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6일 화요일
여행 7일째다. 오늘도 날씨가 좋았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은 후, 8시에 출발하였다.
70번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유타주 24번 도로로 들어서서 남쪽으로 달렸다. 콜로라도강의 지류(그린강)의 지류인 자그마한 샌라파엘강을 건넜다.
24번 도로를 달리며 만난 풍경은 또 다른 이색적 풍광이었다. 처음으로 자그마한 농장을 만났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골짜기에 자리잡은 푸른빛의 농장이 기묘한 느낌마저 주었다.
서부 여행 내내 바라보았던 지층 단면들을 오늘도 역시 바라보며 갔다. 풍화작용과 침식작용에 의한 아주 오랜 세월의 흔적들을….
9시 50분에 캐피톨 리프(Capitol Reef)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에 도착하였다.
2억 8천만 년 전부터 생성되기 시작한 이 공원은 미국 59개 국립공원 중 52번째로 지정되었으며 지질학적으로 의미가 큰 곳으로, 자연 상태에 가까운 트레킹 코스가 많다고 한다. 붉은색의 거대한 사암 봉우리와 절벽(reef)들이 이어졌고, 계곡을 따라서는 초록색의 풀과 나무들도 제법 있어서 사막 지대의 삭막함과 기묘한 느낌을 주며 어우러져 여행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방문자 센터 가까이에 농장도 있었다.
계속해서 국립공원 안의 도로를 따라 전용버스를 타고 가며 절벽(reef)을 감상하는 드라이빙을 즐겼다. 해발 1,800m인 도로 주변 산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차는 24번에서 12번 시닉 드라이브 도로로 들어섰다. 길이 구불구불하여 운전자가 긴장한다는 이 길은 미국 북서부에서 가장 경치 좋은 도로라고 한다.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내내 하얀 눈이 쌓인 산과 녹색 숲을 바라보며 갔고, 해발 2,750m 고지를 지나갔는데, 이번 여행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이라는 가이드의 안내가 있었다.
블루벨놀산(Bluebell Knoll)의 중턱으로 난 12번 도로의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식생이 바뀌어 소나무 숲이 나타났다. 아직 새순이 돋아나지 않은 하얀 자작나무들이 푸른 소나무 숲 사이에서 묘한 대조를 이루며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지대가 더 높아지자 소나무는 사라지고 거대한 자작나무 군락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자작나무의 하얀 색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잔설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블루벨놀산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식당(Burr Trail Grill)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나는 칠면조 고기가 들어간 터키 샐러드를 주문해 먹었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음료는 골프 선수 이름을 딴 '아놀드 파머'를 선택했다.
점심 후, 아주 작은 보울더강(Boulder, 콜로라도강 지류)을 지나서 브라이스 캐년을 향해 달렸다. 길은 점점 더 험해지기 시작했다.
12번 도로로 가다가 63번 브라이스 캐년 로드로 들어섰고, 얼마 가지 않아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이 나타났다. 점심 후 출발 2시간 만이었다.
먼저 브라이스 포인트 전망대로 가서 브라이스 캐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였다. 해발 2,400m 정도의 높이라고 하는데, 처음 정착한 백인 가족의 이름을 따서 브라이스라는 공원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조망대에서 바라본 캐년의 풍광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수천 개의 기둥(Hoodoo)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 기둥들은 빗물의 침식작용에 의해 생성되었는데, 지금도 풍화작용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어서 가장자리가 계속 무너져 내려 50년마다 30cm씩 그 경계선이 변한다고 한다.
장소를 옮겨 선라이즈 포인트(Sunrise Point)로 가서 나바호 트레일을 시작했다. 캐년 아래로 내려가 퀸즈 가든(Queen's Garden)에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잠시 쉬었다. 높이 솟은 기둥 사이로 걸어가며 자연이 빚어놓은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즐겼다. 선셋 포인트(Sunset Point)까지 3.5km를 걸었다. 이 나바호 트레일 코스는 빗물과 바람에 의해 날렵하게 깎아 내려진 절벽 사이로 들어가는 짜릿한 체험이 있는 하이킹 코스로 섬세하고 우아한 풍경과 색채를 자랑하며 브라이스 캐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일로 꼽힌다고 한다.
숙소(Best Western Ruby’s Inn)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이 숙소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100년이나 된 큰 규모의 호텔인데 지금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 식사는 뷔페식이었는데, 음식이 아주 다양하고 맛이 좋았고 식당 분위기도 훌륭했다. 식당과 함께 있는 기념품 가게와 마켓도 규모가 제법 컸다. 기념품 몇 개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