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하아-
하아- 하아-
입은 바싹 마르고 목은 타들어 가고
상복부는 한대 맞은 마냥 통증이 온다.
상체는 일으킬 수 없어 양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
파르르 떨리는 다리에 의존하여 숨을 몰아쉰다.
나는 공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내 신체의 한계까지 끌어올려 전력질주를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곧 죽을 것처럼 헐떡댈 정도로.
나는 자극을 좋아한다. 삶의 활력소랄까?
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나를 시험해보는 것도
무리한 일에 도전하는 것도.
자극 받을 수만 있다면 도덕적인 선에서 무엇이든 한다.
남들은 이런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뒷담화를 한다.
나를 반미치광이 취급을 하는 거다. '나는 너랑 달라!' 하면서.
내가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부류들은 태도가 거의 똑같다.
앞에서는 살살 눈웃음치면서 듣기 좋은 말만 한다.
(물론 대놓고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뒤돌아서서는 우리 아이가 보고 배울까봐 무섭네.
쟤는 왜 저러고 사는지 몰라 등등. 별의 별말을 다 한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자신은 성인군자인 마냥 행동하는 그들이 나는 싫다.
역겨운 것이다. 그런 태도가.
나는 비위가 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더 혐오감이 드는 것 같다.
그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쇠고기 수입으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광우병 문제가 다분한데도 정부 발표에서는
안전하다. 믿고 먹을 수 있다. 걱정마라 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직접 공수해 온 국내산 한우만 먹을 거 아닌가?
말이 그렇다는 거다. 여기에 대해서 장황한 논쟁 따위는 하지 않겠다.
♬~♪~♬
mmm bop, ba duba dop
ba do bop, ba do dop
ba do bop, ba do dop, ba du
♬~♪~♬
"어, 왜?"
"조깅 중이었어?"
최대한 티 안내려고 했는데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드러나나 보다.
"응. 이제 집에 들어가는 중이야."
"쉬엄쉬엄해. 빈혈도 있는 애가."
"생리 때만이야."
"그 고집 누가 말리겠니."
"정말 생리 때만 이라니까?"
"그래. 알았어.
언니가 일이 생겨서 좀 늦게 도착할 거 같은데."
"아..그래? 새벽에만 들이닥치지 않으면 돼. 그런 거 딱 질색이거든."
"언니한테 무슨 말 버릇이 그래?"
"10분 일찍 나온 거로 주름잡지 마."
"집 도착 할 때쯤에 전화할게."
언니는 내 빈정거림을 받아준 적이 없다.
보다시피 그냥 막무가내로 무시해버린다.
"응. 끊어."
언니와 나는 일란성쌍생아로 태어났다.
생김새는 무서울 정도로 똑같이 생겼다.
지금도 듣는 소리지만 도플갱어 같다고들 한다.
쌍둥이라도 너무 똑같이 생겨서.
사람들은 언니와 나를 구분할 때에는
행동, 말투, 성격 등으로 구분한다.
우리 둘 다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평생 우리를
낳아 키우신 엄마조차도 누가누군지 모르시니까 말이다.
언니는 전형적인 여자다. 차분하고 사려 깊고
조신하고 말 수가 없으며 여성스럽다.
또한 얼굴은 소위 말하는 미인이다.
(내 외모를 자랑하자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보는 기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CF, 영화, 드라마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연예인인 '정려원' 과 흡사하다.
셋이 길을 걸어가면 자매라 할지도 모른다.
키는 173cm로 여자치곤 꽤 큰 편이다.
(나는 172cm 이다.)
몸매는 모델만큼은 아니지만 마른편이다.
가슴 또한 빈약하다.
나의 외모적 조건이 언니와 거의 들어맞지만
유일한 가슴! 가슴만큼은 언니보다
2인치가 더 커서 우월감을 느낀다.
언니는 나보다 항상 앞서 갔다.
학생 때에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초, 중, 고, 대학. 이 네 곳을 모두
같은 학교로 졸업했으니까 말이다.
언니는 언제나 반에서도 교내전체에서도 상위클래스였다.
시험성적이 나오는 때면, 나는 지옥에 갔다 온 기분이 들었다.
"예슬이 이번에도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며? 너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쌍둥이면 모든 게 똑같은 줄 알았나보다.
나는 저런 별거 아닌 질문에 상처받고 자존심 상해했다.
다른 사람이 갖는 감정과는 조금 달랐다.
나와 똑같이 생기고
나와 같은 피를 나눈
나와 같은 나이에
나와 같은 환경 같은 조건에서 자란
친 가족이자 언니.
전교 2등이 전교 1등에게 가지는
그런 시기, 질투와는 다르다.
적어도 그것은 부모도 외모도
태어난 날짜도 태어난 시각도 가정환경도
그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지니고 있었던 감정은
차원이 다른 이질감을 느끼는,
열등감으로 단순 치부할 수 없는
그 어떠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바닥을 치는 성적은 아니었다.
언니와 마찬가지로 반에서 만큼은 상위권이었다.
단지, 언니처럼 반에서 1등하고 전교 10등 안에 드는
그런 케이스가 아닐 뿐이었다.
수능 다가왔을 때에는 언니 도움이 컸다.
내 성적으로는 갈 수 없는 SKY에 들어갔으니까.
그것만큼은 정말 고마워하고 있다.
(아마, 이때부터 '야'라고 부르던 칭호를 언니로 바꿨던 것 같다.)
대학 때 부터는 정말 평탄 그 자체였다.
역시 대학이라 그런지 모두들 자유분방했다.
무엇보다 중, 고등학교 때 처럼 수군거림이 없었다.
