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40집 수필원고
잊을 수 없는 행복마을
청송 장병학
유유히 흐르는 미호천 상류 은빛 나는 모래밭 냇물이 휘감고, 야트막한 망월봉 산줄기가 온화하게 감싸는 생거진천 갬절이 마을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옛날, 옛적에는 마을 동산에 큰 규모의 절이 자리하고 있어 각 처에서 개미떼처럼 신도들이 물밀 듯이 찾아오는 동네였다. 이 때부터 이 마을을 개미절이라 불려오다가 오늘날 갬절이라고 불려오고 있다.
진천군내에서 단위마을로는 100여 호가 넘었던 큰 마을이다. 마을사람들은 단결심이 강하고, 이웃사촌끼리 친절하고, 서로 협심하며, 효심이 강한 살맛나는 옹골찬 마을이다. 다른 동네보다 커서 아랫말, 중말, 윗말로 나누어 불리우는 진천에서 단위 부락으로는 가장 큰 마을이다.
북쪽으로 마을 끝자락 산기슭을 끌어 앉은 방구모퉁이에는 높은 절벽과 우람하고 기이한 천혜의 아름다운 바위들이 치솟고 있어 예부터 마을 사람들은 가암(佳岩)마을이라고도 불려오고 있다. 아름다운 바위 밑으로는 맑은 물이 넘실거리는 커다란 둠벙도 자리하고 있다. 산기슭의 아름다운 바위와 맑고 푸르른 둠벙은 신선의 절경을 이룬 곳으로 많은 풍류객들이 이곳을 찾아 흥을 돋궈냈던 명소였다.
마을 사람들은 사람냄새의 따스한 정감이 넘쳐흐르는 마을이기에 오래전부터 가암마을보다 갬절이 마을로 불려왔다. 갬절이 마을에서 내가 해방 이듬해, 지금의 아랫말 지호 형님댁 초가집 뒷방에서 아침 햇살이 온 누리에 비치는 아침, 10시경 어머님께서 나를 낳아 주셔 올곧게 자란 마을이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고향 마을인 갬절이 마을을 영영 잊을 수 없다.
나는 10리가 넘는 길을 진천읍에 있는 초·중·고교에 자갈길을 줄곧 걸어 다니면서, 선생님이 되려는 꿈을 갖고 열심히 학창시절을 보냈다. 나는 상산초등학교와 진천중학교 다닐 때 우등상도 타면서 충북의 명문고인 청주고등학교는 거뜬히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넉넉지 못한 가정을 내 자신이 너무 잘 알기에 고향에 있는 농고를 다니게 됐던 아련한 추억들이 나의 안전에 살포시 다가왔다. 농사일만하는 진천농업고등학교에서 다니면서 어렵게 나 스스로 야독하면서 어렵게 청주교육대학에 입학하였다.
난생 처음, 정겨운 집을 떠나 청주 석교동에서 친구들과 하숙생활을 하면서 한 달을 편하게 지냈다. 당시 하숙비는 쌀 여섯 말이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돈보다 쌀을 직접 주는 것을 원했다. 3월말 하숙비를 가지러 초조한 마음으로 집에 가면서 끼니 조차 해결이 어려운 시절이라 어머니께 말씀을 어렵게 드리니까 광에서 쌀 여섯말을 실하게 담아 주셨다.
눈가에는 눈물이 핑 돌면서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효심으로 덮인 아름다운 더니 바위 옆으로 큰 도로가 있다. 덕산 방면에서 간간히 자갈길로 달려오는 청주 가는 덜컹덜컹 소리를 내는 시외버스가 있어 무거운 쌀을 버스에 싣고 청주 하숙집에 닿았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쌀이 너무 좋다며 아주 기뻐하셨지만, 내게는 어렵게 살아가시는 어머님, 아버님 얼굴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그날부터 며칠간 가정교사 집을 탐문하여 어렵게 구해 고단한 몸이지만, 졸업할 때까지 줄곧 내 스스로 자력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효도를 했다고 자위했다.
대학졸업 후, 집에서 가까이 있는 옥동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1980년 몇몇 지역 문인들과 진천문인협회를 창립하고 문단 활동하였다. 이후, 수필, 동시문학 장르에 등단하여 줄곧 작품활동을 펴왔다. 내게는 같은 학교에 함께 근무했던 여선생인 지금의 예쁜 아내를 얻은 행운아였다.
나는 늘 고향에 대한 문학적 소재가 많음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감사함이 넘쳐 남은 부인할 수 없다. 진천문협회가까지 만들어 매년 발행되는 진천문학 작품집에 선을 뵈고 있으며, 향수에 젖은 진천문학에 박수를 보냈다.
이후, 직장 때문에 청주에서 살아가면서 청주문인협회장, 충북수필문학회장, 충북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중부문학회 초대회장, 한국펜문학 충북회장, 충북글짓기지도회장,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부회장, 한국아동문학회 중앙위원장 등 중추적 문학 활동에 봉사하면서 오직 자랑스런 고향을 가슴에 품으면서 늘 감사한 마음이 녹아내리었다.
평생 혼신을 다하고 내 한 몸을 불살랐던 성스러운 교직을 정년하면서‘꿈을 주는 동시’라는 동시집을 출간하는 출판기념식까지 겸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의 동시집에 내가 나서 자란 마을을 소재로한 ‘갬절이 행복마을’ 시를 써서 많은 축하객들에게 낭송함에 한아름 박수를 받으면서 향수에 흠뻑 젖었다. 내가 나서 자라며 돌돌돌 맑은 냇가에서 물장구치며, 친구들과 즐겼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알알이 담긴 마을 시를 지금도 간간히 음미하면서 고향생각에 빠져들 때가 많았다.
