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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경북 예천 生·대창고·서울대 수의학과·삼성생명 입사·제일제당 이사·삼성중공업 조선부문 이사·삼성생명 상무·삼성화재 사장·현재 삼성생명 사장 | |
이수창(58) 사장은 남다른 열정, 긍정적 사고, 몰입 등을 CEO의 덕목으로 꼽는다. 사원에서 사장에 이르기까지 35년여 직장 생활 동안 그는 이런 덕목을 선·후배에게 몸소 보여줬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1973년 삼성그룹 공채 14기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신입사원 이수창’의 첫 직장은 삼성생명이었다. 그 후 35년여 동안 제일제당·삼성중공업·삼성화재 등을 두루 거친 그는 지난해 4월 친정인 삼성생명에 ‘사장 이수창’으로 금의환향했다.
8월 10일 오후 삼성생명 본사에서 마주한 이 사장은 “지금껏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덕에 99년 삼성화재 사장에 이어 삼성생명 사장도 됐다고 생각하지만, 회사에 막 들어왔을 때는 그런 꿈조차 꾸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날 오전 그룹 신입사원 교육에 다녀왔다는 그는 처음엔 사장이 뭐 하는 사람인지도,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지도 잘 몰랐다고 술회했다.
그가 ‘사장의 꿈’을 꾼 건 사원 입문 교육 때 우연히 교육 리더로 뽑히고 나서다. 그는 교육 진행자와 새벽까지 과정 마무리를 하고 다음 일정을 준비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그 교육 진행자는 이 사장을 향해 “앞으로 크게 되겠다”는 식으로 자신을 인정하고 격려해 줬다고 한다.
신입사원 이수창은 4주 일정의 교육 기간 내내 격려의 말을 듣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붙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감히(?) 사장의 꿈까지 품게 됐다. 그 뒤 과장과 부장 등을 거치면서 동료와 선·후배에게 수도 없이 자신의 꿈은 사장이 되는 것이란 말을 흘렸다. 그것은 자신을 향한 채찍질이자 다짐이었다.
그런 ‘폭탄 선언’을 해놓고 일을 대충할 수는 없었다. 이 사장은 지금도 입버릇처럼 “회사에 출근하고 싶어 새벽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고 말한다. 그는 새벽 5시10분에 일어나 6시30분까지 운동하고 8시 전에 회사에 나온다. 사장을 꿈꿨던 신입사원 시절 못지않은 열정이 넘친다.
그래서 ‘일복’이 많은 걸까? 이 사장 앞에는 언제나 난제가 쌓여 있었고, 남다른 열정으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그는 제일제당 과·부장 시절 미원과 ‘100년 조미료 전쟁’의 최전방을 누비며 회사 안팎에서 빼어난 마케팅맨으로 인정받았다.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인사 담당 임원으로 부임한 그는 2년 6개월 동안 아침·저녁으로 숟가락만 들고 직원 집에 들러 대화를 나누며 골칫거리이던 노사 문제를 말끔히 풀었다.
95년 삼성화재 경인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사장은 부임 당시 18.7%로 4위에 머물던 시장점유율을 1년 만에 24.9%인 1위로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삼성생명 사장 2년째인 올해는 위험 대비 등 보험업의 본질에 충실한 ‘보장자산’이란 화두를 던져 보험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상사 운도 좋았다”고 말하는 이 사장은 회사의 목표 가운데 하나인 ‘위대한 일터(GWP)’를 만들려면 선·후배와 동료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배우는 과정에서 종적, 횡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특히 따끔하게 야단을 치면서도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고 힘을 북돋워 준 선배들을 잊지 못한다.
이 사장은 그래서 섬김을 중시하는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주창한다. 그는 자신을 “임직원의 첫 번째 서번트”라며 “임원은 간부의 서번트요, 간부는 평직원의 서번트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매달 넷째 주 목요일이면 직원들과 함께 조찬을 하면서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가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본사와 현장, 본사 부서와 부서, 현장과 현장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일이 잘 풀릴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특히 회사 안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경영 현황을 낱낱이 공유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직접 나서서 허심탄회하게 호소한다.
