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를 낳은 후 인생과 연기에 대해 좀더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김성령. 그녀가 요즘 꽃에 푹 빠져 산다. 촬영이 끝난 새벽 고속터미널 꽃상가에 들러 사가는 한 다발의 꽃이 그녀의 집과 일상에 불어넣는 생기 때문이다. 김성령이 제안하는 플라워 데커레이션 팁.
출산은 여자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맏아들 준호를 낳은 후는 물론 둘째 아들 찬영을 낳은 후에도 김성령은 자신의 많은 부분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삶에 대한 여유,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 KBS2의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 이후 2년 만에 시작한 드라마 <걱정하지마>에 출연을 결정할 때도 그랬다. 유명한 흥행 감독의 미니시리즈 등 다른 작품의 출연 제의가 밀려 있는 상황이었지만, 어쩐지 그녀는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들었다. 이유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딸은 자신의 초등학교 남자 동창과 사귀고, 자신은 9살 연하의 남자와 사귀게 되는 설정이에요. 언뜻 들으면 심각한 것 같죠? 그런데 드라마는 매우 밝고 유니크한 분위기라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마음이 끌렸어요.”
지난해 연극 <6월의 아트>로 여름 한철을 대학로 소극장에서 보내면서 밝고 긍정적이고 유쾌한 캐릭터의 매력을 체득했다. 그 전까지는 연극조의 발성이나 연기가 드라마에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소수의 관객과 호흡을 같이하며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공유하는 소극장 연극은 그러한 생각을 바꾸게 했다. 연기의 스펙이 늘었고 삶에 대해 새롭게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4월 말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 연극을 하고 싶어서 요즘 작품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단역이라도 좋은 영화라면 해보고 싶은 생각도 갖고 있다. 여배우가 나이 들어가며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고, 그래서 나이에 대한 부담감이 조급함으로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김성령은 여유를 택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참 조급했어요.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조급해하든 안 하든 삶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그렇게 조급하게 살아온 덕에 지금의 것이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쉴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노력하면 할수록 더 많은 노력을 요구받는 것 같다. 그런 만큼 긴 호흡으로 천천히 걸어야 하고, 내 자신이 만족할 수 있어야 오래 견딜 수 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爾)>를 보고 춤이 배우고 싶어졌다는 김성령. 요즘 그녀는 출산 후 부기를 감쪽같이 빼고 더 넓어진 시야와 안정적인 가정을 든든한 배경 삼아 많은 새로운 것에 도전 중이다.
▶ ‘요리보다는, 꽃으로 식탁 꾸미는 게 더 자신 있어요’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답게 드라마에서는 주로 깔끔하고 새침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김성령. 그러나 알고 보면 수더분하고 덤벙대는 평범한 주부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처럼 연예인들이 몰려다니는 시끌벅적한 곳 대신 동네 피트니스센터에서 3개월 할인을 받아 회원권을 끊어놓고는 일주일에 한 번 나갈까 말까 하는 게으름(?)까지도.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돌아보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더라는 그녀. 스케이트를 배우는 큰아들 준호를 데리고 목동아이스링크를 오가며 자신과 똑같이 스케이트 타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엄마들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그래서 새롭기도 하다.
“전업주부가 아니니까 매일매일의 식단이라든지 알뜰한 쇼핑 노하우는 자신이 없어요.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시장처럼 큰 도매시장에 가면 정신이 없어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집에 있을 때는 청소를 한다든지 가구 배치를 바꾼다든지 나름대로 부지런을 떨어요. 그리고 일단 청소를 시작하면 이쑤시개를 가지고 집 안 구석구석 문틈의 먼지까지 모조리 없애야 속이 후련해져요.”
그녀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아이를 낳은 후의 변화’ 중에는 꽃도 포함된다. 꽃을 싫어하는 여자가 있을까 싶지만 김성령이 그랬다. 처녀 시절 남자들이 꽃을 보내와도 그녀는 데면데면했다. 그러나 둘째를 가지면서부터 갑자기 꽃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연극 <6월의 아트>를 할 때는 꽃다발을 참 많이 받았는데, 모조리 집으로 가져와 가지런히 두고 보는 기쁨이 크더란다.
“그냥 바구니에 걸쳐 놓고 손님 식탁 차릴 때 과일 사이에 꽂아 놓고 하면, 사람들이 참 예쁘다며 감탄하더라구요. 아, 내가 꽃 다루는 솜씨가 있나보다 했죠. 다른 살림 재주는 별로인데 말예요.”
