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남기네요. 일전에 꼬리뼈 거대세포종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고 후유증으로 힘들다는 글을 남겼던 사람입니다. 그간의 치료 과정이 여기 계신 분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까 싶어, 그리고 제 상태도 다시 정리해 볼 겸 글 남겨 봅니다.
저는 스물 여덟 된 남자로 2011년 5월 꼬리뼈 거대세포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던 중 미세한 통증이 발생했던 것은 2011년 2월경이었으나 당시 잦은 야근으로 인해 오랜 시간 안에 있는 것 때문에 생긴 단순한 통증으로 가볍게 넘겼습니다. 회사 근처 마취통증의학과에서 4월까지 신경차단술을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찍은 MRI에서 5cm 정도의 꼬리뼈 거대세포종을 발견했고, 당시 MRI 판독 의사에게서 골육종이라는 진단 소견을 받았습니다.
그 진단서를 갖고 저는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를 찾아 조직검사를 의뢰하였고 5월, 최종 진단이 거대세포종으로 나왔습니다.
2011년 6월이 첫 수술이었습니다. 다행히 천추 2번 신경까지는 살릴 수 있어서 수술 후 기능 장애는 크게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수술 전 배변 장애나 보행 장애가 생길 확률이 높다는 말을 들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8시간 동안의 수술 후 약 2개월이 지난 뒤에 수술로 인한 불편함도 없고 종양 발생 이전으로 무척이나 좋게 회복하였습니다.
수술이 끝난 후 6월부터 9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조메타(ZOMETA)'를 맞으러 통원으로 다녔습니다. 하루 2시간~3시간 동안 링겔을 맞는 식으로 처방 받았고 9월부터는 세 달에 한 번으로 하자시어 12월에 한 번 더 맞았습니다.
2011년 12월쯤 또다시 수술 전에 겪던 통증이 있어 의사 선생님께 말씀 후 2012년 1월 MRI를 찍었습니다. 그 결과 이전보다 더 큰 6cm짜리 거대세포종이 같은 자리에 발생한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재발한 종양의 위치가 이전보다 신경을 많이 먹고 있어 훨씬 위험한 수술이 될 거고 기능 장애도 반드시 생길 거라 말했습니다. 의사의 의견은 맞아들었습니다.
2011년 2월 3일 13시간 동안의 수술이 끝난 후 크게 세 가지의 후유증을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로 턱에 생긴 욕창이었습니다. 13시간 동안 엎드려서 수술대에 고정되어 있다 보니 턱 피부 조직에 괴사가 생겨 욕창이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선생님께 물어 보니, 시간이 되면 자세를 바꿔줘서 욕창을 방지하는 게 맞지만 당시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닐 정도로 중요한 수술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술 후 성형외과 의사는 제 턱 욕창을 보고 2년 안에 흉터가 남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두 번째로 대소변 장애였습니다. 최초 1달 동안은 대변을 제가 조절할 수 없었습니다. 언제 나올지도 모른 채 병상에서 대변을 보았고 대변이 나오는 감각조차 상당히 미미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끝난 지 3개월이 넘은 지금 시점에는 그 정도는 아닐 정도로 회복했지만, 불편한 건 여전한 상태입니다.
세 번째로 생식기 및 허벅지 일부 감각 저하입니다. 생식기 감각 저하로 인한 발기 및 사정 장애가 발생하였고 허벅지 감각 저하는 다행히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비뇨기과에 통원으로 다니며 치료 받고 있고 아무래도 신경 쪽 문제다 보니 의사 선생님도 장담은 하지 못한 채 기다려 봐야 한다는 식입니다.
