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어원 |
채소를 이용한 발효음식은 약 3천년 전 중국에서 오이로 만든 채소 절임이 그 시초로서,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이를 '저(저
')">菹)'라고 하였다. 김치를 뜻하는 우리 고유의 말로는 ‘디히’와 ‘지’가 있다. ‘디히’는 김치를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로서 어원은 분명하지 않으나 성종 12년(1481년)에 편찬된 『두시언해(두
')">杜시
')">時언
')">諺해
')">解)』에 따르면 ‘디히’가 ‘지히’에서 ‘지’로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는 고려시대부터 사용되었는데, 중국의 '저(저
')">菹)'를 소금에 담가 만든다고 하여 '지(지
')">漬)'라고 불렀으며, 오늘날에는 오이지, 젓국지, 짠지, 섞박지처럼 채소를 이용한 발효식품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오늘날 ‘김치’의 어원이 되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김치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김치를 뜻하는 한자인 ‘함채(함
')">鹹채
')">菜)’에서 ‘감채’, ‘김채’, ‘김치’ 순으로 변화하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뜻의 ‘침채(침
② 성 심
')">沈채
')">菜’)가 ‘팀채’ 또는 ‘딤채’가 되었고, 이것이 ‘짐채’, ‘김채’의 순으로 변화되어 오늘날의 ‘김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한겨울에 먹을 김치를 담그는 풍습인 ‘김장’은 ‘침장(침
② 성 심
')">沈장
② 곳집 장
')">藏)’에서 유래되었으며, ‘팀장’과 ‘딤장’ 순으로 음운이 변하여 오늘날의 ‘김장’이 되었다.
2. 역사 |
김치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약 3천 년 전에 쓰여진 중국의 옛 문헌 『시경(시
')">詩경
')">經)』으로 ‘오이를 깎아 저(저
')">菹)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후 『여씨춘추(려
')">呂씨 ·씨
')">氏춘
')">春추
')">秋)』와 『설문해자(설
② 달랠 세
③ 기쁠 열
')">說문
② 자자할 문
')">文해
')">解자
')">字)』, 『석명(석
')">釋명
')">名)』 등의 문헌에 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초절임을 하거나 숙성시켜 신맛을 내는 식품으로 ‘저’가 소개되어 있으며, ‘저’가 곧 김치의 원형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김치를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일본 도다이사(동
')">東대
② 클 태
')">大사
② 내시 시
')">寺) 정창원(정
② 정월 정
')">正창
')">倉원
')">院)에 소장되어 있는 『신라촌락문서(신
')">新라
')">羅촌
')">村락
')">落문
② 자자할 문
')">文서
')">書)』나 『연희식(연
')">延희
')">喜식
② 먹일 사
')">食)』의 기록으로 보건데, 삼국 시대 이전인 상고 시대부터 김치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 시대
삼국 시대에는 농경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곡류가 주식이 됨에 따라, 곡물의 소화를 쉽게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염분이 있는 채소류를 함께 먹기 시작하였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이 긴 자연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 겨우내 부족한 채소를 저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김치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의 김치는 여러 가지 채소를 소금이나, 장, 술지게미, 식초 등에 절이는 방법으로 발달하였다.
고려 시대
고려 시대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이 억제되어 채소를 이용한 음식이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이 시기의 김치는 크게 네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오이·미나리·부추·갓·죽순 등과 같이 김치에 들어가는 채소가 다양해졌으며, 둘째, 물김치 형태의 김치가 등장하였다. 셋째, 단순한 소금 절임 형태의 장아찌에서 벗어나 여귀·천초·생강·귤피와 같은 향신료가 사용되거나 파·마늘·생강을 사용한 양념형 김치가 등장하였다. 넷째, 김장의 풍습이 시작되었는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동
')">東국
')">國李상
② 볼 상
')">相국
')">國집
')">集)』의 가포육영(가
')">家포
')">圃六영
')">詠)에는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삼
② 거듭 삼
')">三하
')">夏)에 더욱 좋고, 청염(청
')">淸염
')">鹽)에 절여 구동지(구
')">九동
')">冬지
')">至)에 대비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어 이때부터 김장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삼하’는 여름 3개월로 순무를 장에 넣어 만든 김치는 상고시대의 ‘지’를 뜻하는 것이며, ‘구동지’는 겨울 3개월로 청염에 절인 것은 소금물에 담근 동치미(동
')">冬침
② 성 심
')">沈)를 뜻한다.
조선 시대
조선 시대 초기에는 김치에 들어가는 부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여러 종류의 김치 담그는 방법이 개발되어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김치가 만들어졌다. 특히 농업과 인쇄술의 발달로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농서가 폭넓게 보급되면서 채소를 재배하는 기술이 향상되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발달하였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고추가 유입되면서 매운맛과 붉은색을 띤 김치가 자리 잡게 되었다. 고추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매운맛을 내기 위해 천초를 넣고, 맨드라미꽃이나 잇꽃, 연지 등을 사용하여 붉은색을 내었다. 고추를 사용하면서부터 김치에 사용하는 소금의 사용량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고추의 매운맛과 향이 생선의 비린맛을 줄여, 젓갈을 김치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파·마늘·생강과 같은 양념, 해산물도 함께 넣음으로써 김치는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 재료가 혼합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채소 발효음식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1700년대 중엽에 이르러 통이 크고 속이 꽉 찬 결구형 배추가 중국을 통해 전래되면서 이전에 많이 이용하던 오이, 가지, 순무 대신에 배추가 김치의 주재료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으며, 배추 속에 여러 가지 채소와 양념을 넣어 담그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통배추 김치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였다. 궁중의 김치도 민간의 김치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나 민간에서는 멸치젓이나 갈치젓을 주로 사용하였고, 궁중에서는 조기젓·육젓·새우젓을 사용하였다.
