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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통닭집
신 경애
등장인물
아버지: 오 사장
아들: 오 부장
이 여사: 오 사장의 노인대학친구,
통닭소스 비법 가르쳐 준다
김 영감 :노인정 총무
단골손님과정아
1장 통닭집
입간판이 서있다.
통닭 먹으면 돈 벌리고 돈이 쌓인다.
오 사장 성공스토리 어록도 드립니다.
오 사장: (의자 위치를 이리자리 바꾼다)
오 부장: 아버지! 그거 뭐 하러 힘들게 바꾸세요?
노출이 심한 맥주광고가 벽에 붙어 있다.
오 사장: 민망해서 저 그림 안보이게 하는 거다.
오 부장; 어떻다고 그러세요. 젊은 사람들은 다 좋아해요.
오 사장: 민망해서 떼던지 해야지 눈 둘 데가 없구나.
그때 스키니 입은 여자와
남자 들어선다.
건장한 팔에 남자, 문신이 있다 .
오 부장: 어서 오세요.
오 사장: 거 팔에 그거 뭐요?
남자: 문신이요. 멋있죠? 사장님도 해보세요. 용이에요
오 사장:멋은 개뿔 ....... 흉허게 그게 뭐요?
남자: 어르신들 중에는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젊은 사람은 안 그래요. 개성 아닙니까. (의자에 앉으며)
생맥주 2잔 하고, 양념 한 마리 주세요.
오 사장: (못 마땅하다. 속으로) 음 음, 벗고 다니는 거나 다름 없구만. (묻는다) 아가씨 몇 살이요?
정아: 미성년 아니에요. 왜요?
오 사장: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오 부장: (빠르게 나서며) 아버지 이것.......이것 좀.
기름 있죠? 기름 한통 가져다주세요.
오 사장: 기름? 많은데 왜?
오 부장: 더 넣어야 되겠어요.
오 사장: (눈길이 아가씨 쪽으로) 그런데 저 여자 저 옷 말이다.
입은 건지 벗은 건지.........
오 부장: (귓속말처럼) 아버지, 손님 그런 거 상관하지 마세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요 뭐.
문신이나 옷차림이나
오 사장- 그래도 남들 시선이란 게 있지 않아?
오 부장: (짜증, 그러나 작은 소리) 글쎄 신경 쓰지 말라니까요!
오 사장: 신경 쓰지 말라고? 넌 부장이야, 난 사장이고.
사장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아니지
오 부장: 알겠습니다. 사장님
아참, 이 후라이드 이거, 이 여사님 갖다드리고 오세요.
오 사장- (번쩍) 이 여사 집에? 갑자기 이 여사 집엔 왜?
오 부장- (빠르게) 배달이요, 배달!
오 사장- 그래? 주문했어? 난 몰랐는데.......?
오 부장- (밀어내듯) 아까 했어요. 아버지 잠깐 창고에 가셨을 때.
제가 깜빡했어요. 빨리 다녀오세요.
오사장: 그래? 웬일이냐, 지독하게 짠 여자가 통닭을 다 시키고......
(갑자기 활기에 넘친다)
오 사장, 이여사라는 말에 신나서 나간다.
오 부장: 사장님, 가서 차도 한잔 하고 오세요. 천천히........
(손님들에게 맥주와 안주 건넨다)
남자: 언제 개업했어요? 얼마 전에도 못 봤는데
오 부장: 이 주 됐습니다.
남자: 이 주일이요? 허허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다 좋은데........
아버님하고 같이하세요?
오 부장: 네
정아: 골치 좀 아프시겠다. 오는 손님 다 쫒고.
남이야 무슨 옷을 입든 무슨 상관이야? 안 그래요?
오 부장: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좀 옛날 분이라.......
들으셨네요?
정아- 그럼 들리죠. 벗고 다니는 것 같다니, 그런 몰상식한 메너가
어딨어요? 그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오 부장-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남자- 그냥 집에서 쉬라고 그러세요.
노인네는 장사에 도움이 안 돼요. 젊은 애들이 써빙을 해야지.
그래서 알바 쓰는 거 아닙니까?
정아- 다른 가게 봐요. 젊은 알바 싹싹하고 친절하고 산뜻하잖아요.
그런데 뭐야 이집은? 분위기 우중충 하고.
오 부장: 그래요? 우중충 합니까?
(실내 둘러보며) 나름 실내장식에 신경 썼는데요........
정아- 실내장식 백번 좋으면 뭐해요? 노인네 자체가 우중충인데.
손님한테 치마가 짧다, 길다, 잔소리나 하고.
뭘 착각하는 모양인데 손님이 왕이라고요, 사장이 왕이 아니라
오 부장- 그래서 걱정입니다. 솔직히 말하지만 저희 아버지 장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되세요.
남자- 도움은 고사하고 손님 다 쫒는 거지.
그러니까 가게 나와 얼쩡거리지 말고 그냥 집에서 쉬라고
하세요. 그게 도와주는 거예요.
오 부장: 하지만 그게.......어쩔 수 없어요. 아버지가 물주라........
제가 아이티사업하다 돈을 몽땅 날렸거든요.
거지 됐어요.
남자; 아하 그랬군요. 나도 아이티사업하다 다 날리고
지금은 착실히 회사 다닙니다. 나이는 어떻게.......?
오 부장- 서른이요.
남자- 동갑이네. 나이도 같고 친구해도 되겠네요.
종종 봅시다.
오 부장: 네 자주 오세요. (팝콘 수북하게 담아다준다)
남자: 어쨌든 아버님 문제는 신경 쓰세요.
전혀 장사에 도움이 안 될 겁니다.
2장 이 여사 집 (새로 지은 임대아파트17평)
초인종 소리 들린다.
이 여사: 누구세요?
오 사장: 접니다. 오 사장
이 여사: (문 열며) 무슨 일로?
