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브, 그리고 GM의 글로벌 전략
사브가 GM그룹에 속하게 된 장점을 최대한 살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다시 성장 궤도를 타고 있다. 사브의 본사는 스웨덴 제 2의 도시 이에테보리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인구 5만명의 트롤하탄이라는 곳에 있다. 이 도시의 많은 사람들은 물론 사브나 볼보 항공 관계자들인 기업도시이다. 그 트롤하탄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사브를 구입한 사람들에게 구입 동기를 물으면 대부분이 비슷한 답을 한다. 사브는 비행기에서 출발했다는 것과 혁신적이고 FF로 눈이 많이 오는 스웨덴에서 아주 좋은 주행성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볼보도 모두 앞바퀴 굴림방식으로 전환했지만 당시는 FR이었다. FF쪽이 눈길 주행에 더 좋다는 것을 스웨덴 사람들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스웨덴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건형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볼보 V70과 사브 9-5 에스테이트 등이 최근에는 시판되고 있는 모델이다. 택시도 에스테이트가 주를 이룬다. V70과 9-5 에스테이트에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왜건 등 세 차종이 택시의 80%를 점하고 있다. 그 택시의 컬러는 대부분 짙은 색이고 거기에 하얀색 글자가 주를 이룬다. 자동차 자체의 프리미엄성이 높은데다가 컬러링이 눈길을 끌기 때문에 택시가 많은 거리의 풍경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웨덴 거리에 왜건이 많은데는 이유가 있다. 19세기의 토지개정법 시행과 그 후의 산업 구조의 변화 등에 의해 스웨덴에서는 서머하우스, 즉 별장을 갖기 쉬운 환경이 정비되었다고 한다. 또 세계적으로 사회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로 봉급생활자들은 일반적으로 연 5주간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거기에 놀라울 정도로 높은 스웨덴의 생활 수준은 요트 보유율에서 잘 나타나 있다. 5세대 당 한대 꼴로 요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별장과 요트가 있는 생활에는 왜건형 자동차가 필요했다. 실제로 그들은 사브 9-5 에스테이트에 식기세척기를 싣고 별장으로 가기도 한다. 스웨덴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오락시설은 거의 없다. 휴가시에는 요트를 타거나 테니스, 골프, 스키를 하거나 한다. 세금은 높지만 학비는 대학까지 무료다. 어린애가 태어나면 480일간의 부모 휴가가 주어지며 그것은 아버지, 어머니 어느쪽이 선택해도 된다. 480일간 중 1년간은 80%의 급료를 지불한다. 부부간의 성을 따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유럽국가와는 다른 점. 전업주부의 개념은 많지 않고 여성도 캐리어를 쌓는 생활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스톡홀름의 시의회 의원 101명 중 57명이 여성이다. 또 18세가 되면 1년간 징병제가 있다. 그런 환경의 스웨덴 중류층 가정 이미지에서 사브라는 브랜드가 육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GM은 스웨덴의 사브와 영국의 복스홀, 독일의 오펠 등 유럽 자회사를 유럽 GM이 총괄하고 있다. 개발과 생산, 판매의 합리화를 한층 끌어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GM그룹에 한하지 않고 기업 경영의 글로벌화는 끝없이 진행되고 있고 효율화가 추구되고 있다. 하지만 사브가 GM 그룹에 속하고는 있지만 사브는 아무래도 스웨덴 브랜드다. 기업의 국적은 이제 큰 의미가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브랜드의 국적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것을 기업이 인식해 살려 나가는 한 브랜드는 계속 그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브랜드를 넘나드는 플랫폼의 공유화 등으로 자동차가 몰개성화된다고 하는 지적도 있지만 그것은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그렇게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브 자동차의 역사는 잘 알려져 있다. 군용기를 만들기 위해 1937년 설립되었다. 그 후 제 2차대전의 종료와 함께 자동차의 생산을 시작했다. 사브 엔지니어는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발상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최근에는 운전자가 알코올을 섭취했을 경우에는 그것을 자동차가 인식해 엔진의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비를 개발 중이라고 하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역시 사브 다운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브의 그러한 세계 최초의 기술을 몇 가지 정리해 보자. 1962년의 시트 벨트의 표준장비화를 시작으로 1970년 헤드램프 워셔와 와이퍼, 1971년의 시트 히터, 1972년의 사이드 임팩트 도어 빔, 1978년 꽃가루 필터, 1985년 다이렉트 인젝션 시스템, 같은 해의 시트벨트 텐셔너 등이 그것이다. 이런 발명을 지켜 보면서 커온 사브의 팬들 중에는 진보적인 고학력자가 많다고 사브 관계자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메인 스트림의 가치를 거부한다는 것이 사브 고객들의 사고방식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사브의 세계 판매는 최근 5년의 실적은 연간 13만대 전후이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자동차 메이커로서는 아주 적은 부류에 속한다. 볼보의 1/3 정도다. 때문에 사브는 규모가 적은 회사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볼보와의 차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금요일 오후, 사각의 자동차(볼보)에 화물을 던져 싣고 별장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사브는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다른 방법을 고려한다.”와 캐리어나 자전거용 랙을 잘 사용해 별장으로 간다고 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이미지 차별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사브는 지금 GM의 글로벌 전략 중 확실한 입지를 점령하고 있다.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위해 진일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브는 이미 일본 스바루로부터 9-2X를 공급받아 북미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시보레 트레일 블레이저를 베이스로 한 SUV 9-7X도 미국시장에서 올 여름에 시판이 예정되어 있다. 이처럼 GM그룹 내에서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낸다고 하는 작전은 사브라고 하는 브랜드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렇다고 안이한 제품 만들기를 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시 말해 최근 등장하는 모델들, 앞으로 등장할 모델들에서 그런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 사브 브랜드가 갖는 고유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플랫폼 공유화는 이제는 세계 모든 브랜드들이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각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누가 더 살려 내느냐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사브는 그런 전쟁 속에서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살려 낼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춘 메이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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