정년퇴임식 자리에서 내가 나서 자란 ‘갬절이 행복마을’ 시를 낭송하면서 고향 마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내빈들께 드리기도 했다. 나의 정년, 출판기념식장 안에 자랑스럽게 전시했던 마을시를 고향에서 축하해주기 위해 참여했던 죽마고우들은 갬절이 마을로 가져갔다. 친구들은 동네 마을회관에 여러 달 게시하면서 부락민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던 추억이 지금도 곱씹어지고 있다. 살맛나는 ‘갬절이 행복마을’ 시를 사알짝 선을 보이면,
“샘거리, 방구모퉁이, 걸응내/ 육마생이, 말림새, 양골~”/ 흙냄새 가득 살 맛나는 마을/ 머얼리 두타산 정기 받으며/ 금빛햇살 받는 갬절이 행복마을. / 마을사람들끼리 정겨움과/ 돈독한 정 담뿍 안기며/ 덕온이 효자바위 거울삼아/ 정스러운 마음 살포시 나누는/ 인심 후덕한 갬절이 행복마을./ 이 생명 다하도록 잊지 못할/ 생거진천의 포근한 보금자리/ 오늘도 정겨운 이웃사촌끼리/ 오순도순 이심전심 사랑하며/ 건강지수 높은 갬절이 행복마을."
마을 총회에서 돌돌돌 흐르는 미호천의 상류인 앞 냇가에서 물장구치며 마음껏 꿈을 먹고 자란 ‘갬절이 행복마을’ 시가 담긴 시비 건립보다 입체적으로 대형 시화 작품을 영구 제작하여 마을 경로당 부근에 건립하겠다는 이장의 말씀에 따스한 동살을 품은 이팝나무가 붉은 노을을 품듯 가슴이 붉어지면서 가슴에 고향마을에 계신 어르신들께 한아름 고마움을 드리고 싶었다.
생거진천교육발전공동회 주관, 진천교육지원청이 후원하는 삶과 꿈을 키우는 진천행복교육지구 교육행사에 우리 동네, 갬절이 마을이 선정되는 영광을 얻어냈다. 진천관내 초·중·고교 청소년 예술가의 꿈을 가진 미래의 꿈을 지닌 15명의 학생들이 일 년간 마을 지명 유래 조사, 마을 투어(마을 꽃길 조성, 어르신 안마, 노래잔치 등), 마을벽화 만들기, 덕온이 바위 연극공연 계획까지 알차게 세워 일 년간 진행해왔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연출하며, 실증적으로 체험하며 작가를 비롯 폭넓은 예술가의 꿈에 도전하는 미래지향적인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풍요로운 10월이 다가는 마지막 날,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우리 마을 토크 학습발표회’를 진천읍사무소에서 공연한다고 이장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음악과 함께 내가 나서 자란 마을, 가슴으로 지은 ‘갬절이 행복마을' 마을시가 음악과 함께 영상으로 비치면서 부락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 내 마음은 한 마리의 새처럼 푸른 창공을 나르는 듯 했다.
이번에 참여한 학생들은 저마다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마치고, 여가 시간을 활용했다고 한다. 생거진천교육발전공동회 선생님들과 귀하고 아름다운 실증적인 체험학습을 나눈 청소년 예술가들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를 주었다. 생거진천교육발전공동회와 미래의 꿈을 가진 진천군내 학생들까지 박수를 보내주는 자랑스런 마을이라 가슴 뿌듯하다.
‘시작은 반이다.’라는 속담처럼 여기서 멈추지 말고 우리 동네가 한 단계 뛰어 넘어 도약했으면 한다. 효심이 넘친 더니 바위 연례행사, 자랑스런 마을비가 올곧게 세워진 마을, 문학예술공원과 문학예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마을, 거북놀이 등 다양한 고전적인 전통놀이의 재현 행사가 베풀어졌으면 한다.
효행과 문화예술이 넘쳐나고 전통놀이의 재현과 함께 농산물 판매장 설치까지 연중 펼쳐지는 갬절이 문화예술마을이 톡톡 창출하고, 발전되기를 학수고대한다. 나를 낳아 자라도록 베풀어준 은혜로운 갬절이 동네가 전국에서 톡톡 튀는 살맛나는 행복마 건설을 위해 한 줌의 힘을 한껏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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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의식 수필(1986), ‘한국아동문학연구’ 동시(2002) 등단
* 국제PEN충북위원장, 충북수필문학회장, 청주문인협회장, 중부문학회 초대회장,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부회장 역임
* 충북수필문학상, 충북문학상, 충북아동문학상, 운초문화상(문학), 한국아동문학창작상, 박화목아동문학상, 문예한국작가상,
진천문학상, 청주문학상, 한국교육자대상, 황조근정훈장 수상
* 꿈을 주는 동시, 별님도 덩실덩실(동시집), 늘 처음처럼, 신이 내린 선물(수필집), 함께 가는 미래사회(칼럼집) 외
현) 한국아동문학회 중앙위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협 전통문학연구위원, 수필의 날 조직위원,
고문(진천문인협회, 충북펜문학회, 충북아동문학회, 충북글짓기지도회, 충북시인협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