오 사장; (신났다, 웃으며) 통닭이요. 배달 왔습니다.
이 여사: 배달이요? 통닭 안 시켰는데?
(딸을 향해) 너 통닭 시켰니?
딸 : (소리만) 아니
이 여사: 아니라는데요. 통닭 시킨 일 없대요.
오 사장: 어 그래요? 우리아들이 그랬는데, 주문했다고.
이 여사: 혹시 옆집 아녜요? 304호?
오 사장: 아녜요. 분명 이 여사님 댁이라 했어요.
이 여사: 우린 안 시켰어요.
오 사장: 어떻게 된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전화한다. 전화 안 받는다)
이 여사: 거 봐요, 전화도 안 받고. 우리 아니니 가져가세요!
오 사장- (어벙벙) 뭐야? 분명 그렇게 말했는데........
그래서 내가 ‘그렇게 지독한 짠순이가 통닭을 시키고 웬일이냐?’
이렇게 물어보기까지 했다고요.
이 여사: 뭐요? 지독한 짠순이요?
오 사장: (실수 깨닫고)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여사: (쏘아 붙인다) 그래요, 나 짠순이예요. 짠순이가 어떻게
통닭을 시켜요? 우리 아녜요, 가져가세요.
3장 통닭집
오 사장 들어온다.
오 사장: 이 여사 통닭 어떻게 된 거냐?
안 시켰다는데 어떻게 된 거야?
남자: (계산을 치르는데)
오 사장: (참견) 아가씨, 남들 시선도 생각해야지.......옷을 왜 그렇게.......
오 부장: (급히) 아버지 통닭 갔다주고 오시래두요.
오 사장: 안 시켰다는데?
오 부장: 안 시키긴 왜 안 시켜요? 시켰다니까요!
오 사장: 아냐, 안 시켰데. 짠순이가 무슨 통닭을 시키냐고!
오 부장: (화난 듯 버럭) 글쎄 시켰다니까요! 빨리 갖다 주고 오세요.
오 사장: (아들의 단호함에 눌려) 알았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오 사장, 다시 나간다.
남자: 배달도 어리버리.......정말 골치 아프시겠다.
(쌓인 책자 집어 들며) 그런데 이건 뭐예요?
오 부장: (컵을 닦으며) 아버지 취미생활예요, 아버지가 직접 쓰신
자수성가 성공담인데 서비스로 손님들 한 권씩 준다고
남자: (책자를 훑어보다가)
아, 젊어서 사업에 성공하신 분이시네.
정아: 그렇게 안 봤는데,.......
책까지 직접 쓰셨다고요?
오 부장: 네, 그래서 고집이 대단하세요. 자부심이랄까 소신이랄까
남자: 그런 재주가 있으면 집에서 책이나 읽고 계시지, 왜 이런데
나와 질척거리신데? 성공사례 자서전 .........아무나 못 쓰는 건데.
오 부장: 글쎄 말입니다. 걱정예요.
남자: 어쨌든 한번 읽어봐야겠네. 한 권 줘 봐요.
책 받아들고 가게를 나가는데
4장 이여사집
이 여사와 오사장, 실갱이를 하고 있다.
이 여사- 글쎄 왜 이러세요. 안 시켰다쟎아요! 우리 안 시켰어요.
오 사장- 이 여사 그렇게 안 봤는데 이제 거짓말까지 합니까?
이 여사: 거짓말이요?
오 사장: 그럼 내가 거짓말 하겠어요? 통닭 한 마리 팔아 얼마
남는다고. 다시 확인했다고요. 분명 시켰대요.
이 여사; (옥신각신하다가)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냥 놓고 가세요.
파는 방법도 여러 가지네. 돈은 아들한테 줄께요.
오 사장: 외상이네.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이 여사: 외상이 아니라........(하다가)
이왕 왔으니 차나 한잔 하고 가세요.
오 사장: (기분 좋아지며) 아 이거 번번이 얻어먹기만 해서
이 여사: 커피 좋아 하시니까........ 커피로 드려요?
오 사장: 네 커피요. (식탁에 떡을 가리키며) 그런데 이건 뭡니까?
이 여사; 딸 유치원에서 가져온 떡이에요
식사 안했으면 들어 보세요.
오 사장: (떡 하나 먹으며) 그래 유치원 선생님은 할 만해요?
딸 : 힘들긴 하지만 제가 애들을 좋아해서.......적성에 맞아요.
오사장: (둘러보며) 집이 깔끔합니다. 취향이 고급스럽고.
(하다가) 아니 저건 내가 드린 선물 포장지인데.......
그거로 조화를 만드셨네?
이 여사; 아녜요 그 포장지(몸으로 가리며)
오 사장: 맞아요. 내가 이 여사님께 준 선물........그 포장지.
튜립...에버랜드 꽃축제 갔을 때.......밤에는 레이져쇼 하고
에버랜드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딸 : 엄마, 그런데도 갔어?
이여사: 아니다, 에버랜드는 무슨.......
(하다가 서둘며) 어머 내 정신 봐, 얼른 가보셔야죠?
아드님 혼자 바쁠텐데.......
오사장: 아뇨, 전혀 바쁠 거 없어요. 아들이 그랬어요.
이 여사님 댁엔 오래 있다 와도 된다고!
이 여사: (그래도 밀어내듯) 그래도 가보세요. 혼자 힘들 거 아녜요?
오 사장: 그냥 쫒아내네, 알았어요. 가죠. 커피도 다 못 마셨는데
오 사장, 간다.
딸: 이상한 사람이네. 아니, 안 시켰는데 왜 자꾸 준대요?
이 여사: 글쎄 모르겠다, 서비스도 아니고.
딸: 말도 안 돼. 서비스 아니면 억지로 갔다 앵기는 거 아녜요? 강매!
이 여사: 어려운 일 있으면 서로 돕는 게 이웃사랑이라.......
