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92조각으로 다시 현신(現身)한 와불상(臥佛像)
박물관의 와불상 설명문에 의하면 이 불상이 발견된 곳은 두산베에서 1백여 km 정도 떨어진 쿠르간 텝폐(Kurgan-teppe)라는 도시의 근교이다. 그러니 어찌 당장 달려가지 않겠는가?
이 도시는 타지크 남서부에 위치한 하틀론 주의 주도로 타지키스탄에서 세 번째로 큰 곳이라고 하지만, 인구는 10만이 채 안 되는 도시로 주로 목화의 주산지로 알려진 소박한 곳이다. 과거에는 러시아어로 ‘쿠르곤 투베(Kurgon-tube)’로, 현재는 타지크어로 ‘쿠르곤 텝파(Qurghon-teppa)’로, 영어식 이름으로는 ‘쿠르간 텝페’라고 불리고 있다.
▼ 조용한 전원도시 쿠르간 텝페의 전경
▼ 와불상이 출토된 쿠르간 텝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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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르간 텝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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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불상이 발굴된 곳은 ‘아지나 텝페(Ajina teppe)’라는 곳인데, 도시에서 동쪽으로 12.5km 떨어진 곳으로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텝페, 텝파, 투베는 모두 조그만 언덕이나 작은 산을 의미한다.
이 아지나 언덕 유적지는 최근까지도 현주민들에게는 ‘악마의 언덕’으로 불렸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교도의 것이기에 주민들의 접근을 꺼렸던 누군가에 의하여 고의로 불렸던 이름이 아닌가 싶다. 그 이름이야 어쨌든, 1961년부터 시작된 고고학적 발굴에 의하면, 이 유적은 7~8세기에 가장 번성하였던 사원유지로, 무려 50만점의 부조, 조각, 벽화 등의 유물들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불교사적으로 보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유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유적은 현재 바흐쉬(Vakhsh)강 유역을 따라 분포되어 있는데, 이 강은 와칸계곡에서 파미르고원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 모여 흐르기 시작한 파미르천-판지강-아무다리아(Amu-Darya)로 이어지는 대하의 한 지류로 예부터 소그디아의 중요한 젖줄로 뭇 중생들의 생명수가 되어 왔던 강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유물들은 제외하더라도, 아지나 유적에서 발굴된 이 <와불상>은 현장의 붓끝에서만 살아 있는 바미얀의 것을 제외하고라도, 실물이 존재하는 세계 최대의 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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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나 텝페 유적지에서 와불 발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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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나 텝페 유적지 원경 인근에 바흐쉬 강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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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나 텝페 유적지 근경
아래 글은 고고학발굴보고서와 박물관의 설명문과 기타 자료들을 참조하여 필자가 그려본 아지나 유적의 조감도이지만, 혹 번역과 윤문 그리고 주석에 큰 잘못이나 범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불교유적이 모여 있는 회랑지대인 아지나 언덕은 바흐쉬 강 유역의 불교 전래에 대하여 아주 확실한 고고학적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유적들은 시가지로부터 동쪽으로 12km 떨어져 있고 강을 따라 이어져 있다. 유적지의 전체 규모는 대략 50m×100m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되어있는데, [주거용 비하라식]사원과 신전[예배용 차이티야식 佛堂, 法堂]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단지의 중앙에는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사각형의 뜰(정원)이 있다.
두 단지의 중앙에는 아이반(Aivan set?)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있고 이곳은 뜰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이반의 벽 뒤에는, 사각형 또는 반쯤만 사각형인 모양의 회랑이 있는데 이곳을 통해 사원의 중요한 방으로 드나 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회랑의 입구는 건물 동쪽면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그 건물의 현관은 경사로를 따라가면 나타난다. 사원의 안쪽은 서쪽에서 온 승려들이 모이는 장소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전은 아지나 언덕 북녘에 위치해 있는데, 복원된 설계도에 따르면, 회랑의 앞부분과 거의 같은 모양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마당 중앙에 커다란 스투파(stupa)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스투파는 ‘초창기의 신전[ziggurat]’의 형태를 하고 있다. [저자 주석:말하자면 인도 중부의 산치(Shanchi)의 마하스투파(Maha S) 형태를 모방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 산치의 마하스투파(1호)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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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하 스투파의 부분 비교 해석도
▼ 대 스투파 VS 작은 지제들 . 나란다유적지에서 앞에 둥굴고 작은 기단들이 지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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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모서리에는 모양은 커다란 사리탑과 형태는 같지만 10배 더 작은 탑들이 세워져 있다. [이른바 ‘지제(支提 Caitya)라고 부르는 일종의 스투파의 시대적인 변형의 형태로 보인다. 이 작은 스투파, 즉 지제들은 사원 북쪽에도 세워져 있다.]
회랑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벽과 아치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벽의 감실(監室)에는 크고 작은 조각들이 세워져 있다. 이중에는 머리 부분이 90cm정도 되는 커다란 불상이 남쪽 사원에서 발견되기도 했고 수많은 작은 불상들도 모두 받침대 위에 있었다. 이들 받침대는 신전의 벽이 다 차 있을 때에는 제물을 놓는 용도로도 사용했다.
조각의 파편들이 중앙 신전에서 많이 발견되었는데, 거기에는 여러 신들과 인간의 모습들이 묘사되어 있고 통로에서도 수많은 벽화와 조각들이 발견되었는데, 이 통로의 벽 역시 위부터 아래까지 모두 채색되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각의 대부분은 복원해서 전체 모습을 되살려내기에는 너무 잘게 쪼개져 있었다. 그러나 <설법상>이나 <공양상> 같은, 아주 잘 보존된 것들도 간혹 있다. 또한 아치의 그려진 벽화에는 수많은 붓다가 열을 지어 앉아 있는 <천불도(千佛圖)>가 그려져 있고 사람 크기의 1.5배가 되는 좌불상도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붓다 생애의 연대순으로 각각 다른 자세를 취하면서 기념비적 장면들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와불상>은 발굴과 보존과정이 무척 어려웠는데 그 이유는 아지나의 조각상들이 모두 돌이 아닌 진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와불상은 92개의 조각으로 잘랐다가 나중에 붙여서 현재의 모습으로 재현하게 되었다.
2) 원문에는 Aivan set라고 되어 있지만, 해석이 도무지 안 되어서... 눈 밝은 이들의 몫으로 남긴다.
첫댓글 이렇게 큰 열반상이 중앙아시아에 숨겨져 계셨다니요...? 놀라울 뿐입니다.
그럼 아직까지 불교계에서 공개된 적이 없는 것인가요?
아마도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불교계가 뭘 하는지 몰라~~
저게 다 진흙이군요.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