 7월 15일부터 8월 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작품이 올라갔다. ‘알로하’라는 하와이식 인사말을 보고는 작품의 배경이 미국 하와이 섬일 것이라고 유추했다. 예상한 대로 주 무대는 하와이가 맞았지만, 일제 강점기의 대한제국도 주요 배경이라고 해야 옳다. 일제 강점기 시절 사진 한 장만 보고 하와이로 시집가는 일명 ‘사진 신부’가 소재이기 때문이다.
한마을에 살던 세 소녀, 버들과 홍주, 그리고 송화는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일하는 조선 남자들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운명을 건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새 삶을 일구러 간 그들 앞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고난이 펼쳐진다. 홍주와 송화의 남편은 사진과 달리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중늙은이거나 가학적인 성향이 강한 노름꾼이었다. 심지어 홍주의 남편은 고향에 아이가 넷이나 있는 기혼자였다.
그리고 하와이에 가면 공부도 하고 지주 남편과 편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던 버들은 소작농에 결혼할 의사가 없었던 남자가 늙고 병든 아버지 때문에 억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돌아갈 돈도 없고 남자들이 부쳐온 여비가 빚으로 남은 세 소녀는 하는 수 없이 하와이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일제 치하에 있는 조국에 돌아간들 달리 더 좋은 삶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1902년 12월 조선을 떠난 백여 명의 조선인들이 1903년 1월에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도착하면서 한인의 미국 이민사가 시작되었다. 1905년까지 하와이로 이주해서 사탕수수밭의 노동자가 된 한국인은 7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사진 신부의 이민은 1910년부터 시작되어 1924년까지 지속되었다. 하와이에서도 조선이 독립하기까지 사연과 갈등이 많았다. 독립을 위한 무장 항쟁을 지지하는 사람과, 다른 방법을 지지하는 세력이 충돌했고 그것은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나가는 사진 신부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청소년 소설 작가 이금이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다. 이금이의 소설 뼈대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연극 무대에서 형상화하기 힘들거나 불필요하다 싶은 부분은 과감히 각색했다. 소설에서는 무당의 딸이었던 송화가 사진 남편하고의 사이에서 낳은 딸 펄을 두고 조국으로 간다. 무병 때문이었다. 혼자 남겨진 펄은 버들이 자신의 딸로 키우고 홍주도 엄마 같은 이모가 된다.
뮤지컬에서는 송화의 무병이 삭제된다. 펄은 송화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다. 이 과정에서 송화의 처음 남편이었던 석보의 캐릭터가 많이 각색되고, 준혁(펄의 생부)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자신이 버들의 소생이 아니고 친엄마가 송화라는 것을 알게 된 펄이 자신을 낳고 키운 ‘엄마들(버들, 홍주, 송화)’을 자랑스러워하고 고마워하는 것에 마지막 장을 할애하는 것은 뮤지컬이나 소설이 같다.
하와이로 이주한 한인들의 수난과, 사진 신부로 하와이에 가게 된 젊은 여인들의 고난. 그 와중에도 독립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그리고 엄마와 딸의 이야기까지 대하소설이나 시리즈 드라마로 해도 되게끔 내용이 많은 소설을 인터미션 15분을 포함해 2시간 50분짜리 뮤지컬로 만들면서 작가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노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고는 하기 어렵다. 알아야 할 내용과 인물이 너무 많고 복잡한데 무대는 끊임없이 바뀌고, 노래 또한 끊임없이 나온다. 아무리 뮤지컬이라지만 연극적인 대사나 상황이 적고 노래가 계속 이어지니 나중에는 피로도가 높아졌다. 좋은 것은 무대 세트였는데, 아름답기로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을 비롯해서 하와이를 보여주는 무대만큼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나 무대만 좋은 극은 좋은 극이 될 수 없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보고 싶은 뮤지컬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첫댓글 공동육아 ㅎ해볼만한거죠.^^
뮤지컬의 노래도 가사 전달력이 중요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