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테아 님, 많은 사람들로부터 명성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오히려 명성을 잃을 것이며, 염치없고 사악한 악인에게 자신의 명성을 자랑하려는 사람 역시 명성을 잃게 될 것입니다. 명성은 결국 덕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표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언제 어디서나 덕을 중요시해야 합니다. |
예를 들면, 사람들이 그대가 신심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그대를 위선자라고 폄하하고, 그대가 원수를 용서하는 것을 보고 비겁한 사람이라고 매도할지라도 이를 무시해 버리십시오. 그것들은 어리석은 자들의 비방에 불과합니다. 그런 비방 때문에 당장 명성에 흠이 가는 일이 있더라도 옳은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
열매가 나뭇잎보다 더 귀한 것처럼 내적이고 영적인 이익은 외적인 이익보다 훨씬 귀합니다. 우리는 명성을 소중히 여겨야 하지만 우상처럼 떠받들어서는 안 됩니다. 선인에게 잘 보이려는 것은 좋지만 악인에게 잘 보이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머리카락을 뿌리째 뽑아 버리면 다시 나기 어렵지만, 이를 자르고 다듬어 주면 잘 자랍니다. |
그러므로 시편 저자가 말한 '날카로운 칼과 같은 혀'(시편 52,4 참조)를 가진 독설가로 부터 그대의 명성이 깎이는 일이 있어도 조금도 상심하지 마십시오. 그 명성은 전보다 더 아름답고 견고하게 자라날 것입니다. 반대로 악덕이나 비열과 같은 악행 때문에 명성을 잃는다면, 그것은 명성이 뿌리째 뽑힌 것이 되므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명서의 뿌리인 온유와 정직이 남아 있다면 명성은 반드시 회복될 것입니다. |
헛된 야망과 무익한 습관과 교제로 말미암아 명성에 흠이 간다면 그것들을 완전히 버려야 합니다. 명성은 그런 허무한 쾌락보다 훨씬 더 귀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가 경건한 행위와 신심 수행으로 말미암아 비난받고 모함받는다면 조금도 신경 쓰지 말고 그들이 비난하도록 그냥 두십시오. |
그런 사람들은 달을 보고 짖어 대는 강아지와도 같습니다. 그들이 그대의 인품에 관해 악평을 퍼뜨림으로써 그대의 명성이 한순간 깎인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회복될 것입니다. 포도나무의 곁가지를 쳐 줌으로써 열매가 한층 더 풍성하게 맺히듯이 독설의 칼ㄴ잘은 오히려 그대의 명성을 두텁게 할 것입니다. |
언제나 순수하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십자가 위에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십시오. 신중하고 지혜롭게 주님을 섬기십시오. 주님께서 그대의 명성을 보호해 주실 것입니다. 간혹 명성이 실추되는 일이 있다면, 이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겸손을 주시려고 시련을 겪게 하시는 것입니다. 거룩한 겸손은 세상의 어떠한 명성보다 더 귀중합니다. |
이유 없이 타인으로부터 비방을 받으면 먼저 그 모함에 대해 조용히 해명하십시오. 그래도 그들이 완고하게 우긴다면 끝까지 겸손하게 해명하십시오. 그러나 그대의 명성과 영혼을 지켜 줄 가장 확실한 피난처는 하느님밖에 없습니다. |
우리도 "영광을 받거나 모욕을 당하거나, 중상을 받거나 칭찬을 받거나 우리는 늘 그렇게 합니다." (2코린 6,8)라고 말한 바오로 사도를 본받아 하느님을 섬기고, 시편 저자처럼 "당신 때문에 제가 모욕을 당하고 수치가 제 얼굴을 뒤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편 69,8)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
그러나 어떤 죄악에 관계된 모함을 받았을 경우에는 침묵을 지켜서는 안 됩니다. 이 모함에서 정당하게 벗어날 수 있다면 이를 강하게 부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어떤 사람의 명성이 크게 훼손되어 많은 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우에는, 신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명성을 회복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