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를 배려하는 교통문화가 절실하다
지난해 4월 25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A(69세)씨가 몰던 액티언 차량이 도로 양쪽으로 주·정차 중인 차량 8대를 들이받은 후 앞서가던 소렌토 차량을 추돌했다. 추돌사고로 소렌토 차량이 길을 걸어가던 B(74·여)씨와 C(70)씨를 치어 두 사람이 숨졌다. 지난 7월 12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골목길에서 72세의 D씨가 만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 2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음주운전이 사고발생의 주요 원인이지만 언론은 ‘고령자 운전’에 주목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65세 미만 비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점점 감소 추세이지만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사망자 수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848명으로, 737명이었던 2013년 이후 4년 만에 15.1%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3년 5092명에서 지난해 4185명으로 17.8% 감소했다.
물론 65세 이상이라고 해서 모든 연령층에서 교통사고 발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지능력과 신체능력이 떨어진 것에 대응하여 방어적으로 운전하므로 65세~69세까지는 오히려 교통사고 추세가 감소하고, 70세~74세까지는 보합세를 유지하다 75세부터 점점 증가한다. 게다가 고령운전자라고 해도 신체능력이 각자 다르므로 개별적인 상황도 상이하다. 따라서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특성을 파악하여 고령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교통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에 의하면 고령운전자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교차로 통행위반, 차로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등의 법규위반의 경우 교통사망 확률은 1.3배~5.5배로 높게 증가한다고 한다. 따라서 구청과 경찰서에서는 교차로 구조를 개선할 점이 없는지 살피고 되도록 위험한 회전이나 갑작스러운 차선변경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신호등을 한 개 차로마다 설치하여 고령 운전자들이 멀리서도 자신이 진입해야 하는 차로와 신호 상황을 알 수 있다면 교차로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기적으로 가로수 가지치기를 하여 각종 교통표지판과 신호등이 또렷하게 보이도록 해야 하며, 터널이나 교량에는 조명을 밝게 하여 고령운전자의 시야를 넓게 확보해 주어야 한다.
고령운전자가 있는 가정에서도 고령운전자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먼저 고령운전자의 운전석을 높이고 차량에 부착된 거울과 유리를 깨끗하게 관리해 고령운전자가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차량 내부에 불필요한 소음을 최대한 줄여 청력이 떨어진 고령운전자가 차량 외부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량을 자주 살펴 접촉사고가 나지는 않았더라도 차량이 훼손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여유가 된다면 신차를 구입할 경우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각종 자동차 안전기술을 적용한 차량을 우선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고령운전자도 자신의 운전능력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로교통공단에서는 고령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3시간 무료 교육을 통해 속도, 거리추정검사, 시공간 기억검사, 주의검사 등 고령 운전자의 인지기능을 스스로 측정해 볼 수 있다. 수강신청 방법은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www.koroad.or.kr)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클릭한 후 교육 장소와 일정을 선택해 예약하면 된다.
만일 고령운전자가 자신의 운전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판단된다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것이 안전하다. 부산시는 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고령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어르신 교통사랑 카드’를 발급하고 지역 내 의료·상업 시설 이용 시 최대 50%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1953년 12월 31일 이전에 태어난 부산지역 어르신이 경찰서나 면허시험장에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후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10만 원이 충전된 ‘어르신 교통사랑 카드’를 지급한다. 만일 예정 인원이 넘으면 추첨으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추첨에서 탈락한 이들은 다음해로 지원 자격이 이월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조만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노인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동시에 교통 취약계층이 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고령자의 이동수준이 높아질수록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자의 운전을 포기시키는 개념이 아니라 운전자에서 승객으로 합리적인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기조가 필요하다.
해운대구청은 고령운전자들이 굳이 승용차를 타지 않더라도 병원, 대형마트, 중심상업시설, 대형 유통시설, 주요 관광지, 지하철역 등지에 대중교통을 통해 쉽게 갈 수 있도록 대중교통 체계를 다듬어야 한다. 노약자에게 편리한 주거환경은 그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안락함과 여유를 준다. 해운대의 열악한 교통환경을 해결하면서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은 고령운전자와 교통 약자를 배려하는 도시계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첫댓글 27일 오후 3시쯤 좌1동 롯데3차 아파트옆 상가 1층 부동산으로 공동체육관 뒷길에서 37년생 (81세) 어르신이 몰던 차가 돌진하여 운전사외 1인이 다쳤다고 합니다. 조금만 위치가 빗겨나 옆 과일가게 혹은 떡볶이 가게로 돌진했더라면 끔찍한 사고가 났을 것입니다.
그 옆에 좌동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갈 시간인데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