01 꽃 그림을 오려 만든 테이블 매트 멋진 꽃 사진이나 그림을 오려서 손님 상차림에 테이블 매트로 활용했다. 벽지에서 오린 것도 있고, 예쁜 천에서 오려 비닐 코팅을 해서 쓰기도 한다. 그녀만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테이블 소품 DIY.
02 색감 좋은 과일에 꽃을 꽂아 멋진 센터피스 식탁에 장식하는 꽃이 반드시 화병에 꽂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석류처럼 큼지막한 과일에 이국적인 꽃 한 송이를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장식 효과를 낼 수 있다. 화려한 초대상 차림이라면 각각 개인접시에 장식을 담아내는 것도 그녀만의 ‘통 큰’ 스타일링 센스. 가벼운 티타임이라면 센터피스처럼 연출하면 효과적이다.
▶ ‘잘 꽂는 것보다 예쁜 꽃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죠’ 그녀의 말처럼 뛰어난 요리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집을 예쁘게 꾸미는 남다른 재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꽃을 다루는 감각만은 타고났다. 우선 한 송이를 사더라도 꽃을 고르는 안목이 고급스럽고, 제대로 된 꽃꽂이를 배운 건 아니지만 집에 어떻게 꽃을 놓아야 멋스러운지 스스로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녀는 ‘꽃은 반드시 화병에 꽂는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사온 다발째 테이블을 장식하기도 하고, 창에도 매달고, 침대 머리맡에도 두고, 시든 봉오리는 유리항아리에 넣기도 한다. 늦게 촬영이 끝나면 새벽 꽃시장에 들러 가장 예쁜 꽃 한 다발을 사오는 재미가 그녀의 삶에 새로운 향기를 주었다.
“일반 주부들이 꽃을 구입하기 가장 좋은 곳은 강남고속터미널 꽃상가예요. 너무 넓지도 않고 꽃의 종류도 다양하거든요. 월, 수, 금 새벽 1시에 문을 열어 오후 1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예쁜 꽃을 사려면 새벽 1시 반 정도가 가장 적당해요. 아침 나절에 가면 흔한 꽃만 남아 있거든요.”
그녀는 꽃으로 모양을 내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예쁜 꽃을 골라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충고를 해줬다. 다발로 파는 꽃뿐만 아니라 화분에서 자라는 꽃을 쓰면 실내가 더 고급스럽고 감각 있어 보인다.
“요즘은 히아신스나 수선화, 튤립 같은 구근류가 예쁜 계절이에요. 클래식한 분위기로 꾸민 저희 집에도 무척 잘 어울리죠. 처음에는 물컵에 첫 꽃을 피울 때까지 꽂아두었다가 화분이나 마당에 깊이 심어두면 다음해에 또 꽃을 볼 수 있어요.”
그녀가 좋아하는 꽃들은 한 가지도 평범한 것이 없다. 꽃을 꽂는 데 별다른 기교를 부린 것도 아닌데, 화려하고 기품 있고, 그래서 어느 곳에 놓여 있어도 빛이 난다. 마치 그녀의 모습처럼 말이다.
01 평범한 인테리어 소품의 재발견 몇 년 전에 유행한 인테리어 소품 새장을 멋지게 재활용한 솜씨에 감탄. 조화가 들어 있는 값싼 소품을 고속버스터미널상가에서 사온 것인데, 그녀만의 감각으로 데커레이션했다. 긴 줄기나 초록잎을 더해 운치를 더하고, 장미나 국화 등 말릴 수 있는 꽃을 사용해 창가에 걸어놓으면 두고두고 즐길 수 있다.
02 낡은 티 테이블을 빈티지풍으로 DIY 다른 살림 솜씨는 없어도 ‘DIY’ 솜씨는 타고난 김성령. 잡지 등에서 오려낸 꽃 사진을 낡은 테이블 위에 빼꼭하게 붙여 빈티지 스타일로 변신시켰다. 차를 마시면서 꽃을 꽂거나 책을 보는 등 작업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다.
03 컬러풀한 유리병과 어울리는 화려한 난꽃 보이는 대로 사서 모아두었던 컬러풀한 유리병이나 낡아서 쓰지 않는 유리컵 등을 모아서 꽃 연출할 때 쓰면 멋진 장식이 된다. 색색으로 컬러가 들어간 것라면 금상첨화. 이그조틱한 분위기의 양란이나 호접란 1~2줄기 혹은 줄기가 긴 나뭇가지를 꽂아 콘솔 위에나 창가에 두면 실내 분위기가 화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