그럭저럭 봐줄만한 성적으로 대학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언니와 다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뜻 깊은 일이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게 되고 별 탈 없이 지내왔건만..
하아-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부인이 아침마다 다려준 와이셔츠에 밝은 톤의 넥타이를 매고
사무적인 은색 안경테를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이용하여
한번 들었다 놓으며 내 옆자리에 가방을 놓고 앉는다.
고개를 돌려 '좋은 아침' 하며 활짝 웃어 보인다.
치아는 고르지 못해 웃을 때 예뻐 보이지 않는다.
거울을 보고 웃어본 적이 없는 건가?
매력적이지 못한 웃음은 절대 감점 사안이다.
'좋은 아침이에요. 선배' 나는 형식적으로 인사한다.
오전 업무를 잠시 멈추고 구내식당으로 내려가
동료들과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
얼마 있지 않아 옆자리에 앉아있던 선배가
식판을 들고 와 동료 한명을 무안할 정도로 쫓아내고
내 옆에 털썩 앉아 식사를 한다.
'뭐하는 거예요?' 차분하게 묻는다.
선배는 '여기 내 자린데?' 하며 씨익 웃어 보인다.
이런 인간 때문에 굶을 수는 없는지라
꿋꿋하게 마지막 한 숟갈까지 긁어먹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동료들과 아까의 일을 가십거리 삼아 조잘거리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자기 취향에 따라 뽑아 마신다.
동료들은 갑자기 얘기를 멈추고 나에게 눈짓을 한다.
나는 동료의 시선을 따라 본다. 선배다.
내가 들고 있던 커피를 빼앗아 마셔버리고는
호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자판기에 넣더니
내가 마시던 똑같은 커피를 뽑아 내 손에 들려준다.
'내가 뽑아준 게 더 맛있어' 씨익 웃어 보인다.
반미치광이는 바로 저런 사람이다. 저런 사람!
정작 미치광이는 살아남고 멀쩡한 사람은 죽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약했다.
소문을 시선을 이겨낼 용기가 없었다.
두려웠다. 감당해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후회한다. 뼈저리게 후회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하게 만나지만
자기 위치 모르고, 자기 분수 모르는 족속들이 있다.
정말 위험한 족속이다. 주변의식 안하고 자신의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가 될 것을 생각 못하고
그릇 된 짓이라는 걸, 인지를 못하니까 말이다.
언니는 매달 두어 번씩 나를 찾아온다.
말은 잘 살고 있나 걱정돼서라지만
내가 보기엔 감시하는 것 같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겠다. 눈치 주는 사람 없겠다.
내가 놀자판으로 지낼까봐. 남자와 동거할까봐.
여러 요소를 염두 해 두고 방문하는 것 같다.
나한테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
오늘은 평소보다 늦은 아침을 맞이했다.
어제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냈으니
몸에 부담이 좀 갔던 모양이다.
오늘 조깅 시간도 평소보다 40분이나 늘어버렸다.
부어라 마셔라 한 다음날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
하고 넘어가기엔 기록에 집착하는 나로서는 작은 스트레스다.
집에서는 할 게 별로 없다. 직장 다녔을 때는 몰랐었는데
직장이라는 곳은 돈이 나온다는 의미로 좋기도 하지만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집에서 시간을 때워봐야 고작 청소, 요리, 컴퓨터, TV 정도다.
저것들도 얼마안가 질린다. 인기 드라마 DVD 빌려다 보는 것도
백조인지라 시간이 남아돌아 날 잡고 보게 된다.
그러면 다 보는 데 2~3일이면 족하다.
볼 때는 좋지만 다 보고 나면 허무하고 나중에는 할 것이 없다.
모처럼 오늘 점심은 언니와 함께 할까 했는데
늦는다니 오늘도 혼자서 차려 먹어야 한다.
혼자 지내는 것은 오래전에 적응했지만
오늘처럼 누군가가 방문하게 되면
기다리면서 기대심이 생긴다.
그러다가 없었던 일이 돼버리면
쓸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새삼 다시 혼자라는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냉장고를 열어 끼니를 때울만한 요깃거리를 찾다가
해놓은 반찬이 없어 문짝에 있는 맥주 한 캔을 들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혼자 살게 되면 이런 문제점이 있다.
챙겨먹기는 귀찮고 챙겨주는 사람은 없고
그러다보면 끼니를 거르게 되기 일쑤다.
캔을 소파로 들고 와 땄다.
세 모금까지 벌컥벌컥 들이켜고
탄산이 내려가면서 따끔거리는 것을 느낀다.
소파 앞에 놓인 탁상에 발을 얹혀놓고
얼마 전 언니가 사가지고 온 잡지를 펴고 읽었다.
시도하기에는 너무 과해보이거나 이상해보이기도 한
특이한 옷들을 모델들이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잡지에 실어놓은 것들은 독자들이 보고는
과연 구매를 할까? 감히 누가 대담하게 입을 수 있을까?
내가 입었다는 상상을 하고
제법 어울릴 거 같다는 평가를 내리며
언니를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
읽으시는데 헛갈리실까봐 제목에 ooo편으로
어떤 등장인물의 독백인지 확실히 해놓았습니다.
이것으로 무리없이 읽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이듭니다.
그래도 문제가 되신다면 답글(댓글)이나 쪽지로 말씀해주세요.
글 읽으시면서 귀가 심심하실까봐 배경음악을 깔고있는데요.
거북하시지만 않다면 계속 색다른 곡, 다양한 곡들로
배경음악을 쓸까 합니다.
정 듣기 싫다 하시면 키보드 상단의 Esc 를 누르면 꺼집니다.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즐거운 감상이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