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선포
미얀마의 수도는 네피도입니다. 그러나 인구 대비로 보면 제1도시는 양곤이고, 제2도시는 만달레이이고, 제3도시는 수도 네피도입니다. 그런데 시위대가 3대 도시를 중심으로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부는 3대 주요 도시를 포함해서 주요 행정 도시에 계엄령을 2월 9일에 선포했습니다. 오늘부터 야간통행이 금지되고, 5인 이상의 집합이 금지됩니다. 계엄령을 어긴 사람에게는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군부는 경고했습니다. 그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거리로 나오게 된다면 유혈 진압이 예상되고, 그렇게 되면 미얀마 사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정치범으로 구금
국회의원, 승려, 언론인, 작가, 대학생 등 재야인사들을 체포해서 [정치범]으로 만들어 그들을 미리 감옥에 구금시켰습니다. 그들이 시민들을 선동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영향력과 리더십을 사전에 봉쇄한 것입니다.
민족화해평화센타 (National Reconciliation and Peace Center) 해체
미얀마는 153개 부족이 연합한 국가입니다. 그래서 부족과 부족 간의 화해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각 부족의 대표들로 구성된 민족화해평화센타 (National Reconciliation and Peace Center: NRPC)를 세우고, 부족 간에 분쟁이 일어났을 경우 NRPC가 나서서 중재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군부는 그 NRPC를 해체시켰습니다. 그것은 평화적인 대화 대신에 군부의 명령에만 복종하라는 메시지와 같습니다.
빈곤층 증가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미얀마의 식량 부족으로 약 200만 명의 어린이들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2020년 1월 – 9월까지 미얀마의 빈곤층이 16%에서 63%로 급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빈곤층은 하루 1.90달러(약 2,000원)로 견디고 있으며, 양곤 전체 가구의 38%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발표했습니다. 빈민과 서민층의 생존 문제가 심각한 단계입니다.
코로나 확산 그러나 더 불안한 상황
미얀마의 의료시스템은 열악합니다. 거기에 정부 예산 부족으로 코로나 백신 구입도 IMF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많은 돈을 차관해서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쿠데타 군부는 지난 1년 동안 아웅산 정부에서 코로나 대유행 억제 정책을 주도해 왔던 보건부 장관을 쿠데타 당일에 해임시키고, 그 다음 날 군 출신으로 새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건부 안에 있는 차관급과 공무원들이 쿠데타 불복종 항의에 동참하고 있고, 정부 소속 모든 주(State)의 병원 의사, 간호사, 의료종사자들이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미얀마 의료계가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 코로나 확진자 통계는 하루 평균 400명 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4명이 나왔다고 보고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시위가 점점 거세지면서 수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서로 몸을 거칠게 부딪치면서 항의 구호를 소리 소리 지르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 감염 확산을 더욱 염려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산업의 대동맥 멈춤
한 국가의 사회를 이끄는 데는 수많은 기관이 있습니다. 병원, 학교, 은행, 회사, 교통 등등. 그런데 그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쿠데타를 반대하는 시위에 속속 동참하면서 집단 파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최대 은행 KZB은행 직원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본사를 비롯해서 모든 은행 지점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은행 문을 닫았습니다. 군출신들이 운영하는 구리광산 광부들이 파업했습니다. 그들은 군부가 물러가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그들의 수입을 위해서 갱도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간호사 협회, 의사협회, 항공정비사 노조 등등 수많은 기관, 단체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미얀마 산업의 대동맥이 멈추고 있습니다.
서방 세계의 경제적 압박이 가져올 부메랑
미국, 유럽 EU에서 미얀마에 경제 제재 조치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외신을 접하면서 가슴이 더욱 답답해집니다. 그 피해는 군부가 아니라 미얀마 서민들에게 송두리째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군출신들이 쌓은 부(富)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서방 세계가 미얀마 군부의 숨통을 막는다고 눈 하나 꿈쩍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서방 세계가 경제적 압박을 가하게 되면 미얀마 군부는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몸을 옆으로 돌릴 것입니다. 거기에는 중국이 있습니다. 중국은 지정학적 싸움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53년 동안 군부가 미얀마를 통치할 때 가졌던 이념도 사회주의였습니다. 그들이 서방 세계와 단절하고 거꾸로 간 이유였습니다.
