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에 제38회 ‘열린한마당’을 열고 4년이 흘러 지난 11월 25일 제39회 행사를 1박 2일로 치렀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만나고 말하는 일조차 마스크 안 쓰고는 안 되던 때, 1박 2일 행사는 언감생심이었기에 한 해 두 해 미루고 기다리다 보니 4년이란 세월이 지나갔다. ‘열린한마당’은 《열린아동문학》이 마련하는 필자 모임이다. 《열린아동문학》의 청탁을 받으면 생애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킬 각오로 작품을 쓴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주기 위한 모임이다. 현금으로 원고료를 주는 대신 고추장, 된장, 미역, 김, 멸치, 감말랭이, 김장김치 등을 보내고, 예원 선생이 해당 작품(동화는 제목을 곁들인 그림)을 화선지에 써 보내고 마지막으로 부산 ‘방파제횟집’으로 초대해 1박 2일을 보내는 행사였다. 토요일 오후부터 전국에서 모인 필자들은 부산 제일의 자연산 생선회가 끝없이 나오는 저녁을 먹고,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호프집, 노래방, 선술집, 포장마차를 순례하다가 더러는 아침 해가 뜰 무렵 해장국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것이 원고료의 끝이었다. 발행인 감로 선생이 “여기까지가 이번 호 원고룝니다” 하면 적게는 20여 명, 많게는 30여 명의 필자들이 가슴 가득 해를 안고 일상의 지역으로 발길을 틀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책이 나올 때마다 펼치던 행사였다. 그래서 일부 필자는 ‘방파제 가기 위해서 좋은 글을 써 두고, 청탁을 기다린다고도 했다. 한때는 필자 외에 부산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축하 자리도 겸해 펼치고, 국악인들을 초청해 공연을 펼치기도 했지만 고성으로 자리를 옮겨 봄, 가을 두 번으로 줄여서 하던 행사를, 이번을 계기로 1년에 한 번, 동동숲이 가장 아름다운 10월 마지막 토요일에 하기로 했다. 필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시작한 행사지만 ’열린한마당‘은 책 속에 활자로 남아 있던 시인·동화작가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활자로 누워있던 작품을 시인·작가들의 육성으로 듣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특별했다. 그래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다. 이번에는 2022년 겨울호부터 2023년 가을호까지 필자를 메일로 초청했다. 행사를 결정하고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서두르고 서둘렀다. 그래서 겨울호부터 가을호까지가 됐다. 계절적으로 지역별로 문학 행사가 많고, 시제·혼사가 많은 시기라 참석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 김금래(동시, 서울), 차영미(동시, 경기 고양), 최진(동시, 대구), 최신영(동시, 경기 양평), 김흥제(동시, 서울), 조영수(동시, 서울), 박윤규(동화, 충북 청주), 배다인(동화, 광주), 김관식(평론, 전남 나주), 최균희(동화, 서울), 오원량(동시, 부산), 김문홍(동화, 부산), 랄라(동시, 부산), 김하영(동화, 부산), 공재동(동시, 경남 창녕) 선생 등 모두 열네 분이 참석했고, 배다인 선생은 착하고 튼실한 부군과 함께 참석하고 동동숲의 송정욱 도서관장, 박형섭 사무국장이 합류해 스무 명을 꽉 채웠다. 일찍 오신 분들은 만추의 숲을 돌아보고 오후 다섯 시에 열린아동문학관에 모여 책 속에 활자로 있던 이름을 얼굴로 확인했다. 그리고 승용차 네 대에 나누어 타고 고성읍에 있는 우리의 청요릿집 ‘봉황’으로 갔다. 인심 좋고 요리 솜씨 좋은 진가기 사장 내외는 특유의 반가워서 빨라진 목소리와 함께 무려 열한 가지 요리를 선보여 경향 각지에서 온 시인, 동화작가들을 황홀하게 했다. 그리고 다시 숲에서 깊어가는 만추의 밤, 소중애 편집위원이 천안에서 보내온 소곡주와 고성 막걸리는 자연스럽게 흥을 돋웠고, 마침내 그 위력은 동동숲 작은도서관 수천 권의 책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몇몇은 새벽 다섯 시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튿날 아침에는 새로 낸 산책로에 발자국을 남기며 4월의 진달래꽃을 떠올렸고, 아침밥은 강직하고 의리 있는 박옥현 사장 내외가 운영하는 ‘송화꿩가든’에서 토종적이고도 토속적인 우렁이된장과 돌솥밥으로 ‘고성의 맛’을 새겼다. 식사 후 고맙고도 고마운 부산의 시인·동화작가들은 다시 숲으로 와 문학관 청소와 정리를 해주고 갔다. 39회로 새롭게 시작한 ‘열린한마당’은 해마다 시월 마지막 토요일에 전국의 동시인, 동화작가들을 고성으로 불러 ‘아동문학도시 고성’을 찬란히 빛내줄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