그는 지난 8월 초에 서울·수도권의 4개 지점을 돌다가 회식 자리에서 “(회사와 직원 사이에서) 사장은 외롭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사장은 회사의 미래 경쟁력이나 가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일일이 다 들어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랬더니 어느 여직원이 잔을 권하면서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 사장은 “당시 가슴이 뭉클했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이어 “공감대가 없으면 괜한 오해가 생기고 모두가 힘들어진다”며 “리얼타임으로 회사 경영 현황과 구성원의 활동 등을 공유하는 사이버 공간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이런 바탕에서 자신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인 ‘현장경영’을 펼쳐나간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에 경영진은 현장으로 달려가 그곳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한다. 현장은 특히 고객 섬김, 직원 사이의 섬김과 커뮤니케이션이 동시에 이뤄지는 최전방이기 때문에 잠시도 소홀히 여길 수 없다는 뜻에서다.
이 사장은 취임 1년 3개월여 사이 영업 현장을 쉴 새 없이 누볐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23일 이 사장은 새벽 일찍 서울 사당지점 세 개 브랜치를 깜짝 방문했다. 영업 현장에서의 고객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장은 프린터기 주변에 고객 정보가 나뒹굴고 있지는 않은지, 재무설계사(FC) 책상 곳곳에 청약서가 흩어져 있지 않은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점검 결과에 만족한 이 사장은 사당지점에 한 통의 편지를 남겼다. 편지를 받고서야 이 사장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시장점유율 34%로 삼성생명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이 사장의 활약상이 눈에 띈다. 이 사장은 부임 6개월 동안 20여 곳이 넘는 기업을 방문해 삼성생명에 퇴직연금을 맡겨 달라며 세일즈했다. 삼성생명이 타깃으로 삼은 어느 공기업 사장이 한 언론사의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달려갔을 정도다.
이 사장은 이렇게 기업 문화와 조직을 정비하는 일뿐만 아니라 미래 먹을거리 확보에도 분주하다. 그는 “사장이 단기 성과에 초연할 수는 없지만 5년, 10년 후 회사와 회사를 둘러싼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 역시 사장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87%에 이를 정도로 생명보험 시장은 이미 성숙돼 있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사장이 그리는 큰 그림은 글로벌 시장 진출과 경쟁력 격차 확대다. 삼성생명은 97년에 태국 합작 생명보험회사를, 2005년에는 중국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현재 세계 6개국 7개 지역에 진출해 있다. 이 사장은 그러나 당장 현지에서 뛸 인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얼마 전 중국 지역 전문가 출신 50명을 대상으로 깜짝 ‘중국어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랬더니 이들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회사가 자신에게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여겼던 직원들로선 점수는 물론 시험 자체도 충격이었다.
“1년쯤 뒤 어느 날 중국 사업을 확대하자고 하면 보나마나 사람이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할 게 뻔합니다. 어떻게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올해 창립 50주년인 회사가 국내 1위지만, 그건 과거 얘기지 미래를 보장해주는 담보는 아니거든요.”
이 사장은 경쟁력 격차 확대를 위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가 생각하는 생명보험회사의 기본기는 전문성이다. 그래야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7월에 ‘삼성 라이프마스터 제도’를 도입했다.
공인재무분석사(CFA)·공인노무사 등 회사에 꼭 필요한 13개 자격증 소지자 가운데 특히 뛰어난 사람을 뽑아 이들이 지식경영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제도다. 조직에 학습 문화를 전파하고 멘토로서 도움도 준다. 이 사장은 “난세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전문가 집단이 돼야 개인의 가치는 물론 기업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종신보험 중심의 보장자산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기본기에 충실한 조치다.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변액보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변액보험은 투자형 상품이라 원금을 까먹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보험의 기본이자 본질은 ‘보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장자산은 가장에게 예측불허의 위험이 발생할 경우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의 총액인 동시에 가족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재정적심리적 안정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보장자산을 늘려 가족애를 실천하는 것이 생명보험사 본연의 업이라는 취지다. 85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지난해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장자산은 319조원으로 고객 1인당 3,800만원 수준이다. 이 사장은 올해 말에는 고객 1인당 보장자산을 4,200만원으로 끌어올릴 목표다.
이렇게 회사를 확 바꿔가고 있는 이 사장의 새로운 꿈은 ‘재정적 안정을 보장하는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이를 위해 2015년 매출 60조원, 자산 260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 15 생명보험사’란 중간 지향점을 설정했다. 오늘도 새벽을 기다리는 이 사장의 열정 속에서 그의 꿈이 영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