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첫번째 남쪽으로 튀어
지로 가족들은 오키나와현 이시가키 섬에 있는 공항으로 향했다.
이시가키 공항에는 뜻밖의 환영인사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은 지로의 아버지, 이치로의 가족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환영하러 온 이들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환영을 하러 온 이유는 바로,
지로의 아버지의 할아버지, 즉 지로의 증조 할아버지 때문이다.
지로의 증조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자신의 목숨을 바쳐 가면서,
이시가키의 자존심을 지키며 반대 세력에 저항하였던 사람으로,
이시가키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지로의 증조 할아버지가 살았던 동네의 사람들이 환영을 나와준 것이다.
지로와 모모코를 비롯하여 지로의 어머니, 아버지도 그들의 환영을 기뻐하였고,
그들을 따라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가서 성대한 잔치도 벌였고,
지로의 가족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이리모모테 섬에서 생활할 집도 빌려주었다.
지로는 이시가키 섬에서 살면 그리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룻밤만 그곳에서 머무르고,
다시 배를 타고 이리오모테 섬으로 향했다.
그들이 도착한 이리오모테 섬의 집은 폐광촌에 버려진 집이었다.
그들이 이리오모테 섬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그들은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으며, 먹을 것이나 자전거 등 생활에 필요한 것을 들고 와서
마치 친가족이나 만난듯 반갑게 대해주었다.
도쿄의 생활과 너무나 다른 지로는
이런 섬 사람들의 모습에 진한 호감을 느끼게 된다.
1. 섬생활
이리오모테 섬에 와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사람은 지로의 아버지이다.
그는 늘 즐거워하면서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한다.
집 수리 뿐만 아니라 농사일도 하는 등 매일 진한 땀을 흘린다.
아무리 외진 섬이라고 하지만 전기와 통신시설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것을 모두 설치하지 않기로 한다.
그야말로 국가없이 자립을 꿈꾸던 그의 꿈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지로와 모모코도 처음에 TV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TV없이도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매일 저녁마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서 재미없는 날이 없었다.
지로와 모모코는 섬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도쿄에서 누나 요코가 날아왔다.
요코는 유부남과 헤어지고, 많이 외로웠던지,
회사마저 때려치고, 그들의 가족 품으로 날아온 것이다.
그렇게 이리오모테 섬으로 날아온 요코도 아버지만큼 딴 사람이 되어갔다.
도쿄의 집에서 한번도 요코의 웃는 얼굴을 보지 못했던 지로.
이리오모테 섬으로 온 요코 누나에게서는 늘 해맑은 웃음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
모든 가족이 한데 모이고 행복한 나날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단 한가지만 빼고 말이다.
그것은 바로 학교 생활이다.
2. 별난 의견 충돌
이리모토테 섬에도 학교가 몇군데 있었는데,
지로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는 3KM나 떨어져 있었고,
그 학교에는 전교생이 5명 뿐이었다.
지로와 동생 모모코는 전교생이 5명 뿐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 학교라도 가고 싶어했다.
그들이 섬생활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그들은 친구들과 공부하고 노는 것 또한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하였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학교가 국가 기관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덩달아 굳이 학교에 꼭 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애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하고,
부모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하고...
참 별난 의견 충돌이 아닐 수 없다.
학교 교장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이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교장 선생님은 지로와 모모코에게 등록금은 나중에 내도 좋으니,
학교에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오라고 하였다.
지로와 모모코는 학교에 대해 조금 호의적인 엄마한테 살짝 이야기하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후에 아빠도 그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보고 모른 척 하였다.
지로와 모모코는 3KM의 적지 않은 거리에 있는 학교지만,
아침마나 부지런히 학교로 향했다.
이제 총 7명이 된 전교생이 한 가족처럼 공부하고, 놀고, 더이상 좋은 학교는 없었다.
...
그들이 나름대로 행복한 섬생활을 하던 와중에 뜻밖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3. 두번째 남쪽으로 튀어
도쿄에 무슨무슨 회사에서 지로가 살던 땅 주변에 개발을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로네 집은 도시의 어떤 기업의 땅 소유가 되어 있었고,
그들은 이리오모테 섬에 큰 관광단지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이 소설의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는 이 소설을 통해
개발을 이름으로 자연환경을 해치는 정부에 대해 비난을 하려는 것이리라.
이는 단지 일본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개발을 목적으로, 정착민의 앞날은 생각하지 않고, 몰아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상황을 소설에 비꼬고 있는 것이다.
으레 그런 개발이 있으면, 그를 반대하는 모임이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이것 또한 현실과 마찬가지이다.
지은이는 이런 모임 또한, 하나의 이익단체로 변하는 모습을 꼬집고 있다.
지로의 아버지가 이리오모테 섬에 살고 있으면서, 개발을 저지하고 있는 모습을 본,
개발 반대 모임에서 지로의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들은 지로의 아버지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지만,
지로의 아버지는 그런 모임의 생태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모임에 참가해달라는 제의를 거절하였다.
지로의 아버지는 일목요연한 논리 전개로 개발 회사와 정치인들을 발을 돌리게 하였다.
이런 소문이 언론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어,
지로의 아버지는 방송에 타게 되면서,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언론은 지로의 아버지를 잘 포장해서 영웅으로 비추게 하였다.
하지만, 그런 지로의 아버지는 또다시 국가가 만들어 놓은 법의 망에 걸리게 되었다.
결국 지로의 아버지는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리고 섬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또다시 배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그들이 믿는 있는 상상의 섬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들이 그 섬에 정착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올 거라며,
요코, 지로, 모모코는 그동안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라고 하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상상의 섬에는 가지 못했어도,
어느 평온한 작은 섬에 정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
그 밖에,
세계여행을 꿈꾸다가 이리오모테 섬에 정착한 후
지로의 아버지의 투쟁을 끝까지 같이한 캐나다 관광객,
요코를 첫눈에 반해
지로의 가족을 도리어 도와주는 젊은 순경 아저씨,
새로 사귄 섬 학교의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의
독특하고 해맑고, 위트있는 이야기들이 더하고 있어 소설의 재미를 부가시킨다.
4. 재미로만 보는 소설은 아니다.
작가의 위트 넘치는 글솜씨로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일본 소설의 편견을 날릴 정도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소설의 색깔은 소설의 국적이 아니라,
소설의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재미로만 끝나지 않은 것이 더욱 높은 점수를 있겠다.
자본주의의 병폐,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 국가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된 듯 싶다.
책제목 : 남쪽으로 튀어! 2
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
펴낸곳 : 은행나무
펴낸날 : 2006년 7월 15일
정가 : 9,000
독서기간: 2008.02.14 - 2008.02.15
페이지: 319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