3. 재료 |
배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소화와 배변에 좋고, 항암효과가 있는 물질이 있어 암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동맥경화증과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배추는 배춧잎이 연녹색으로 넓고 두껍지 않으며 잎이 단단하게 밀착되어 버릴 것이 없고 뿌리가 싱싱한 것이 좋다. 또한 배춧잎을 씹어보아 육질이 연하고 고소하고 단맛이 나는 것이 좋다. 봄에는 수분이 적고 단단한 배추가 좋고, 가을 배추는 크기가 중간 정도로 속이 꽉 차서 무거운 것이 좋다. 겨울 배추는 푸른 잎이 잘 붙어있고 싱싱해 보이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무
십자화과 채소인 무는 배추와 더불어 김치의 주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수분함량이 매우 높은 채소로 비타민 C가 많고, 소화 효소인 디아스타제(diastase)가 들어있어 소화를 도와준다. 비타민 C는 속보다 껍질에 더 많이 들어 있으므로 껍질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무청에는 비타민 C와 칼슘,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무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데, 봄 무나 여름 무는 가늘고 연하며, 가을 무는 굵고 수분이 많으며 단맛이 있다. 좋은 무는 모양이 매끈하고 고르며 흠집이 없고 윤기가 난다. 육질은 단단하면서도 치밀하고 무거운 것이 좋다. 또한 매운맛이 적고 단맛이 있으며 무청이 싱싱하게 붙어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무는 담그려는 김치에 따라 고르는 방법이 다른데, 동치미용은 둥글고 작은 것이 좋으며, 깍두기용은 밑이 둥글게 퍼지고 단단한 재래종인 조선무가 좋으며, 총각김치용은 잎이 연하게 푸르며 질기지 않은 것이 좋다.
소금
채소를 절일 때에는 정제되지 않은 천일염을, 김치의 간을 할 때에는 정제된 소금을 사용한다. 정제되지 않은 천일염에는 여러 종류의 무기질이 들어있는데, 이러한 물질들은 무기질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김치가 물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천일염에 들어있는 칼슘이 채소의 펙틴질과 불용성 염을 형성하여 김치를 무르게 하는 펙티나아제(pectinase)의 작용을 저해하여 오랫동안 아삭아삭한 질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소금은 여러 가지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시켜 김치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
젓갈
젓갈은 어패류를 이용한 저장발효식품으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고유의 맛과 향기를 낸다. 생선의 뼈는 분해되어 흡수되기 쉬운 칼슘 상태로 변하고, 지방은 휘발성 지방산이 되어 젓갈 특유의 맛과 향기를 내게 된다. 젓갈은 양질의 단백질, 칼슘, 지방의 공급원 역할을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새우젓은 지방이 적어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나며, 음력 6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육젓이 가장 좋다. 멸치젓은 구수한 맛이 나며, 5~6월 경 잡은 멸치로 담근 것이 좋다. 하지만 멸치젓은 지방과 필수 아미노산, 열량이 높아 과량 넣었을 경우에는 소금을 많이 넣었을 때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적당량을 넣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치에 사용되는 젓갈의 종류와 양은 지방에 따라 달라지는데, 추운 북쪽 지방은 젓갈 대신 생선을 그대로 넣거나 적은 양을 넣어 간을 싱겁게 하며, 새우젓이나 조기젓과 같은 담백한 젓갈을 넣는다. 반면에 기온이 따뜻한 남쪽 지방은 젓갈을 많이 넣어 맛이 진하고 짠 편이며, 주로 멸치젓이나 갈치젓을 사용한다. 해안가를 접하고 있는 동쪽 지방의 경우 생 해물이나 대구 아가미젓을 쓴다.
고춧가루
고추는 원산지가 중남미로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고추는 17세기 후반에 처음 김치에 이용되기 시작하였고, 18세기 이후에는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고추에는 캡사이신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비타민 C 등의 여러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살균작용을 하고 타액이나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작용을 도우며, 엔돌핀을 생성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체내의 각종 대사 작용을 항진시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젓갈의 산패를 억제하여 비린내를 제거하고, 채소에 들어있는 비타민 C가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며, 잡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젖산발효를 촉진하여 소금의 사용량을 줄여준다.
김치를 담글 때 사용되는 고춧가루는 햇볕에 말려 빛깔이 곱고 선명하며 두껍고 윤이 나는 양건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오래 저장하지 않는 김치는 생 고추를 갈아 사용하기도 한다.
마늘
마늘은 백합과의 다년생 식물로서 소인편종인 육쪽마늘을 최상품이라고 하나 김치에는 매운맛을 가진 여러 쪽의 다인편종 마늘을 사용한다. 마늘에는 알리신(allicin)과 디알릴설파이드(diallyldisulfide)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살균력이 매우 강하며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중금속을 해독하며 암을 억제하는 등의 효능이 있다. 마늘 특유의 강한 냄새는 알리신 때문으로, 알리신은 마늘을 다질수록 그 함유량이 높아진다. 따라서 김치에 다진 마늘을 사용할 수록 마늘의 좋은 효과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마늘은 외피가 희고 단단하며 들어보았을 때에 묵직하고 통통한 것이 좋다. 또한 겉껍질과 속껍질이 서로 단단하게 겹쳐 있으며 골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좋다.
