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노트 32
2. 질문 : 좌선 중에 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일어나 깜짝 놀랐습니다. 혹시 무슨 병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답변 : 수행을 하다보면 바늘로 찌르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현상은 몸과 마음이 고요해서 작게 나타나도 크게 느껴진다. 이런 현상은 수행 중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므로 아무런 위험이 없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한다. 이때 이런 현상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거나 알아차림을 멈추거나 해서는 안 된다. 오직 알아차림으로 이런 현상이 사라질 때까지 알아차려야 수행이 향상된다.
참고 : 위빠사나 수행은 몸과 마음을 알아차려서 일곱 가지 깨달음의 요소를 거쳐 해탈의 자유를 얻습니다. 이것을 칠각지(七覺支)라고도 합니다.
첫째, 알아차림의 깨달음의 요소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알아차림은 수행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처음에도 알아차림이 필요하며 깨달음을 얻고도 알아차림은 계속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알아차림의 깨달음의 요소는 시작이자 끝이라서 수행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법에 대한 고찰의 깨달음의 요소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법에 대한 고찰은 몸과 마음을 대상으로 알아차리는 수행을 말합니다. 알아차림을 가지고 몸과 마음을 대상으로 분리해서 알아차리는 것이 법에 대한 숙고입니다. 법은 처음에는 몸과 마음을 대상으로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이 나중에는 무상, 고, 무아의 진리의 법이 됩니다.
셋째, 정진의 깨달음의 요소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모든 일에 노력이 없으면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오직 인내가 열반으로 이끕니다. 이렇게 알아차림과 법에 대한 고찰과 정진의 요소가 적절하게 확립되면 다음 단계의 깨달음의 요소에 이르게 됩니다.
넷째, 희열의 깨달음의 요소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희열의 깨달음의 요소는 집중이 되어 마음이 청정해진 결과로 몸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말합니다. 이것을 빨리어로 삐띠(piti)라고 합니다. 희열의 깨달음의 요소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있습니다.
질문한 수행자는 네 번째 깨달음의 요소의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서 나타나는 요소에 불과할 뿐이지 이것이 깨달음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면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이 사라지고 다음 단계의 깨달음의 요소에 이르게 됩니다.
다섯째, 평안의 깨달음의 요소입니다. 여섯째, 집중의 깨달음의 요소입니다. 일곱째, 평등의 깨달음의 요소입니다.
이상과 같은 깨달음의 요소가 성숙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많습니다. 수행자는 어떤 현상이나 단지 하나의 대상으로 알아차리는 것으로 그쳐야 합니다. 이런 현상을 바라거나 두려워하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궁극의 지혜가 계발됩니다.
3. 질문 : 좌선 중에 계속해서 머리의 느낌이 물결처럼 너울거립니다. 마치 기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답변 : 그렇게 느꼈을 때는 호흡의 “일어남, 꺼짐, 머리울림, 닿음”을 해라. 마음이 움직이지 머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기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그 상태를 느끼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기는 마음먹기에 따라 움직인다.
참고 : 미얀마 마하시 명상원에서 호흡을 알아차리는 수행은 명칭을 붙이면서 몇 차례의 단계적 과정을 거칩니다. 처음에는 호흡의 “일어남, 꺼짐”을 알아차립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다가 호흡과 호흡사이에 정지된 상태가 생기면 “일어남, 꺼짐, 앉음”을 알아차립니다. 이때의 앉음은 엉덩이가 바닥에 닿은 상태를 알아차립니다. 그런 뒤에도 호흡과 호흡사이에 다시 정지된 상태가 생기면 “일어남, 꺼짐, 앉음, 닿음”을 알아차립니다. 이때의 닿음은 발이 바닥에 닿아있는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위치를 바꾸어서 알아차리는 것은 호흡과 호흡 사이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빈틈에 망상이 일어나거나 졸음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알아차림이 끊어지지 않고 밀밀하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방법으로 수행을 하면서 머리가 울릴 때는 응용을 해서 “일어남, 꺼짐, 머리울림, 닿음”을 합니다. 엉덩이가 바닥에 “닿음” 대신에 “머리울림”으로 대체해서 머리가 울렁거리는 것을 하나의 대상으로 삼도록 하는 수행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마하시 명상원에서 하고 있지만 모든 수행자가 전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빠사나 수행방법은 다양하고 이러한 방법도 응용해서 할 수 있습니다.
