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는 세종맛집에서 최근 영화·드라마와 연구성과에 대해 벌이는 자유대화로 꾸며집니다.
한 편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일단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빚에 쫓기는 456명의 사람들이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되면서 벌어진 이야기가 KDI 연구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고운동 한옥마을 내 ‘만나밀’에서 나눈 <맛있는 수다>에서 만나보자.
김은총 우리가 오늘 함께 이야기해볼 드라마는 ‘오징어게임’입니다. 좀 뒷북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콘텐츠라 이야깃거리가 많
을 것 같아요. 어떤 얘기부터 할까요?
서한나 저는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묘한 기시감이 들었어요. 2018년 김희삼 박사님 포커스를 보면 우리나라, 중국, 미국, 일본 4개 국가별로 고등학교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조사했는데, 우리나라만 압도적으로 ‘사활을 건 전쟁터’였다고 응답했어요.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는 이미 ‘오징어게임’과 다를 바 없는 경쟁 속에 살았다 싶어요.
한승연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성기훈의 사정이 참 딱했어요. 회사에서 잘리고 치킨집을 차렸는데 망하고, 분식집도 차려봤는데 그마저도 망해서 빚만 늘어나고요.
김은총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승전 치킨집’ 코스죠. 이진국 박사님 포커스에 이런 현상을 분석한 대목이 있었던 기억이 나요. 우리나라 가맹점 수를 보면 2016년 기준 서비스업(6만8천 개)이나 도소매업(4만9천 개)보다 외식업(11만2천 개)이 훨씬 많거든요.
한승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가 들이닥쳤다는 거예요. 지난해 오윤해 박사님 현안분석을 보면 성기훈 같은 저소득층 자영업자들의 대출증가율이 높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더
심각한 건 코로나로 인한 손해가 클수록 은행권 대출이 아니라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등 고금리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서한나 그럼 우리 주변에 지금도 제2, 제3의 성기훈이 늘고 있겠네요. 그럼 두 분은 ‘오징어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캐릭터가 누구였어요?
한승연 전 딱히 없었어요. 대부분 주인공인 성기훈에게 이입하는 것 같은데,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라면 그가 좋은 부모였을까 의문이 들었거든요.
김은총 그럴 수 있죠. 사실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래도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승연 그래도 굳이 뽑자면 전 알리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 동정심 같은 게 느껴졌어요.
서한나 전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이 정말 많아졌잖아요. 2020년 외국인 유입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10년간 이민자 수가 4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극 중 알리는 “사장님 나빠요~”하던 블랑카 같잖아요.
한승연 어쨌든 그게 현실이니까요. 저도 말씀하신 보고서를 봤었는데 국내 70% 이상의 외국인 취업자는 기능직, 단순 노무, 말하자면 저숙련 직군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한나샘은 어떤 캐릭터에 애착이 갔어요?
서한나 저는 새벽이와 지영이에게 애착이 갔어요. 아무래도 환경적인 요인으로 비뚤어진 것 같아서요. 다른 환경에 놓여 있었다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김은총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봐요. 지난해 김인경 박사님 정책포럼이 떠오르는데요. 양부모가족에서 한부모가족으로 변했을 때 아이의 발달상황이 어땠는지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부모 간 갈등상황에서 벗어난 한부모가족 아동의 주의집중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어요. 물론 극 중 캐릭터 상황과 다를 순 있겠지만요.
한승연 사실 오늘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왔는데 우리 연구원의 연구 분야와 소재도 다양하고,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만나밀’ 베이커리
세종특별자치시 고운한옥1길 8
070-8860-4222, 매주 화요일 휴무
김은총 대외협력실 홍보팀 전문연구원 ★★★☆☆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구석구석 한옥의 멋스러움이 묻어있는, 자비 없는 분위기 맛집. 아파트 많은 세종시 내 ‘한옥 카페’가 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승연 규제연구센터 분석평가팀 연구원 ★★★★☆
브런치 메뉴가 정말 맛있고 주위가 다 한옥이라 분위기도 고풍스럽습니다. 다만 KDI에서 다소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아쉽습니다.
서한나 경제정보센터 경제교육실 학교경제교육팀 전문연구원 ★★★★☆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맛있는 브런치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카페입니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한옥의 멋과 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곳곳에 설치된 한옥과 잘 어울리는 오브제는 인스타 감성의 사진을 찍기에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