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작가와 스타PD, 그리고 스타 연기자가 만나면 어떤 문양의 드라마가 될까. 이 질문의 해답이 조만간 풀릴 것 같다. 10월 2일 시작할 MBC ‘한강수 타령’과 10월 16일 첫방송 될 ‘아버님 전상서’ 그리고 내년 3월 제작에 들어갈 드라마 ‘태왕 사신기’ 에는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스타 작가와 스타 PD가 손을 잡고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타 연기자의 출연도 뒷받침 돼 관심이 증폭된다.
또한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이들 작품에 투입되는 스타 작가들이 지극히 가볍고 감각적이며 삶의 진정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드라마가 범람하고 있는 요즘 상황에 모반을 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들 작품들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밖에 작가들의 인간적인 성격과 실제 모습 그리고 작품 스타일이 사뭇 차이가 나는 것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땀내 나는 이야기의 최고봉 김정수 작가
MBC의 ‘한강수 타령’을 집필하는 작가 김정수는 사람들을 푸근하게 해주고 따스한 심성을 가졌으며 외모조차도 넉넉한 인심을 느끼게 해준다. 그녀는 ‘전원일기’, ‘엄마의 바다’ ‘그대 그리고 나’ ‘파도’ 그리고 ‘그 여자네 집’ 등 서민과 중산층 캐릭터를 내세워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를 써 온 스타 작가이다.
김정수는 “작가는 글의 테크닉보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는 근래 들어 작품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가족이 주요한 모티브이자 내용을 전개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대사보다는 삶의 진정성을 살리는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드러내는 극본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여기에 최종수PD가 가담했다. 최PD는 김정수와 손잡고 1992년 역대 시청률 6위에 기록되고 있는 ‘그대 그리고 나’를 연출한 스타 PD이다. MBC프로덕션 사장으로 재직하다 연출 현장으로 돌아온 베테랑 연출자이다. ‘한강수 타령’에 출연하는 연기자 역시 연기력 면에서는 일가를 이룬 김혜수, 최민수, 김석훈 등이 총출동한다.
대중의식 ‘성감대’ 포착의 달인 김수현 작가
이에 비해 ‘부모님 전상서’는 한국 드라마 40년사를 관통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 김수현의 작품이다. 작가 김수현은 사람을 압도하는 철저함이 있고 할 소리는 다하는 성격이며, 풍성한 김정수 작가의 외모 달리 빼빼한 외모다. 오랫동안 변함없이 인기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작가가 김수현이다. 누구도 채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기고 있는 그녀는 특유한 주제의식, 캐릭터, 대사로 시청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김수현은 철저히 극단적 양방향의 주제를 그린다. 김수현은 대중의식의 성감대를 가장 잘 포착하는 작가다. 드라마 속에서 반관습적, 반통념적 가치를 기존 가치 기준보다 우위에 놓아 인간이 갖는 이중적 심리를 교묘하게 묘파하는 즉 현재의 삶에 안주해 살면서도 내면적으로 기성 가치관과 도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그린 ‘모래성’, ‘배반의 장미’ ‘청춘의 덫’ 등의 작품은 이러한 주제를 잘 담고 있다. 또한 가족애와 인간의 무한한 사랑을 강조하는 주제에 천착하는 빛깔이 다른 드라마도 기막히게 표현해 낸다. ‘완전한 사랑’ ‘내 사랑 누굴까’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이 뭐길래’가 이 범주에 속한다. 때로는 이기심과 허위의식을 가차없이 찌르는 문체와 지극히 평범하지만 정확한 상황 심리를 묘파하는 대사의 그녀의 극본의 가장 큰 무기다.
그녀는 “30여년 넘게 정말 무지막지하게 일했다. 내 개인적 실제적 삶을 돌볼 겨를도 없이 원고에만 매달렸다. 내 안에 있는 많은 나가 출연자로 변해 울고 웃고 살아가게 한 것이 내 삶이었다”며 “TV드라마는 동네 연극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만드는 것이기에 제작 전 과정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내 성격을 괴팍하고 까다롭다고 사람들은 말한다”라며 프로다운 정신을 드러낸다. 여기에 ‘내 사랑 누굴까’에서 호흡을 맞췄던 중견 연출자 정을용과 놀라운 연기력을 폭발하는 연기자 김희애가 가세한다.
여전히 20대의 감수성 송지나 작가
한국 드라마사에 족적을 남긴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대망’의 콤비 작가 송지나-김종학PD가 손을 잡은 사실만으로 관심을 끄는 것이 한국 고대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 ‘태왕 사신기’이다. 지적인 외모와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 송지나는 40대지만 20대 감성을 가진 작가이다. 사회와 세계 그리고 인간을 아우르는 폭 깊은 주제를 다루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사회와 역사성이 짙게 드러난 ‘여명이 눈동자’ ‘모래시계’ ‘대망’을 썼는가 하면 인간의 진정성과 사랑을 다룬 ‘달팽이’와 ‘러브스토리’도 집필했다. “오만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드라마로 인해 개인의 삶의 양태가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생각 때문에 부끄럽지 않는 삶의 모델을 제시하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 그녀가 20년 넘게 작가 생활을 해오면서 견지한 원칙이자 드라마론이다.
선이 강한 연출 스타일을 보이며 한국에서 최초의 스타PD로 우뚝 선 김종학 PD가 송작가와 함께 또 한번 손을 잡고 ‘태왕 사신기’로 드라마 신화 재현에 나선다.
스타 작가와 스타PD 그리고 스타 연기자들이 모였다고 해서 출중한 작품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들 작가와 연출자 그리고 연기자들이 그동안 보여온 작품들을 보면 기대감에 부풀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제발 이들이 허접한 내용과 뻔한 구도, 진부한 캐릭터로 삶을 황폐화시키는 드라마의 홍수 상황을 전환시켜주었으면 좋겠다. 이들이 모처럼 삶의 진정성과 역사 의식을 복원시킬 드라마로 시청자에게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하길 바란다.
첫댓글 배국남 평론가님 입바른 소리 잘하시는 분이시져 ㅋㅋㅋ 근데 희애누나에 대해선 놀라운 연기력을 폭발한다고 묘사했네요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