명칭을 붙여서 알아차리는 방법이 아닌 다른 수행방법은 머리가 울릴 때 단지 머리가 울리는 느낌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한다면 머리가 울리는 것으로 인해서 반응한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 머리의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반응한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머리울림을 싫어했거나 두려움이 생겨서 걱정을 한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 단지 하나의 느낌으로 알아차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어떤 느낌이거나 하나의 알아차릴 대상에 불과해집니다. 마음이 일을 하는데 일하는 마음이 걱정을 하면 바르게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먼저 반응한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의 효과입니다.
머리가 움직이지 않고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은 결국 마음의 상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머리의 울림이 있을 때 머리의 울림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머리의 울림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의 울림이 있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두려워하거나 걱정을 하면 마음이 움직인 것을 말합니다.
수행 중에 집중이 되면 사소한 것도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약간의 미동이나 자극도 크게 나타납니다. 고요할 때는 작은 소리에도 크게 놀라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대상이 작은 느낌에 불과한데 집중이 되어서 고요할 때는 크게 놀라서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때도 단지 하나의 현상으로 알아차리면 됩니다. 이때 반응한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 하나의 느낌으로 알아차리면 두려움이나 걱정 없이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수행 중에 나타난 모든 현상은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느껴지는 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수승한 방법입니다.
머리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 너무 골몰하게 알아차리려고 힘을 써서 그럴 수 있습니다. 또 좌선을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눈으로 보려고 하면 머리가 아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상을 모양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대상을 형상화해서 모양으로 보지 말고 대상의 느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러면 힘이 적게 들어가서 머리에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4. 질문 : 한 시간 좌선을 한 뒤에 한 시간 경행을 할 때는 시간을 채우지 못합니다. 어떤 때는 경행을 조금만 하기도 합니다. 경행을 하는 것이 힘이 듭니다.
답변 : 부처님 당시에는 경행을 많이 했다. 경행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이유가 있다. 첫째, 알아차리는 힘이 좋아진다. 둘째, 병이 생기지 않고 있던 병이 사라진다. 셋째, 소화가 잘 된다. 넷째, 집중의 힘이 좋아진다.
이처럼 경행의 이익이 많으니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부처님 당시에는 수행을 할 수 있는 이런 건물이 없었기 때문에 숲속에서 경행을 많이 했다. 그러므로 경행을 많이 하면 이익이 있을 것이다.
참고 : 좌선은 집중의 힘을 키우고 경행은 정진의 힘을 키웁니다. 수행자들이 좌선만 수행인줄 알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수행을 크게 나누면 좌선과 경행과 일상의 알아차림으로 구분합니다. 이처럼 경행은 수행의 중요한 하나의 축을 이룹니다.
경행은 운동을 겸하는 것으로 오래 앉아서 생긴 근육을 이완해줍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 힘이 생겨서 오래 앉아도 아프지 않습니다. 또 몸이 건강하면 정신도 맑아집니다. 경행은 움직이면서 집중을 하기 때문에 앉아서 할 때의 집중과 전혀 다릅니다. 그러므로 좌선을 할 때의 집중력에 경행을 할 때의 집중력이 결합되면 집중의 효과가 훨씬 향상됩니다. 좌선을 할 때의 집중력은 좌선 중에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또 좌선을 하다 일어나면 흐트러집니다. 하지만 움직이면서 만들어진 집중력을 쉽게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경행은 정진력을 배가하는데 이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행은 스스로를 게으름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게으르면 노력을 하지 않는데 경행을 하면 노력을 하게 되어 게으름을 극복합니다. 미얀마의 스승들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때 경행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행을 싫어하지 않고 하려면 경행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경행에 재미를 붙이려면 발을 움직일 때 발의 무게가 이동하는 것을 알면 느낌이 분명하여 집중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호흡에서는 바람의 팽창과 수축을 알아차리는 것이 실재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경행에서는 단순하게 발의 움직임만 있는 것이 아니고 발의 무게가 이동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실재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또 처음부터 너무 많이 알아차리려고 하지 말고 알아차릴 수 있는 간단한 움직임부터 알아차려서 차츰 집중이 되면 더 자세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