파
파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중국의 서북부에서 시베리아에 걸친 지역이 원산지로서 동양에서는 중요한 채소로 재배하였으나, 서양에서는 재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거쳐 고려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파의 흰 부분을 뿌리와 함께 잘라내어 쓰는데 이것을 총백(총
')">蔥백
')">白)이라 하며 감기, 소화불량, 설사 등에 이용하였다. 『동의보감(동
')">東의
')">醫보
')">寶감
')">鑑)』에 나오는 총백탕은 파의 뿌리가 붙어 있는 흰 부분과 생강을 넣고 달여 먹는 것으로, 감기에 걸린 임산부나 아이들에게 많이 처방한다. 이는 매운맛인 알리신이 혈액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발한작용을 하며, 피로회복에 효과적인 비타민 B1의 흡수를 높여주어 감기로 허약해진 몸을 보호하고 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파는 뿌리의 흰 부분이 길고 단단하며 윤기가 나고, 잎 부분은 짙은 녹색으로 길고 곧은 것이 좋다.
생강
생강은 생강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서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생강에는 특유의 향과 매운 맛이 나는 데 매운맛은 진저롤(zingerol)과 쇼가올이란 성분으로 여러 가지 병원성 균에 대해 강한 살균작용이 있으며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있어 소화를 돕고 위장운동을 촉진하며 식욕을 돋워주는 기능이 있다. 또한 발한작용을 하여 겨울에 먹으면 감기를 예방하여 주고, 살균효과가 있어 여름에는 식중독을 예방하여 준다. 김치에 생강을 양념으로 사용하면 잡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젓갈의 비린 맛을 감소시켜 좋다.
생강은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며 쪽이 굵고 굴곡이 적으며 껍질이 얇고 상처가 없는 것이 덜 맵고 수분이 많으면서 연해서 좋다.
4. 담그는 방법 |
김치를 담그는 방법은 각 지역에 따라 전래되어온 독특한 방법들이 있으나 최근에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김치의 비중이 점차 증가되어 김치 만드는 방법이 간소화·표준화 되고 있다. 김치 만드는 방법은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중 배추김치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절이기
겉절이 종류의 김치는 소금에 절이지 않고 준비한 양념으로 바로 버무려서 먹지만 대부분의 김치는 채소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다듬은 배추의 밑동에 칼집을 넣어 반으로 쪼갠 다음 소금을 뿌리거나 소금물에 절여 어느 정도 지나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이것은 소금의 삼투압 작용을 이용한 것으로 채소 안에 있는 수분을 탈수하고 적당한 염도를 주어 간이 베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채소의 풋내가 제거되는 동시에 미생물 중 김치를 물러지게 하는 잡균의 번식을 막고, 젖산균이나 효소가 생육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김치가 알맞게 숙성된다.
배추를 소금에 알맞게 절이면 소금에 있는 마그네슘염이나 칼슘염이 배추의 펙틴(pectin)과 결합하여 아삭아삭한 맛을 더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짜게 절이면 비타민 C와 같은 수용성 성분과 당분이 많이 빠지고 양념이 잘 스며들지 않아 맛이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배추는 농도 10~15% 소금물에서 5~6시간 정도 절이는 것이 적당하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는 방법에는 채소에 소금을 뿌리는 건염법과 소금물에 담그는 염수법이 있다. 건염법은 채소 사이에 소금을 뿌려 켜켜이 쌓아놓는 방법이고, 염수법은 10~15% 소금물에 채소를 담가놓는 방법으로 배추의 염도가 2~3% 정도 되었을 때까지 절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소금의 염도를 1~1.5%로 낮춘 저염김치를 만들기도 한다.
소 넣기
소금에 절인 배추를 여러 번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소를 넣는다. 소는 여러 가지 양념과 부재료를 섞은 것으로 김치의 종류와 지역, 계절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으며 김치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배추김치에 소를 넣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무는 채 썰고, 마늘과 생강은 껍질을 벗겨 곱게 다지며 파, 미나리, 갓 등의 부재료는 알맞은 크기로 썰어 둔다. 준비한 재료에 건더기를 다진 새우젓과 고춧가루를 넣고 고루 버무려 소를 만든다. 준비한 소를 절인 배추 잎사귀 사이사이에 펴 바르고 끼워 넣으면 김치가 어느 정도 완성된다. 소를 채워 넣은 김치는 배추 겉잎으로 잘 싸서 용기 안에 차곡차곡 넣은 뒤에 무거운 돌로 눌러 공기가 있을 만한 공간을 없애주고, 배추가 김치국물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해야 김치가 물러지지 않고 잘 숙성될 수 있다.
숙성하기
김치가 숙성되는 과정은 재료 속의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등의 유기물질들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고, 분해된 당분이나 아미노산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는 과정이다. 김치가 숙성됨에 따라 김치 안의 일반 병원균이나 부패균 등은 줄어들게 되고, 반면 소금에 잘 견디며 공기가 필요하지 않은 김치 내의 유익한 유산균들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김치의 맛을 좋게 한다. 이때 생성된 유산균의 작용으로 생긴 젖산, 초산, 탄산가스, 알코올 등은 김치 특유의 상쾌하고 새콤한 맛과 향을 낸다.