딱 자르기도 뭐하겠고 해서 받은 거지.
딸: 장사가 안 되도 이러면 민폐지.
이 여사: 저 영감 허풍 쎈 사람이 됐어. 가게가 잘 안되고
아들 사업 망하고 그러더니 무슨 말이든 허풍처럼 들려.
내가 가르쳐준 소스 있지? 비법이 최고라나. 나중엔 체인점
낸다고 큰소리치지 뭐냐?
딸: 엄마 솜씨가 아깝지.
그런데 엄마는 저런 영감쟁이가 좋아?
이 여사: 별소릴 다하네. 동네 이웃이니까 만나는 거지.......
딸: 꽃 박람회 같이 갔다며? 그것도 레이져 쇼 하는 야간에?
이 여사: (변명처럼) 그거야 가자, 가자 어찌나 졸라대는지.......
귀찮아서 갔지.
딸: 난 별로야. 우락부락 인상도 별로고, 꼰대 티가 줄줄 흘러.
이 여사: 맞아 꼰대 스타일.
그런데 잘 모르겠어. 사람들은 불편한 노인네라 하는데
내가보기엔 본심은 선량한 사람으로 보이더라.
딸: 선량해? 엄마도 넘어 갔어 그 영감한테 .......
이 여사: 얘가 무슨 소릴.......
딸: 틀림없어, 엄마한테 흑심 품고 왔다갔다 하는 거야
시키지도 않은 통닭, 배달 핑계 대면서.......
엄마를 보는 표정이 좋아한다고 써 있단 말야.
5장 가게 안
손님이 한명도 없다.
오 부장: 아버지 가게 접는 게 ........어떻겠어요?
오 사장: 무슨 소리냐? 겨우 이 주일하고 접는단 말이냐?
오 부장: 비참한 생각이 들어 못 참겠어요. 기운이 쭉 빠지고.
맥주 손님은 아예 없고 하루에 겨우 통닭 서 너 마리 팔아서
장사 되겠어요?
오 사장: 그렇다고 가겔 접어? 작아도 사업 아니냐, 사업!
사업이란 기다릴 줄도 알아야 되는 거야.
하루에 한 마리 팔수도 있고, 백 마리 팔수도 있는 거지.
내 아들이, 자수성가한 이 오독남의 아들이 그렇게 약해서
말이 되겠냐? 젊은 애가 패기가 있어야지!
오 부장: 안 된다 싶으면 빨리 접어야죠. 시간 끌수록 손해만 늘어요.
오 사장: 그래서 너 회사도 망한 거다. 남자가 끈기가 있어야지.
사업이란 오늘 안 되다, 내일 왕창 벌수도 있고 뭐 그런 거지.
오 부장: 왕창은 모르겠고요, 아이티회사 망하고 아버지 돈으로 가게
차렸지만 이게 뭐예요? 파리만 날리고.
오 사장: 그럼 원인을 찾아봐야지. 왜 손님은 없고 파리만 날리는가?
그 원인을!
오 부장: 모르세요? 손님이 왜 안 오는지?
그게 다 아버지 때문이잖아요!
오 사장: (알 수 없다) 나 때문에?
오 부장: 네, 아버지가 손님한테 치마가 길다 짧다,
잔소리 하고, 가르치려 들고, 그런데 누가 오겠어요.
오 사장; 잘못된 걸 그냥 보고 넘어 가라고?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공중도덕이란 게 있어요.
틀린 건 가르쳐야지!
오 부장: 젊은 사람들 싫어한다고요. 나이 든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는 거.
오 사장: (고집스럽다) 그래도 세상엔 나 같은 어른이 있어야 해.
세상이 막 가도록 놔둘 순 없다. 내일 지구 종말이 와도
나는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모르냐?
오 부장: 그게 다 잔소리로 들린다고요. 쓸데없는 잔소리요.
그리고 그 쏘스 말예요, 맛이 간 쏘스.......
오 사장: 맛이 가다니? 누가 개발한 비장의 쏘스인데.......
맛이 가!
오 부장: 아까 왔던 손님도 쏘스 맛 이상하다고하잖아요
오 사장: (자신 있게) 그럴 리 없다. 이여사가 전수한 비법이야,
이여사가 하라는 대로 했어.
오 부장: 이여사면 무조건 오케이입니까?
비법 타령 그만하고.......직접 맛을 보라고요! 맛을
오 사장, 쏘스를 찍어 먹어본다.
오 사장: (얼굴 찡그리며) 어, 맛이 왜 이래?
오 부장: 이상하죠? 코랑코랑.
오사장: (난감하다) 왜 이런 거지? 이여사가 가르쳐 준대로 했는데?
오 부장: 사장님은 잔소리꾼이지, 쏘스는 맛이 갔지,
그런데 누가 오겠어요! 당연히 파리만 날리지.
그때 마침 이 여사, 들어온다.
이 여사: (오 부장에게) 아니 왜 통닭을 보냈어요?
오 부장: 그냥 드시라고요
이 여사: 여기 돈이요
오 부장: (손사래) 그냥 드린 거예요. 저번에 쏘스 비법 가르쳐 주셔서
이 여사; 장사에 공짜가 어딨어요?
오 부장: 됐어요. 어차피 가게 접을 건데요 뭐.
이 여사: 무슨 소리? 가게를 접다니?
오 부장: 방법이 없잖아요. 장사 안 되면 빨리 접어야죠.
이 여사: 아서요, 장사가 어린애 장난예요? .....
처음에 다 힘들어요. 하자마자 대박 나는 장사가 어딨어요?
하다보면 단골이 생기고 노하우가 생기는 거지.
오 사장: (맞장구) 그렇죠, 이 여사? 장사가 어린애 장난이냐?
장사는 어린애 장난이 아니야.
(눈치 보며) 이 여사가 가르쳐준 비법에 따라 소스에 된장을
넣으니 얼마나 구수하냐?
