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1기 28. "시끄러워" (새로운 이웃)
2012.8.15
늘 비어 있던 2호에도 누군가 이사를 온다고 한 달 전부터 수리를 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잔디를 깎더니 드디어 어제 이사를 왔다.
새로 이사 온 집 여자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뜻밖에도 한국 여자다. 그의 남편은 스웨덴 사람이고 아이가 셋이나 있는 젊은 여자다. 세 아이는 아주 귀엽게 생겼다.
그들은 먼 나라에서 집을 떠난 지 서른 여섯 시간 만에 이곳에 왔단다. 물론 중간에 머물렀다지만.
그 오랜 시간을 걸려서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이 집에 정착했다. 가구도 살림도 전혀 가져오지 못하고 UP 빌리지에 집만 임대했다.
첫날은 UP의 Guest House에 머물고 정문 앞 레스토랑에서 몇 끼를 사 먹었다는 것이다.
우리 딸보다도 어린 그녀는 지쳐보였다. 한국사람이 있다는 말에 나를 찾아온 것이다. 시장을 어디서 보아야 하며 가스는 어디서 배달하고 우선 무엇을 사야할 지 묻는다. 게다가 차가 없어 막막하단다. 차라리 내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이다.
몇 끼를 fast food로 때워서 자신도 뱃속이 편치 않은 데다가 특히 어린애들이 힘들어 한다고 한다.
딱한 생각이 들어 무엇을 먼저 도와줄까 궁리하다가 우선 제인을 시켜 점심을 준비했다. 밥을 새로 짓고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 반찬을 다 내 놓았다.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모두들 밥을 너무 잘 먹는다. 따뜻한 밥이라도 한 끼 배불리 먹이고 나니 내 기분이 오히려 좋다.
그녀의 남편, 제리는 박사인데 이곳 SEARCA 사무실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1년간 진행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한다.
저녁에 제인은 그들에게 소개할 헬퍼를 데리고 그들의 집으로 갔다.
제리박사는 새 헬퍼를 인터뷰 하는데 마치 대기업 사원이라도 뽑는 것처럼 꼼꼼하고 세세하게 질문하며 종이에 뭔가 적는다. 그 모습이 생소하게 보였던지 제인이 자꾸만 나를 흘깃거리며 쑥스러운 웃음을 흘린다.
그들이 헬퍼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세 꼬마들은 호기심에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더니 마침내 도마뱀 새끼를 한 마리씩 잡아가지고 왔다. 느닷없이 그걸 내 앞에 불쑥 내미는 바람에 내가 질겁을 하자 아이들이 깔깔거린다.
이제 아이들은 우리 집 앞을 지나면 으례 우리 현관으로 뛰어 들어온다. 제 딴엔 내가 저희 할머니라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한 달 후, 제리가 나를 찾아왔다.
아무래도 한국어를 배워야겠는데 나에게 배우고 싶다고 한다. 당신의 아내에게 배워도 되지 않겠느냐고 사양하자 그는 아주 간곡하게 재차 부탁을 한다. 나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 망설여지지만 그것도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싶어 애매하게 웃음으로만 얼버무렸다.
수업료는 얼마나 드리면 되겠느냐고 그가 재차 묻는다. 수업료라니! 돈을 주면 수업을 안 하겠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냥 만나서 공부를 하다보면 제리는 한국어가 늘고 나는 영어가 늘 수도 있으니 그거면 족하다고 말해줬다. 제리가 이해한 듯 활짝 웃는다.
우선 자음과 모음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을 모두 외우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이 조합되어 어떻게 글자가 되는가도 설명했다.
그는 아주 잘 이해를 하는 편이다. 하긴 박사님이니까.
제리는 한 주일에 두 번을 오기로 하고 첫날의 공부를 하고 돌아갔는데 그에게 가르치는 동안 역시 우리 한글은 기가 막히게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기만 하면 설사 뜻을 모르더라도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되니까.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순서가 아니라 우리는 모든 것을 동시에 하게 된다고 말해 주었다.
어린애들처럼 통각으로의 단어 교육이 아니라 자음과 모음의 결합을 이해하는 논리적 방법으로 가르치게 될 것이니 효율적일 것 같다.
며칠인가 더 지났다.
그동안 자음과 모음을 다 외우라고 했더니 모음 10개만 외워가지고 와서 자랑스럽게 써 보인다. 내가 그의 큰 아들 이름인 <미루>를 쓰게 했더니 루자를 ㄹ 옆에 ㅜ를 써서 글자가 아닌 것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우리는 비교적 재미있게 공부를 한다.
하루는 아이의 생일이라며 외식을 하고 싶은데 우리도 함께 가자고 한다. 마침 차도 없으니 우리 차를 함께 타고 나갔다.
우리가 함께 밥을 먹고 있으니까 레스토랑 지배인이 오더니 나에게 사위가 미남이라고 치켜세운다.
졸지에 서양인 사위가 생겼다. 나는 또 그가 박사님이라고 자랑까지 했다.
제리가 공부를 시작한 지도 서너 달 되었다.
식탁이라는 단어를 공부하는데 뜬금없이 그가 "시끄라"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영문을 몰라서 뭘 묻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그 말을 누가 언제 했느냐고 되물을 수 밖에.
아이 엄마가 식탁에 앉으면 자주 "시끄라"라고 버럭 소리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까 그 집 아이들이 얼마나 개구진지 식탁에 앉기만 하면 떠들지 말고 어서 밥이나 먹으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다그친 것 같다.
나는 아마 "Don`t make a noise!" 일 거라고 대답했더니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도 더 큰 소리로 "씨끄라" 하고 연습한다.
첫댓글 우리나라 한글은 정말 과학적이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글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을 외국인이 배우기에는
가장 힘든 말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럼요..
피부가 달라서 그렇치 ..
사람은 모두가 똑 같습니다 .
이승만 박사도 배재학당 학생으로
미국 여선교사 한국어 선생으로
서로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배웠다는 거
아님니까 ….
한글의 배우기가 어려운게 아닌가봐유!
72년도에 현도국민학교에 부임해지요
6학년을 담임했는데 64명중 17명이 국어책을 더듬거려요
그중 4명은 한글자?도 못 읽어유!
첫날부터 잡아서
아어이오우!
하루,이틀,사흘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단 하루에
응용해서
거너더러머버.......
기니디리미비.....
고노도로모보...
구누두루무부...
2주만에 더듬더듬 국어책을 읽을수있더라고요
@이종열 단 한명 양지리에사는
ㅇㄱㅅ는 도통 만족상황이 안되었는데
3년후 중3때 반창회를 하는데
머리를 하이칼라로 기를 놈이 넙쩍 절하더라고요
현도중학교 다니는 모든 제자는 얼굴 이름을 알겠는데
그놈만 기억이 안나요!
양지리 ㅇㄱㅅ!
이제기억나시죠?
그래지금머하냐?
출판사에서 문선공이라네요!
글짜를 알아야지?
文選工이되지!
글로보면 하고싶은 마음만 있으면 머던지 통할수가 있는것을알고
그후부터는 그리 매정하게 닥달하는 선생질은 아니했다오
누우처 지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