김치의 숙성과정에서는 소금의 농도와 온도가 매우 중요한데, 김치를 숙성하는 온도가 낮고 소금의 농도가 높을수록 숙성기간이 오래 걸린다. 일반적으로 가장 맛있는 숙성온도는 4~5℃ 정도에서 천천히 숙성시키는 것이다. 소금의 농도는 겨울 김장에는 2~3%, 봄에는 4~5%, 여름에는 7~10% 정도로 하는데, 소금의 농도가 너무 높거나 오래 절이면 배추나 무의 단맛을 잃어 맛이 떨어진다.
김치의 숙성과정 중 초기에는 여러 가지 잡균이 번식하게 되나 점차 젖산균이 많아지게 됨에 따라 젖산 발효에 의해 젖산(lactic acid)이나 초산(acetic acid), 옥살산(oxalic acid), 말론산(malonic acid), 숙신산(succinic acid), 사과산(malic acid), 구연산(citric acid) 등의 다양한 유기산을 생성하게 된다. 김치가 숙성되면서 생기는 유기산에 의해 산도는 증가하고 pH는 점차 감소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pH는 4.2~4.6, 산도는 0.6~0.8 정도가 적당하다. 김치 속의 유기산은 소금과 함께 김치의 방부력을 높이고, 알코올과 에스테르를 만들어 김치의 맛을 좋게 한다. 알코올은 소금농도를 낮게 해서 숙성시킨 김치에서 더 많이 생성된다.
5. 발효 |
김치의 발효는 배추와 무의 세포 속에 있는 효소가 작용하면서 시작되는데, 이때 효소 작용으로 생긴 당분이나 아미노산이 재료에 묻어 있던 여러 가지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이 미생물이 자라면서 발효가 시작된다. 이때 젖산균(유산균)이 자라기 시작하는데, 젖산균이 만들어내는 산으로 인해 다른 미생물은 점차 죽고 염분을 견딘 내염성 젖산균만 살아남게 된다.
김치의 젖산균은 크게 류코노스톡과 락토바실루스의 두 가지 속으로 나뉜다. 류코노스톡은 동그란 구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 젖산균으로,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이라는 종명을 갖는 균이 발효의 주균이며, 김치가 맛있다고 느껴질 때까지 발효를 주도하는 젖산균이다. 발효의 초기에는 이 류코노스톡속에 속하는 다양한 종의 젖산균들이 분포하게 되는데, 이들 균의 종류로는 류코노스톡 시트리움(Leuconostoc citreum), 류코노스톡 락티스(Leuconostoc lactis),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 등이 있다. 김치에 사는 대부분의 류코노스톡속에 속하는 젖산균들의 가장 큰 특징은 덱스트란(dextran)이라는 식이섬유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덱스트란은 몸에서 분해가 안 되는 섬유질과 비슷한 비소화성 식이섬유로서 섭취하여도 안전하며 오히려 변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깍두기를 먹다 보면 끈적끈적하게 국물이 딸려올 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덱스트란이다.
두 번째로 락토바실루스는 길쭉한 막대기 모양의 젖산균으로, 김치에는 대표적으로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Lactobacillus plantarum)과 락토바실루스 브레비스(Lactobacillus brevis)이 함유되어 있다. 이 균들은 김치의 발효가 많이 되어 신맛이 날 때 주로 생장하는 것으로 내산성이 강하고 내담즙성이 강하다.
김치가 완전히 익었을 때의 젖산균 수는 108 CFU/㎖까지 증가하며, 김치가 오래될수록 젖산균 수는 감소하게 된다. 묵은 김치의 젖산균 수는 ㎖당 1천 만 개로 보통 김치의 균 수보다 적은데, 이는 오래 숙성될수록 젖산균이 나이를 먹고, 높은 산도와 저온에서 보관하는 환경에 지치기 때문이다.
6. 저장 |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계절별·지역별로 그에 알맞은 김치 저장 방법을 고안하여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여름에는 냇가나 우물에 김칫독을 담가 더운 날씨에 김치가 쉽게 쉬는 것을 막았다. 석정과 이중독을 활용하기도 하였는데, 석정 안에 항아리 입구에 물이 흐를 수 있는 틈이 있는 이중독을 넣고 차가운 물을 흘려줌으로써 이중독이 시원하게 유지되도록 하였다. 한편 겨울에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땅 속에 김칫독을 파묻어서 김치가 얼지 않고 오랫동안 맛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옹기
전통적으로 김치의 저장용기는 옹기라 불리는 독을 사용하였다. 옹기는 가마에서 구워지는 동안 독 전체에 미세한 숨구멍이 만들어져 김치가 적절히 발효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 옹기는 지역과 기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데, 기온과 일조량이 낮은 북부지방으로 갈수록 햇볕을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옹기의 입구가 넓어진다. 반면 기온과 일조량이 높은 남부지방은 햇볕에 의한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입구가 좁고, 대신 복사열을 많이 받기 위해 옹기의 어깨가 넓어진다.
한편 산악지대로 나무가 많은 강원도에서는 옹기 대신 나무독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나무독은 통나무의 속을 파서 만든 것으로 옹기에 비해 가볍고 깨지지 않은 장점이 있다.