이 여사; (놀라) 된장이라뇨? 소스에다 왜 된장을 넣어요?
오 사장; 그거 된장 아녜요? 이 여사가 저번에 넣었잖아요?
환상적인 소스 비법 가르쳐준다고, 시범으로.
이 여사; 이 양반 큰일 나겠네. 콩가루지 무슨 된장예요, 된장이?
레몬 즙에 콩가루 섞은 거예요.
오 사장: 된장이 아니고?
이 여사: 아이고 머리야. 생각을 해 보세요, 생각을.
젊은이들 입맛에 된장이 말이나 되요?
오 부장: 거봐요. 그러니 손님이 오겠어요? 다 도망가지!
이 여사: 돼지머리 삶는 거예요? 된장을 넣게!
망하려면 무슨 짓은 못해? 왜 그런 사고를 치세요?
오 사장: (쩔쩔매며) 아, 알았어요. 내가 잘 모르고.......실수를
오 부장: 왜 하필 된장이래? 차라리 청국장을 넣지!
오 사장: (화 버럭) 알았어 이놈아. 애비가 알았다잖아!
이 여사: (말리며) 아유 고만하세요. 이러니 망하죠.
종업원들끼리 오순도순 화합을 해도 모자란 판에.
오 사장: 화합? 아, 그래요. 역시 이 여사 현명하시네.
애비와 자식 간에 불화하면 그 집구석 망한 집구석이지.
자 그럼 우리 한번 대책을 강구해 보자, 진지하게
이 여사: 그래야죠. 안 된다고 한숨만 쉬고 앉았으면 되겠어요?
적극적으로 메뉴 개발도 생각해 보고
오 사장: 메뉴 개발?
(갑자기 신이나) 있지, 있어요. 새로운 메뉴.
이 여사: (기대감) 있어요?
오 사장: 있지요. 야, 재료상에서 닭똥집하고 닭발은 왜 안 가져 오냐?
오 부장: (의아하다) 닭똥집 뭐하게요?
오 사장: 메뉴 개발! 새로운 메뉴로 젊은 세대들 입맛을
사로잡자, 이거지!
오 부장: 사로잡아요? 닭똥집으로?
오 사장: 닭똥집이 어때서?
오 부장: 혐오식품 아녜요, 혐오식품! 거기다 닭발까지?
닭발, 발톱이 이렇게 튀어 나온 걸 누가 먹어요!
그 혐오스러운 걸.
이 여사: 모양은 그래도 닭발에 콜라겐이 많데요.
오 사장: 아! 콜라겐?
이 여사: 네 피부가 탱글탱글 미용에 좋다는. 몸매도 좋아지고.
콜라겐 미녀 티브이 선전 못 봤어요?
오사장: 와 대박이다! 대박!
이 여사: 젊은 애들 입맛에 맞을지 모르지만.......어떻게 요리할지
그것부터 얘기해보세요. 닭발부터
오 사장; 일단 닭발을 뼈를 빼고 칼로 다진다.
오 부장: 편다는 거죠 넓게?
오 사장: 그래그래 그리고
고추장을 붓으로 잘 발라
이 여사: 그리고요?
오 사장: 월남 쌈을 씌워
오 부장: (빈정대듯) 닭발에 고추장이라니,
왜요, 닭발에 메니큐어는 아니고?
이 여사; (무시하고) 그리고요?
오 사장: 부침가루 물에 섞어 씌워,
그리고 참숯에 석쇠 놓고 구워
이 여사; 호일 까는 거죠?
오 사장; 되직하게 부침 가루 입혀, 호일 깔 필요 없고.
오 부장: 끝났어요?
오 사장: 아니 ... 튀겨야지.
내가 다시 설명 하마
칼로 잘게 다져서 펴고, 고추장을 바르고 말려서
하나하나 월남 쌈을 씌우고 부침가루 개서 씌우고
참숯에 올리고 굽고 튀긴다.
이 여사: 손이 너무 많이 가겠네요.
오 부장: (심드렁) 알았어요, 닭발은 그렇다 치고 똥집은요?
오 사장: 붓질을 잘 해야 해, 똥집에 끓인 찹쌀 풀을 붓으로
잘 펴 바른다. 그리고 말려 그리고 튀겨
오 부장: 닭똥집에다 풀이나 바르는 짓 나는 못할 것 같아요
오 사장: 애가 너무 급하네 들어봐
이 여사; 냄새는 어떻게 하지? 냄새 제거는요?
오 사장: 된장에다 재울까요?
오 부장: 또 그놈의 된장! 차라리 청국장으로 가세요! 청국장!
오 사장: 그리고 석쇠에 구우면 맛이 죽여 줄 것 같지 않아요?
이 여사: 혼자 하세요. 난 별로네요.
오 부장; 닭 발톱에 고추장이 말이 되냐고요? 메니큐어도 아니고.
오 사장: (의기소침) 그래 말이 안 되지?
(하다가 갑자기) 바로 그거다, 발상의 전환, 닭발에 메니큐어!
이 여사: 닭 발톱에 메니큐어를 칠한다고요?
오 사장: 네. 빨간, 노랑, 녹색으로. 얼마나 앙증맞고 환상적입니까,
(아들 보며)
맛으로 승부 보는 게 아니라 시각적으로 어필하는 거야.
접시에 색색으로 플레이팅 된 닭발 생각해봐라 얼마나 멋있냐.
고추장 닭발 카레닭발 녹차닭발
간판도 치킨 네일아트 통닭집으로 바꾸고
오 부장: (심드렁) 꼭 그거 해야겠어요?