세계에서 청바지를 안 입는 나라는 미얀마뿐일 것입니다. 청바지는 미국 옷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만큼 미얀마 군부는 미국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아웅산수찌가 집권하면서 처음으로 미국 식품 회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코가콜라, 버거킹, 맥도날드, KFC 등등. 그리고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입고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지난 10년 동안 미얀마 거리에서 지켜본 변화입니다. 그런데 미국 바이든 정부가 앞장 서서 경제 제재 조치를 가하게 되다면, 미얀마 군부는 옛날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것은 미얀마가 중국 쪽으로 더 가까이 간다는 뜻이고, 사회주의 체재로 돌아간다는 뜻이고, 최대 피해자인 미얀마 서민들에게로 돌아가는 부메랑이 될 것입니다.
촛불 집회로 가기를
첫 번째 군부 쿠데타는 1962년에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 군부 쿠데타는 1988년에 일어났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군부 쿠데타입니다. 모두 미얀마 군인들이 일으킨 무력 군사 쿠데타이지만,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국민입니다. 1962년에 있었던 국민과 1988년에 있었던 국민과 2021년의 국민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난 5년 동안 아웅산수찌 정부 아래에서 미얀마 국민은 많은 면에서 성숙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별히 인터넷 개방으로 인해 Facebook과 Twitter와 같은 사회관계망(SNS)을 통해서 지금 세대는 그들의 손 안에 온 세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이번 군부 쿠데타를 반대하는 사인(sign)으로 손가락 세 개를 높이 들어 표시하는 것도 영화 [헝거게임]에서 가지고 왔고, 태국 시위대가 썼던 그 표시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바깥 세계 동향을 매일 읽고 있다는 뜻입니다. 군부가 제일 먼저 인터넷과 SNS를 차단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얀마 시위대가 무력 시위가 아닌 촛불 시위로 이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유혈 충돌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962년과 1988년과 다른 성숙한 시위를 통해서 더 많은 지지를 국내와 국외에서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강성불교 승려들과 샤프론 승려들
혼동을 막기 위해서 미얀마 불교를 다시 한번 설명드립니다. 미얀마와 관련된 동영상을 보면 승려들이 시위대 앞에 서서 소리 소리 지르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불교계도 그렇지만, 미얀마 불교계에도 군대처럼 엄격한 계급과 규율이 있습니다.거기에 파(派)까지 있습니다. 미얀마 153개 부족 가운데 약 68%가 버마족입니다. 그 버마족 출신 승려들이 미얀마 군부와 연합해서 불교를 국교화시키려는 [강성불교 승려]들입니다. 그리고 버마족이 아닌 기타 부족 출신의 승려들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서 거리로 나왔던 [샤프론(Saffron) 승려]들입니다. 지금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는 버마족 출신의 강성불교 승려들과 쿠데타를 반대하며 민주화를 지지하는 비버마족 출신인 샤프론 승려들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쿠데타를 통해서 두 불교계의 골이 더 깊어질 것입니다.
미얀마 선교
현재까지 미얀마 목회자들과의 통신도 끊어진 상태입니다. 다시 군부가 인터넷과 SNS 서비스를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럽다고 생각되는 점은 이번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1962년 네윈 장군이나, 1988년의 소마웅 장군과 다른 방법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았던 그들과 달리, 민 아웅 흘라잉는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다시 총선을 치른 후에 승리한 정당에게 다음 정권을 이양하고 군인은 물러가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미얀마 선교에도 소망이 있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소망은 미국, 중국과 같은 주변 강대국들의 개입이 없이, 미얀마 국민의 성숙한 지성과 흩어지지 않는 연합과 흔들리지 않는 용기로 미얀마인 스스로 국가의 위기를 수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군인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도록 국민으로부터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아 국방의 책임을 [맡은 자]입니다. 그런데 그 군인이 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다는 [가진 자]로 착각하고 행동한다면 역사는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군인은 모든 것을 [가진 자]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라는 임무를 [맡은 자]입니다. 미얀마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