김치광
우리 조상들은 땅에 묻은 김칫독을 눈비로부터 보호하고 김치를 오랜 기간 보존하기 위해 김치광을 만들었는데 지역과 가족 형태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 남부지방은 땅을 파서 김칫독을 묻고 그 위를 짚으로 덮는 간단한 형태였으며, 중부나 북부지방에서는 김칫독 위에 통나무와 짚으로 원뿔모양의 움집을 만들었다. 한편 가족이 많은 집에서는 김치광을 별도의 건물로 만들어 김치를 저장하기도 하였다.
김치냉장고
최근에는 김치를 보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넣어 숙성시키는 경우가 많다.일반 냉장고는 문을 열면 내부의 차가운 공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외부의 따뜻한 공기가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고, 이 공기가 다시 적정한 냉장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려 김치가 쉽게 쉰다. 이에 반해 김치 냉장고는 서랍식 또는 상부 개폐식으로 만들어져 문을 열더라도 차가운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아, 원래의 냉장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김치를 신선하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7. 김장 |
김장은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 동안 먹기 위해 미리 김치를 담가두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김장김치는 우리 조상들에게 채소가 부족한 겨울철의 주요한 비타민 공급원이 되었다. 김장의 어원은 '침장(침
② 성 심
')">沈장
② 곳집 장
')">藏)'에서 유래되었으며, '팀장'과 '딤장' 순으로 음운이 변하여 오늘날의 '김장'이 되었다.
김장은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었는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동
')">東국
')">國李상
② 볼 상
')">相국
')">國집
')">集)』의 가포육영(가
')">家포
')">圃六영
')">詠)에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삼
② 거듭 삼
')">三하
')">夏)에 더욱 좋고, 청염(청
')">淸염
')">鹽)에 절여 구동지(구
')">九동
')">冬지
')">至)에 대비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삼하’는 여름 3개월로 순무를 장에 넣어 만든 김치는 상고시대의 ‘지’를 뜻하는 것이며, ‘구동지’는 겨울 3개월로 청염에 절인 것은 소금물에 담근 동치미(동
')">冬침
② 성 심
')">沈)를 뜻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김장을 하는 풍습이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장은 평균기온이 4℃ 이하로 유지 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인 11월 말에서 12월 초인 입동 전후를 김장하기 제일 좋은 시기로 여겼는데, 이는 김치의 주재료인 채소가 얼기 전에 하는 것이 좋고, 날씨가 너무 따뜻할 경우 김치가 쉽게 시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김장 시기가 점차 늦어지는 추세이며, 겨울철에도 쉽게 채소를 구해 김치를 담글 수 있어,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다.
8. 영양과 효능 |
김치는 과학적으로 여러 가지 효능이 입증된 건강식품이다. 무·배추·열무 등의 채소와 동물성 식품인 젓갈, 고추·마늘·생강과 같은 양념이 혼합·숙성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용되는 재료나 재료 간의 혼합 비율, 숙성되는 정도에 따라 그 영양 가치가 달라진다.
김치는 대부분의 재료가 채소로 구성된 저열량 식품으로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의 함량이 어떤 식품보다도 높은 편이다. 배추나 무 등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당뇨병 등의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변비 예방과 다이어트, 항암에도 도움이 된다.
김치에는 비타민 A, B, C가 모두 함유되어 있다. 특히 젖산균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비타민 B1, B2, B12, 나이아신 등의 비타민 B군 영양소들이 크게 증가하게 되는데, 이들은 인체의 여러 가지 대사에 관여하고 신경통, 피로회복, 정력 증강에 큰 도움이 된다. 김치에 들어있는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 클로로필 등은 항산화 작용을 일으켜 노화 억제에 효과가 있다.
또한 김치는 칼슘, 칼륨, 철, 인 등의 무기질 공급원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칼슘의 함유량이 높은 편이다.
김치는 숙성되는 과정에서 젖산균을 만들어 내는데, 자연 발효된 김치에 포함된 젖산균은 식중독균, 병원균과 같은 유해균의 생육을 억제하고 정장 작용을 함으로써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김치에 들어있는 다양한 영양소는 항암, 면역력 증강, 소화, 스트레스 해소, 피부 노화 방지, 다이어트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춧가루에 포함된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를 활발히 함으로써 지방을 연소시켜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9. 종류 |
1) 주재료에 따른 김치의 종류 |
김치의 주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배추, 무, 오이 등이며 이 외에도 열무, 갓, 미나리, 파, 부추, 고들빼기 등 30여 종의 채소로 김치를 만든다. 김치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배추로 만든 김치에는 배추김치, 백김치, 보쌈김치, 양배추김치, 씨도리김치, 얼갈이김치 등이 있으며 배추김치와 백김치가 대표적이다. 무김치로는 깍두기, 총각김치, 숙김치, 서거리김치, 채김치, 비늘김치, 석류김치, 무청김치, 나박김치, 무말랭이김치, 무오가리김치, 비지미 등이 있으며 깍두기와 총각김치가 대표적이다. 열무로 만든 김치로는 열무김치와 열무물김치가, 오이로 만든 김치로는 오이소박이와 오이송송이, 오이깍두기, 오이지 등이, 파로 만든 김치로는 쪽파김치와 실파김치가 대표적이다.
한편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여러 종류의 나물을 이용하여 김치를 만들기도 하였는데, 나물류로 만든 김치는 깻잎김치, 호박김치, 미나리김치, 시금치김치, 콩나물김치, 고들빼기김치, 부추김치, 고수김치, 풋마늘김치, 도라지김치, 풋마늘김치, 가지김치, 고춧잎김치, 고구마줄기김치, 박김치, 호박지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해조류와 어패류, 육류가 주재료가 되어 김치를 만들기도 하는데, 해조류로 만든 김치로는 파래김치, 미역김치, 청각김치, 톳김치 등이 대표적이고, 어패류로 만든 김치로는 굴김치, 대구김치, 북어김치, 오징어김치, 전복김치가 있으며, 육류로 만든 김치로는 닭김치, 뀡김치, 제육김치가 대표적이다.