오 사장: 내 인생에 마지막 사업이다, 생각하고 한번 해보고 싶다
오 부장: (빈정대듯) 그럼 이 여사님한테 쏘스 도움 받아서 해 보세요
이 여사: 전단도 뿌려 봐요. 개업기념으로 두 달간 싸게 해준다고
오 사장; 그렇지, 산악회도 가입하고, 큰 교회도 나가보고,
그래 사람도 사귀어야지
방콕해서 컴퓨터만 하면 장사하는 사람이 되겠니
조기 축구회라도 나가보던지 ......,
이 여사- 아참 이거 받아요. (돈을 꺼내 내민다)
오 사장: 이거 무슨 돈인데?
이 여사: 내일 노인정에서 놀러간다고 세 마리 주문했는데
아침에 8시에 주세요. 갈게요
6장 이 여사 집
여사 딸: 어떻게 됐어요?
이 여사: 갔더니 가게 접는다고 앉아 있잖아. 속이 상해서
딸; 벌써요?
이 여사: 코를 빠뜨리고 앉아 있길래 세 마리 시키고 왔어.
또 메뉴를 개발 한다는구나.
딸: 무슨 메뉴요?
이 여사: 똥집하고 닭발
딸: 어머, 똥집. 그거 혐오음식 아냐?
그런데 통닭 그걸 누가 다 먹는다고
세 마리씩이나 시켰어요?
이 여사: 우리 먹을 게 아니라 노인정에 보내려고
딸: 그래서 세 마리 주문했다고? 왜 엄마까지 나서서 그래?
엄마가 무슨 자선 사업가야?
이 여사: 그래도 망하게 내둘 순 없잖아.
딸: 엄마는 맘이 너무 약해서 병이에요
이 여사: 병까지야......,
딸: 통닭 4마리 값이 우리 한 달 부식비라고요.
노인정에서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통닭 4마리 값
보탠다고 접을 가게를 안 접는대요? 당장 취소해요
이 여사; 어떻게 취소하니, 이미 시킨 걸.
딸: 왜 취소 못해? 우리 한 달 부식비라고요. 취소해도 지구 안 무너져요
이 여사: (걱정스럽다) 이미 엎어진 물.......그렇다고 외상 한다고
할 수도 없고
딸: 내가 당장 취소하고 올게요.
(나간다) 엄마는 절대 못 할 테니까
7장 통닭집
이 여사 딸 들어서고, 두 부자 시끄럽다
오 부장: 아버지 계산 어떻게 한 거예요? 계산이 안 맞잖아요.
오 사장: 그럴 리 없는데........계산이 틀렸다고?
오 부장: 39,000원 받아야하는데 5만원 받고
거스름돈 얼마주신 거예요?
오 사장: 3만 9천원 내줬지.
오 부장: (어처구니없다) 그런 계산이 어딨어요?
5만 빼기 3만 9천 해보세요.
오 사장: 넌 애빌 놀리는 거냐? 애비가 왕년에 주산이 1급이야.
오 부장: 왕년엔 다 천재예요.
그리고 왕년에 주산 1급이 무슨 소용 있어요?
전자계산기 시대에. 5만 빼기 3만 9천 해보시라니까요.
오 사장: 만 천 아니냐? 만 천원.
그까짓 거 암산으로도 척척 나오는 거 아니냐! 암산!
오 부장: 그런데 거스름돈 얼마 줬다고요?
오 사장: 3만 9천원 내줬다니까,
오 부장: 그러니까 망하죠!
3만 9천원을 받고 만 천원을 거슬러 줘야죠. 만 천원을!
오 사장: (그때서야) 이런! 계산이 그렇게 되네?
오 부장: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원가도 안 남잖아요, 원가도.
왕년에 주산 1급이 무슨 소용 있냐고요.
오 사장: (괴롭다) 아 또 이런 실수를........받을 돈과 거스름돈을
착각한 거야.
오 부장: 자선사업 아니잖아요. 한 푼이라도 벌려고 고생하는 거지.
차라리 아버지 쉬는 게 좋겠어요.
오 사장: (힘없다) 쉬라고?
오 부장: 젊어서 사업성공 신화를 남겼지만, 그건 왕년이잖아요.
아버지 판단력과 사업능력이 왕성하던 시절이요.
이젠 시대도 바꿨고 아버진 노쇠하셨어요.
오 사장: (힘없이) 이제 쓸모없는 늙은이가 돼버렸다?
오 부장: 인정하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받아드리셔야 해요.
오 사장: 아니, 아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지.
여사 딸: (듣고 있다가 한심스러워) 침몰하는 배에 선장 같으시네요.
오 사장: 어, 왔어요? 어서 와요!
통닭 시키게? 몇 마리?
딸; 우리 엄마한테 네 마리 팔고 나한테 또 네 마리 파시게요?
기분이 좋지요 그렇게 팔면?
오 사장; 하는 일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소. 기분 좋지 하하하!
딸: 미쳤어요? 통닭은 됐고요, 앞으론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세요.
오 사장: 뭔 소리요? 괴롭히다니?
딸: 우리 엄마 맘 약한 분이라고요. 할 말도 못하는.
오 사장: 뭐 내가 잘 못한 거라도........
딸: 우리엄마 통닭 안 시켰는데 그냥 갔다 앵기고.......
이번엔 또 세 마리씩이나.......세 마리 취소에요. 그런 줄 아세요.
앞으로 우리 엄마 만나는 것도 삼가 주시고요.
(뒤도 안 보고 나간다)
오 부장: 이제 이 여사님 하고도 의절이네요.
오 사장:(침묵)........
오 부장: 아버지 안 되겠어요. 교회 가서 기도를 해도 안 되고.......
통닭집은 아버지가 맡아서 하세요, 전 택배나 할래요.
분산투자해야지 둘 다 망할 순 없잖아요
오 사장: 택배는 힘든 일인데........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난 어떻게 해서든 끌어가 보겠다.
오 부장: (진정을 다해) 옷차림 가지고 손님한테 뭐라 하지 말고요,
계산도 실수 없이 잘 하시고요.
오 사장: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지, 통닭 한 마리 팔기 위해
아닌 걸 그냥 눈감고 넘어가란 말이냐?