2) 담그는 방법에 따른 김치의 종류 |
통김치
주재료에 부재료를 섞어 만든 김치로 대표적인 김치에는 통배추김치와 백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등이 있다. 소금으로 절인 주재료에 소를 넣거나 양념을 버무려 만든다.
물김치
국물을 주로 먹기 위해 담그며 국물김치라고도 한다. 겨울에는 김장할 때에 작은 무를 통째로 넣고 동치미를 담아 오랫동안 숙성시켜 먹고, 여름에는 배추나 무를 나박나박 썰어 나박김치를 담그거나 열무로 물김치를 담가 바로 먹는다. 나박김치, 장김치, 동치미, 열무물김치 등이 대표적이다.
깍두기
무나 오이 등의 재료를 네모지게 깍둑썰기를 하여 양념을 넣어 버무려 만든 김치로 무깍두기, 숙깍두기, 무송송이, 굴깍두기, 오이송송이 등이 대표적이다.
소박이
주재료를 토막을 내어 칼집을 넣어 소금에 절인 다음 소를 채워 익힌 김치로서 오이소박이, 가지소박이, 고추소박이, 비늘김치, 석류김치 등이 대표적이다.
보김치
무, 배, 밤, 잣 등의 과실과 낙지, 굴 등의 해산물, 버섯 등 여러 가지 부재료를 섞어 버무린 후에 배추나 깻잎, 양배추와 같이 잎이 넓은 채소로 보자기처럼 싸서 익힌 김치로 보쌈김치라고도 한다. 배춧잎으로 말은 개성의 보김치가 대표적이다.
섞박지
배추와 무를 썰어 절인 후에 여러 가지 양념과 굴, 낙지, 조개젓국을 넣어 고루 버무려 만드는 김치로 배추통김치가 익기 전에 먹는 지레김치로 많이 먹는다. 무섞박지, 배추섞박지, 멸치섞박지, 순무섞박지, 명태섞박지, 동과섞박지, 대구섞박지, 낙지섞박지 등이 있으며 이중 무섞박지와 배추섞박지가 대표적이다.
3) 계절에 따른 김치의 종류 |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계절이 뚜렷하여 계절별로 생산되는 제철 채소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종류의 김치를 담가 먹었다. 긴 겨울에는 김장철에 담근 배추김치, 백김치, 동치미, 무김치 등을 먹었고, 봄이 되면 햇배추김치, 미나리김치, 갓김치, 얼갈이김치 등을 만들어 먹었다. 여름에는 오래 저장하지 않고 비교적 손쉽게 담가 먹을 수 있는 열무김치, 오이김치, 부추김치 등을 먹었고, 가을에는 총각김치, 가지김치, 굴깍두기 등을 즐겨 먹었다.
근래에는 계절에 구애됨이 없이 언제나 채소를 구할 수 있어 이와 같은 계절성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특히 식품공장에서는 포장된 김치류가 대량으로 생산·판매되고 있다.
4) 지역별 김치의 종류 |
김치는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한 특징이 있는데, 북쪽 지방일수록 기온이 낮아 소금의 간이 약하고 고추도 많이 넣지 않아서 덜 맵다. 또한 김치에 젓갈 대신 생선을 넣고 김치 국물을 넉넉히 부어 만들어 김치 맛이 시원하고 담백하다. 남쪽 지방은 기온이 높아 소금과 젓갈을 많이 넣어 간이 세고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 다른 지방에 비해 맵다. 특히 경상도나 전라도 지방의 경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젓갈을 많이 넣어 김치의 맛이 다른 지방에 비해 강하고 진한 편이다.
서울
오랜 기간 동안 한 나라의 수도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궁중에서 먹던 김치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또한 전국의 농산물이 모여들어, 김치 모양이 화려하고 가짓수가 많다. 간은 짜거나 맵지 않게 중간 정도로 하고 양념들은 대부분 잘게 다져서 써 보기에 깔끔하다. 젓갈로는 새우젓, 황석어젓, 조기젓 등의 담백한 젓갈을 사용하며, 생새우와 생갈치도 많이 넣어 만든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배추김치, 보쌈김치, 숙깍두기, 장김치, 감동젓무김치, 나박김치, 오이김치, 석류김치, 섞박지, 고춧잎깍두기 등이 있다.
경기도
김치의 모양이 화려하고 재료가 풍성한 것이 특징이다. 서해안의 풍부한 해산물과 동쪽 산간 지방의 산채, 넓은 들과 밭에서 나는 곡식이 어우러져 김치의 맛과 종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다양하다. 김치의 간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정도로 적당하게 하고, 김치 속에 생새우, 생갈치, 생태 등을 넣어 감칠맛을 내고, 새우젓이나 황석어젓을 주로 사용하여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개성보쌈김치가 가장 유명하고, 이 외에도 씨도리김치, 뀡김치, 순무김치, 고구마줄기김치, 용인오이지, 백김치, 장김치, 총각김치, 미나리김치, 오이소박이, 오이물김치 등이 있다.