오 부장: 아버지 제발 (이마에 두 줄 잡힌다)
젊은 손님들이 싫어하잖아요!
오 사장: 장사한다고 원칙을 하나씩 깨면 걷잡기 힘들어
남대문에서 수영복 만들어 팔 때도 난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
삼년 적자나서 거지가 되려던 찰나 4년차에 성공했다.
안되다 되는 거지 장사가 순탄하기만하니?
오 부장: 어쨌든 저는 다른 일 알아보겠어요.
손님 불쾌하게 하지 마시라고요. 서비스업이잖아요
오 사장; 알았다. 원칙은 지키되 손님한테 불쾌하게 하지 마라.
아들 나가고 김 영감 들어온다.
오 사장; 어서 오게
김 영감; 장사 좀 어떤가? 이여사가 노인정에 맛있다고 소문내서,
서 씨하고 수목원가서 먹으려고 한 마리 튀기러 왔네
후라이드 한 마리 주게
오 사장: 고맙네, 친구들 밖에 없구 만.
김 영감: 이번 어버이날엔 누가 찬조할지 모르겠네?
서 씨가 매번했는데 올 해는 형편이 안 좋아.
오 사장: 서 씨가 힘들어?
김 영감: 아들이 집 산다고 빌려간 돈을 못 갚아 주나봐.
그래서 생활도 빠듯해
오 사장: 그럼 이번 어버이날 아무런 행사도 없이 썰렁하겠군?
김 영감: 손가락이나 빨며 우울하게 넘어가겠지.
오 사장: (생각하다) 그럼 내가 쏘지. 다섯 마리!
김 영감: 자네가?
오 사장: (사람 좋게) 당연히 쏴야지, 사장이니까!
1동하고 2동 노인정 다섯 마리면 되겠나?
김 영감; 사장도 사장 나름이지.......장사도 안 된다면서
오 사장: (큰 소리) 까잇 것 다섯 마리 가지고 그러나?
앞으론 하루에 이백만원 파는 가게를 만들 생각이네
김 영감; 아들 망한 것 빼곤 자네 꿈은 다 이루어졌지만........
(가게를 둘러본다. 적막강산) 여기서 이백만원......?
새 기름에 정성 다해 튀겨준다
찬합을 든 이 여사 들어온다.
이 여사 오 사장이 선물한 스카프를 매고 들어온다.
오 사장:(그것 내가 선물한 거네 마음에 드나보네)
그 스카프 어때요?
이 여사: 부드러워요. 튤립 축제 좋았는데.......
(놀라며) 김 영감님 오셨네요?
김 영감: 왜 놀라요? 그런 관계야? 튤립 축제 같이 갔어요?
오 사장: (변명하듯) 노인회에서 갔었지, 단 둘이 간 게 아니라
아참 그때 자넨 입원해서 못 갔지?
김 영감, 통닭 튀겨 나간다.
이 여사: 저번엔 우리 딸이 미안했어요.
오 사장: 괜찮아요! 뭐 그럴 수도 있죠.
팔아주려는 이 여사 마음 알죠.
이 여사: 식사는 했어요? 이것 먹어봐요
오 사장; 웬 김밥이오?
이 여사: 손자들이 온다고 해서 했는데 시금치가 많아서 많이 했어요.
이 여사: 그런데 아드님은?
오 사장; 양파 까는 알바로는 안 되겠다고 택배 하러 간다고 갔어요.
이 여사: 그렇게 어려우세요?
오 사장: (힘없이) 가게 세도 안 나오니 괜히 이거 해가지고 고생시키는 거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드네요.
이 여사; 하다가 정이 안 되면 회사에 들어가 보라고 하세요.
오 사장; 다 떨어졌어요. 잘 뽑지도 않고 이력서 50번 넣더니
지치더군요. 요즘 취업이 만만치가 않아요.
이여사:( 위안을 준다 )가게도 고비만 넘기면 되겠죠.
오 사장: 그래요 우리가게도 되는 날은 잘 되요
어떤 날은 연달아 팔아서 이대로만 가면 돈 벌겠다 할 때도
있어요. (먹던 김밥 주섬주섬 챙기며) 이거 너무 맛있어서 반은
아들 줘야겠어요.
갑자기 컴컴해지며 비 내린다
이 여사: 아들도 힘들겠네요. 대낮에 웬 비가........힘 내세요.
사장님 가게가 정말 잘되면 좋겠어요.
오 사장: 오늘도 장사는 공치 는군
오 사장 이 여사의 얇은 옷을 본다. 밖에는 소나기 쏟아진다.
오 사장: (추리닝을 걸쳐 주며) 걸치고 가세요. 감기 들어요.
소나기니까 잠시 쉬었다가요
(후라이드 한 마리 튀겨 이 여사 준다)
장사해서 남는 것, 이 여사님 한 마리 드리고 우리 아들 하고
한 마리 먹고, 이게 오늘 수입에 전부예요.
(허탈하게) 하하하......,
이 여사 가고 오 부장 들어온다.
오 부장: (지쳐있다)
오늘 장사 어땠어요?
오 사장: 비가 와서......, 노인정에 다섯 마 리쏘고
한 마리는 김 영감이 사가고
오 부장: 오지 않는 손님 기다리느라 속 타고 고생 많으셨겠네요.
오 사장: 고생은.......무슨
오 부장: 평생을 얼마나 힘드셨어요?
오 사장: 평생이라니 무슨 말이냐?
오 부장: 택배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다리가 후둘 거리고 배도 고프고.......너무 피곤해서.......
정신마저 혼미해 지는데........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엄마 일찍 사별하고 재혼도 안하시고.......
아들하나 밖에 없는데 재혼하면 아들이 상처 입는다고.......
오 사장: 갑자기 너 왜 이러냐?
오부장: 오늘 아버지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번 돈까지 내가 다 날렸으니........
오 사장: 고생은 무슨 고생? 그게 다 사는 낙이지
난 여기서 잘 테니 ........들어가 자거라.
비 시원하게 내린다.
8장 가게
오 사장, 금고 무심코 연다. 잔돈푼 밖에 없다
오사장: (오 부장에게 하듯 혼잣말) 손님이 오면 잘해볼게.
아이 소리 창가로 들린다.
소리: 아 냄새 좋다. 먹고 싶다 양념통닭
오 사장: (창문 열고 내다본다)
(기대감) 3일째 한 사람도 안 왔는데 드디어 손님이구나.
어린이: 닭발 5천원, 닭똥집 5천원........
오 사장, 밖으로 나간다.
비쩍 마른 왜소한 아이가 침을 흘리고 있다.
오 사장:(안쓰럽다, 혼잣말) 석 달 굶은 아프리카 난민 같군.
통닭 사러 왔니?
어린이: (망설이며 혼잣말) 한 달 용돈인데.......먹고는 싶지만
오 사장 : 한 마리 튀겨줄까?
어린이: (망설인다) 이 돈.......할머니가 아껴 쓰라 그랬는데
오 사장: (혼잣말) 꼴을 보니, 팔기는커녕 도와주어야겠네.
아니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어린이: 먹고 싶지만 준비물도 사야하고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내야하는 돈이라.......
오 사장: 불우 이웃? 늬가 불우 이웃 아니냐?
잘 사는 친구 있으면 통닭 사달라고 같이 오면 되지
어린이; 메이커 옷 안 입으면 친구 안 해줘요. 그래서 친구도 없어요.
오 사장: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그래서 고무신에 나이키라고
써가지고 다녔지. 언제까지 서있을래? 빨리시켜. 나 바쁘다
어린이: (망설인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드디어 결심) 닭발 오천원, 저거 주세요
오 사장; 왜 하필 닭발을.......통닭 한 마리 시키지 않고?
어린이: 오천원 밖에 없어요.
오 사장: 저거는 애들이 먹기엔 맵고 힘든데
그래도 해줘? 닭발 다섯 개가 오천원이다.
어린이: 네, 알았어요.
오 사장: 이제야 신 메뉴 개시 하는구나. 너 어디 사니 ?
어린이: 저기 임대 아파트요
오 사장: 부모님은 계시냐 ?
어린이: 두 분 다 돌아가시고 할머니랑 살아요.
그런데 할머닌 눈 한쪽이 안보여요
오 사장: 저런.......그래 너 몇 살이냐?
어린이: 초등학교 5학년에요
오 사장; 영양실조냐? 나는 기껏해야 3학년이나 된 줄 알았다.
그럼 누가 돈을 버니?
어린이: 나라에서 할머니한테 돈을 줘요.
통닭 먹어본 게 작년 크리스마스가 마지막이예요.
사회 복지사님이 사 줬어요. 일 년 됐어요.
오 사장: (동병상련) 이런, 통닭 먹은 게 1년이 되 온다고?
솔직히 말해, 닭발보다 통닭 먹고 싶은 거지?
어린이; 네, 하지만........돈이 안돼요
오사장: 그래 좋다. 이렇게 망하나 저렇게 망하나 어차피 문 닫아야
할 가게, 인심이나 써보지.
닭발 값 오천원만 내라, 통닭 한 마리는 그냥 서비스다!
어린이: (뛸 듯이 기쁘다) 정말이요?
오 사장: 가게가 망해도 통닭 한 마리쯤이야,
대신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착하게 살아라.
어린이: 네, 고맙습니다.
오사장: 다음에 또 오너라! 통닭 먹고 싶으면 또 와.
아이, 고맙다 인사하고 신나게 뛰어나간다.
단골이 들어선다.
단골: 사람 들어 온 것도 모르고.......그런데 저 얘는 뭐에요?
오 사장: 눈 안 보이는 할머니하고 둘이 사는 불쌍한 애야
단골: 그렇다고 통닭을 공짜로 주면 못써요
오 사장: 우리 아들이 일찍 결혼 했으면 저만한 애가 있을텐데.....
단골: 아, 오 부장이요?
오 사장: 그래, 내 아들 그 녀석, 결혼도 해야 하는데.......
자넨 아가씨도 있으니 좋겠네.
근데 왜 오늘은 혼자 왔어?
단골: 알바 끝나면 올 거에요.
요 아래 불처럼 일어나는 집 알바 하거든요
오 사장:(단골 쳐다보고)그래?
단골: 나중에 가게 잘돼서 알바 필요하면 정아 쓰세요.
알바 7년째, 선수예요 후라이드 한 마리 주세요.
오 사장; 정아가 누군데?
단골; 있잖아요? 하의 상실
오 사장: 그럼.......바쁠 때 부르게 전화번호 좀 적어놓게
오 부장 들어오고
단골: 안녕하세요?
오 부장: 자주 오시네요. 고맙습니다.
단골: 택배일은 할만 해요?
오 부장:이젠 익숙해졌어요. 아버지 여기 팝콘 좀 더 드려요
(가게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가게 잘 안돼요. 뭐라고요?
임대료 3개월 치 안내면 15일안에 가게 비우라고요?
오 사장: 6개월은 기다려 주지 않고......소란스럽긴
오 부장:(전화 끊고) 아버지
임대료 안 줬어요? 한 푼도
오 사장: (미안해) 면목 없다. 그렇게 됐어.
오 부장: 임대료, 요즘엔 3개월도 안 봐줘요
오 사장: (기운이 없다) 보증금에서 까던가.......
해보는 날까지는 해봐야지.
단골: 그렇게까지 심각한 거예요?
우울한 분위기 속에 암전.
9장 가게
오사장 힘없이 앉아 있는데 어린이가 들어온다.
어린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 사장: (반갑다) 어서 와라 통닭 먹고 싶지?