강원도
강원도는 동해안에 접해 있는 영동지방과 경기 지역과 닿아 있는 영서지방으로 나뉘는데, 환경과 기후에 따라 각각 특색 있는 김치를 담근다. 영동지방의 김치는 배추와 무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고 말린 생태나 생오징어를 잘게 썰어 넣어 양념소를 만든다. 감칠맛을 내기 위해 맑은 새우젓이나 멸치젓을 섞은 국물에 절인 배추를 적셔 소를 넣거나, 생태 머리, 뼈, 창란젓 등을 넣고 담그기도 한다. 젓갈은 새우젓을 많이 쓰고 국물은 멸치 우린 물을 사용하여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영서지방은 김치에 갓을 많이 넣어 칼칼한 맛을 내고 간은 심심하게 하며 국물은 넉넉하게 붓는다. 영동지방에 비해 젓갈은 많이 넣지 않는다. 대표적인 종류로는 해물김치, 오징어김치, 콩나물김치, 산갓김치, 창란젓깍두기, 서거리김치, 해초김치, 더덕김치 등이 있다.
충청도
충남 지역의 해산물과 충북 지역의 채소가 함께 어우러져 소박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으로 젓갈을 많이 쓰지 않고 소금만을 사용하여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간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정도로 적당히 하고, 젓갈로는 조기젓, 황석어젓, 새우젓을 많이 사용하며, 양념을 적게 넣어 만든다. 부재료로 청갓이나 미나리, 파, 삭힌 풋고추 등을 넣어 만들거나 표고버섯을 채 썰어 배와 밤을 섞어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나박김치, 호박김치, 가지김치, 열무물김치, 돌나물김치, 시금치김치, 호박김치, 굴깍두기, 공주깍두기 등이 있다.
경상도
마늘과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여 맵고 얼얼하며, 소금과 젓갈을 많이 넣어 간을 짜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따뜻한 날씨로 인해 김치가 쉽게 시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소금과 고춧가루를 많이 넣고 국물을 적게 하여 만든다. 젓갈은 멸치젓을 달여서 국물만 사용하고 갈치속젓을 넣어 맛을 낸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우엉김치, 부추김치, 고추김치, 가지김치, 고들빼기김치, 미나리김치, 무말랭이김치, 통대구소박이, 모젓깍두기, 박김치, 콩잎쌈김치, 더덕지, 방울김치, 콩잎김치, 곤지김치, 고구마줄기김치, 들깻잎김치 등이 있다.
전라도
풍부한 해산물과 여러 가지 채소, 산나물이 생산되어 김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김치가 쉽게 시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추와 젓갈을 많이 넣어 만드는데, 고추를 갈아 여기에 젓갈을 섞어 만든 고추 양념을 사용해 칼칼한 맛을 낸다. 김치의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찹쌀풀을 쑤거나 여러 가지 채소를 부재료로 넣어 만들기도 한다. 젓갈은 멸치젓을 가장 많이 써서 색깔이 탁하기는 하지만 깊은 맛을 내며, 조기젓이나 새우젓도 많이 사용한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나주동치미,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깻잎김치, 어리김치, 가지김치, 파래김치, 콩나물김치, 우엉김치 등이 있다.
제주도
섬이라 식재료가 귀해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고 되도록이면 양념을 적게 사용해서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살리는 김치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전복을 비롯한 제주 지역의 해산물을 넣는 김치가 발달하였다. 한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 싱싱한 채소를 언제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김장을 많이 하지 않고, 한겨울에도 잘 자라는 재래종 배추의 줄기나 꽃봉우리로 동지김치를 담가 먹는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톳김치, 청각김치, 유채나물김치, 당근김치, 전복김치, 귤물김치, 꽃대김치, 갓물김치 등이 있다.
황해도
경기, 서울, 충청 지방의 김치와 비슷하나 모양이나 기교를 부리지 않아 소박하고 양이 넉넉하다. 김치에 특이한 향이 나는 향신채소를 넣는데, 배추김치에는 고수, 호박과 열무로 담그는 호박김치에는 분디를 넣는다. 젓갈은 새우젓, 조기젓, 까나리젓을 주로 사용하고 간은 짜거나 맵지 않게 한다. 김치 국물은 짜지 않게 간하여 넉넉히 붓고 익혀서 국수나 밥을 말아 별미음식으로 먹는다. 대표적인 종류로는 동치미, 섞박지, 갓김치, 고수김치, 보쌈김치, 파김치, 풋김치, 호박지 등이 있다.
평안도
평안도는 날씨가 추워서 김치가 쉽게 시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금이나 젓갈을 많이 넣지 않고, 국물을 넉넉하게 부어 만들기 때문에 간은 다른 지방에 비해 싱거운 편이다. 김치의 모양보다는 먹을 때 푸짐하게 담아내는 것을 중요시한다. 젓갈은 조기젓이나 새우젓을 많이 사용하지만 다른 지역 보다는 적게 넣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며, 서해에서 많이 나는 해산물을 김치에 넣어 깊은 맛을 낸다. 고춧가루를 적게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대신 쇠고기로 육수를 만들어 담아 시원하고 감칠맛이 난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가지김치, 꿩김치, 백김치, 동치미, 무청김치 등이 있다.
함경도
동해에 접해 있는 지역은 김치에 오징어, 생태 등의 해산물을 넣고 산이 많은 서쪽 지역은 곱게 다진 돼지고기와 천초, 분려 등의 향긋한 열매를 넣는다. 겨울 날씨가 매우 추우므로 김장김치는 11월 초순부터 담근다. 간은 짜거나 맵게 하지 않으며 젓갈은 새우젓과 멸치젓을 조금씩 넣고 나머지는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젓갈 대신 생가자미, 대구 등을 잘게 썰어 고춧가루에 버무려 넣기도 한다. 김치 국물은 많은 듯하게 붓고 잘 익혀 냉면이나 국수를 말아 먹는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콩나물김치, 쑥갓김치, 무청김치, 함경도대구깍두기, 가자미식해, 산갓김치, 참나물김치, 무말랭이김치 등이 있다.
5) 특별한 김치의 종류 |
궁중에서 먹던 김치
궁중에서는 송송이, 젓국지, 동치미, 섞박지, 보김치, 석류김치, 장김치 등을 주로 먹었으며 임금의 수라상에는 송송이, 젓국지, 국물김치를 올렸다. 송송이는 궁중의 깍두기를 가리키는 말로 무를 작은 크기로 썰어 만든 김치이다. 섞박지는 무와 배추를 네모지게 썰어 절인 후에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이고, 젓국지는 젓국을 넣어 만든 배추김치이다. 장김치는 무와 배추를 나박나박 하게 썰어 간장으로 간을 하여 만든 물김치를 말한다. 석류김치는 무를 둥글게 토막 내어 바둑판 모양으로 칼집을 낸 다음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무채로 소를 넣어 국물을 넉넉하게 부어 만든 김치로 모양이 마치 석류알이 익어서 벌어진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궁중에서 먹는 음식에는 항상 최고급 식재료가 사용되었고 김치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좋은 품질의 배추를 재배하기 위해 연지동 일대의 토질이 좋은 땅을 국가의 밭으로 지정하여 배추를 길렀다고 한다.
사찰에서 먹던 김치
사찰에서는 음식을 만들 때 자극성이 있는 다섯 가지 채소(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말하며 ‘오신채’라고 함)를 넣지 않았는데, 이는 김치를 담글 때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육식을 금하기 때문에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여 담백한 맛을 낸다. 산초나 산초 잎을 넣어 맛을 내기도 한다.
제사상에 올리는 김치
제사상에 올리는 김치는 각 지방의 관습이나 풍속, 가문의 전통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게 나박김치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김치에 들어가는 고추나 마늘이 귀신을 쫓는다는 이유로 김치를 올리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일반적으로 제사상에 올리는 나박김치에는 고춧가루나 실고추를 넣지 않고 하얗게 만든다. 이를 따지지 않는 집안에서는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배추김치를 둥근 통 모양으로 썰어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노인을 위한 김치
치아가 튼튼하지 못한 노인들을 위해서 숙깍두기를 만들기도 했는데, 숙깍두기는 뜨거운 물에 무를 살짝 데쳐서 양념에 버무려 부드럽게 만든 김치이다.
10. 김치와 비슷한 다른 나라의 음식 |
짜사이(착 ·착
')">榨채
')">菜)
중국 사천 지방의 향토음식으로 중국의 3대 채소라고 불리는 겨자과의 착채(착 ·착
')">榨채
')">菜)로 만든다. 소금에 절인 착채를 가늘게 썰어 물에 헹군 뒤, 잘게 썬 대파나 양파, 설탕, 식초, 고추기름, 참기름 등의 양념을 섞어 버무린다. 소금에 절인 음식이라는 점에서 김치와 유사하나 젓갈과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소금에 절인 채소를 발효 과정 없이 양념에 버무려 먹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김치와 다르고 장아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쓰게모노(지
')">漬물
')">物)
채소를 소금이나 된장, 식초, 쌀겨 등에 절인 일본 음식을 말한다. 매실을 시소잎으로 빨갛게 물들인 다음 소금에 절인 우메보시(매
')">梅간
')">干)나 소금에 절인 무를 쌀겨에 묻혀 발효시킨 단무지인 다꾸앙(택
')">澤암
')">庵)이 대표적이다. 다꾸앙은 일본식 김치의 한 종류인 다쿠앙쓰케(택
')">澤암
')">庵지
')">漬)를 한국식으로 순화해서 부르는 말이다. 채소에 절인 음식이라는 점에서 김치와 유사하나 젓갈이나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들어가는 재료가 김치에 비해 단순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김치와 다르며 장아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는 양배추를 잘게 채 썰어 소금에 절인 독일 음식으로 독일어로 '신맛이 나는 양배추'라는 뜻이다. 한국의 김치와 비슷한 음식으로 채소를 오랫동안 저장하여 두고 먹기 위해 만들어졌다. 채소를 소금에 절여 일정 기간 숙성을 거쳐 발효시킨다는 점에서 김치와 유사하나, 젓갈이나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만들며, 들어가는 재료가 김치에 비해 단순하다는 점에서 김치와 다르며 장아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피클(pickle)
여러 가지 채소나 과일을 식초에 절인 식품으로 육식을 즐겨 먹는 서양인들에게 빠질 수 없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냉장시설이 발달하지 못했던 유럽에서 저장식품으로 즐겨 먹었다. 피클은 ‘소금물에 절이다’라는 뜻의 네델란드어인 페클(pekel)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소금에 절인 음식이라는 점에서 김치와 유사하나 젓갈이나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식초를 넣어서 만든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김치와 다르고 장아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아차르(achar)
고추, 라임, 망고 등의 채소나 과일을 절인 인도의 음식으로 서양의 피클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