이렇게 망하나 저렇게 망하나
통닭 한 마리 튀겨 좋은 일이나 하자
어린이: 망해요? 왜 망해요?
오 사장: 망하는 게 별 거냐, 장사가 안 되면 망하는 거지.
임대료도 못 내고.
어린이: 안되는데......,망하면 안돼요....... 할아버지
오 사장; 왜? 통닭 못 먹을까봐 그러니?
어린이: 망하면 안 돼요!!
오 사장: 안타까워 할 필요 없다. 이미 망했다
오 사장, 지글지글 통닭 튀기는 소리에 맞춰 흥얼거린다.
그리고 포장 끝낸다.
오 사장: (통닭 봉투 준다) 자 받아, 할머니랑 나눠 먹어라.
어린이: 나 이거 안 가져갈래요.
오 사장: 받아 인석아!
어린이: 아뇨, 공짜 싫어요. 안 가져 갈래요!
오 사장: 받아, 인석아. 망해도 너 줄 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가게 문 닫는 날까지 날마다 와.
어린이: (받으며) 할아버지 망하면 싫어요, 정말 망하지 마세요.
어린이, 애처로워하며 나간다.
행인이 통닭 한 마리 주문하고 계산대에 놓인 책 펴 든다.
행인: (책 읽으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묻는다) 사장님, 이거 맞아요? 돈 버는 비결?
오 사장: 나도 모르겠소. 요즘엔 아무것도 모르겠소. (고개 숙인 채)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회의가 들고, 가게 청소도 싫고
돈 계산 신경 쓰기도 싫고 딱 접었으면 싶다오.
평생에 내가 이렇게 형편없어 보이기도 처음이요
행인; 왜요? 가게만 멋있는데요.
오 사장: 장사가 안돼서.......책 그거 쓰레기요 버리슈.
행인; 버리다니, 좋은 말이 많은데요.
(책 펼쳐 보며) 십분의 일을 기부하라.......
번 것의 10분의 일은 저축하라 ........
생맥주 1000 하나 주세요.
오 사장: 노망나서 만든 것이려니 하시오
이제 자신도 없고 건강도 없오
행인: 지날 때 마다 들어와 보고 싶다고 생각 했어요
웬지 편하고 인간적인 게 느껴져요
약간 어설프고 고풍스럽기도 하고요
오 사장: 기억도 나빠 계산도 자신이 없고
발버둥을 쳐도 안 되는 군요. 가게가
행인: 조금 더 기다리며 견뎌보세요. 좋은날이 오겠죠.
오 사장: 뼈 빠지게 합판 사다......,내 손으로 인테리어.......
탁자도 직접 만들고 온갖 노력은 다했는데.......
아들이 사업으로 날린 돈 사업으로 찾게 해주고 싶었는데
행인; 마음이 아프시겠네요. 더 해보시고, 정 그만 두실 거면 저한테 파세요.
오 사장: (가겔 접으면 이 여사님은 얼마나 실망할까?)
늙고 아무런 힘이 못되는 아버지가 돼버렸소.
(고개 숙이고 의자에 앉아있다)
행인: 제가 괜히 얘길 꺼냈나 봅니다.
(심각하게 맥주만 마신다)
침묵이 흐르고 있다
그때 단골 뛰어 들어온다.
단골; 어르신 어르신! 큰일 났어요
(SNS 보인다) 미담, 어린이에게 통닭 기부, 이 가게네요. 이 가게!
오 사장,행인: 이게 뭐요?
단골: SNS에 떴다고요. SNS에! 불쌍한 이웃에게 선행을 베푼 사장님이라고
오 사장: (몰라) 내가?
단골: 이런 가게는 혼쭐이 아니라 돈쭐.......그러니까 돈벼락을 맞게 해야
한다고 야단났어요!
(밖을 보고) 어 벌써 사람들이 몰려오네, 사람들이 몰려와
오 사장; (어리 둥절) 무슨 소리야? 무슨 사람이........
이 여사, 뛰어 들어온다.
이 여사: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요? 동네가 시끌벅적
단골;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구요.
(스마트 폰 보이며) 보세요, 이 가게 맞잖아요? 오산시 새롬동.
돈 버는 통닭집. 통닭 두 마리 튀겨주는 할아버지.
에스엔 에스에 떴잖아요!
오 사장: (쑥스럽다) 아, 그거야 당연히 할 일 한 거 가지고 쑥스럽게
단골 : 당연 하다니. 남을 돕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오 사장: 곤란한 사람 돕는 게 우리네 인정 아닌가?
이 여사: 그게 쉬운 일이냐고요. 당장 본인 가게 문 닫아야 할 지경에
남을 돕는 게. 영감님이니까 해낸 거지요.
워낙에 심성이 착한 분이라.
단골: 맞아요. 돈이라면 부모 자식도 없는 세상이에요.
오 사장: 그건 아주 일부야 난 그렇게 믿어.
아무리 인정 없는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아직은 살만 한 세상이네
이 여사: 그럼요. 아직 살만한 세상이죠.
인정이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요.
오 사장: 그런데 이 여사, 내가 그렇게 심성이 착한 사람처럼 보여요?
이 여사: 본심은 착한 분이시죠. 엉뚱하고 허풍이 세서 탈이지.
오 사장: (기분 좋다) 오늘은 통닭 공짜다. 맥주는 서비스고!
단골: 지금 그럴 때가 아녜요. 손님이 몰려오잖아요, 손님이!
밖이 시끌벅적 손님들이 몰려온다.
손님: 이집 맞지? 선행을 베푼 그 통닭집?
어린이: 네 맞아요. 들어오세요. 이 할아버지예요.
이 여사: (즐거운 비명) 아이고 이게 웬 난리래? 이 손님들 다 어떻게 해?
단골: 통닭집에 불나고 돈벼락 떨어졌다. 돈벼락!
와글와글 손님들 들어서는데,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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