이제 재발 수술을 한 지 3개월이 지나갑니다. 수술 전에 다니던 맘에 드는 직장을 그만 두게 되고, 결혼을 생각했던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나니, 이 작은 종양이 제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아 갔는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무엇보다 다시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이 종양 특성상 다음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다음 재발 시에는 수술하지 않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지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재발 수술 전, 의사 선생님은 제게 방사선 치료를 권했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지인지 당시엔 잘 몰랐으나 저는 백 번 동의하며 어떻게든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수술 부위가 워낙 넓어(엉덩이의 1/2) 2월 3일 수술 후 상처 부위가 모두 회복된 3월이 되어서야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방사선은 약 30회를 받았고 당시 방사선 담당 선생님이 '이 종양에 방사선 치료를 한다는 것은 다음 재발이 절대 없도록 배수의 진을 치는 것과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방사선 후 재발한 종양은 수술적 제거가 훨씬 어려워지며, 종양의 성격도 안 좋게 변해 추후 약물이나 방사선에도 더욱 반응하지 않는다는 부가 설명이 있었습니다.
방사선 치료 중 저는 신경외과에 의뢰하여 혈액종양내과를 방문하였고, 그쪽 선생님과 항암 및 이 카페에서 알게된 데노수맙(Denosumab)에 대한 의견을 여쭈었습니다. 당시 신경외과 선생님은 조메타(Zometa)를 처방하였음에도 6개월 만에 재발하였으므로(6개월만에 6cm였으니 재발 시기는 훨씬 빠를 것으로 추정) 약물로는 별 효과가 없는 듯하다셨고, 데노수맙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계셨습니다. 다행히 혈액종양내과 선생님은 데노수맙에 대해 잘 알고 계셨으나 예상했던 대로 회의적인 의견을 내셨고 항암제 역시 현재 단계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 못 박아두셨습니다. 안타깝게도 방사선 치료 후 재발한 종양에는 항암제 역시 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꽤나 많은 자료를 찾아 보았음에도 제가 얻은 결론은 고작 이것뿐이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재발한다면 치료 방법은 수술적 제거 외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아직 데노수맙이라는 약물에 대한 기대를 버리진 않았으나 그동안 의사 선생님들과의 의견을 들으며 힘이 많이 빠진 상태입니다. 사실 다음 재발 때는 절대 수술하지 않을 거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약물에 대한 어떤 처방도 쉽게 받을 수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제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간단한 제 치료 과정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더 알아볼 생각입니다. 혹시라도 도움되는 자료가 있으면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카페에 자주 방문하여 글 보고 있습니다. 고통은 참 주관적이라 질병의 상태와 관련없이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똑같이 또는 그 이상으로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기운 내시고 치료 잘 받아 꼭 완치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참고로 방사선 궁금하신 분들이 꽤나 있는 듯해 부연 설명 드립니다. 일반적으로 거대세포종엔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만, 제 경우 다른 거대세포종과 다르게 종양이 상당히 빨리 자라는 특성을 보여 시도해 보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빨리 자라는 종양에 방사선이 효과적이라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방사선 치료를 선택하기에 두 가지 조건이 들어맞은 겁니다. 첫째, 다음 재발 때 너무나도 큰 후유증이 생기므로 효과가 없더라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방사선 치료를 시도하는 것. 둘째, 종양의 성장 속도가 빠르므로 혹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므로. 정도입니다.
닉네임처럼 언제나 행복한 하루 만드시게 될겁니다. 화이팅!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 방사선 치료를 받고 계시나요?
3월부터 4월까지 30회 정도 통원으로 받았습니다.
아...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요...행복한하루님에 비하면...저도 힘든데 행복한 하루님은 오죽하시겟습니까...힘내세요
근대 저도 데노수납에 대해서 교수님께 말씀드려봣는데...모르시더군요...아직 한국에는...언제 나올련지 ㅠ..ㅠ
행복한 하루님 힘내세요 정말...정말...정말...힘내세요....
한국희귀의약품센테에 처방전 및 구입동의서를 첨부하시면 구매는 가능합니다. 한 병에 250만 원 정도예요.
행복한 하루님 고통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군요. 하루하루 정말 힘든시간을 보내시는 것 같은데 힘내시고 파이팅! 하루빨리 거대세포종치료약이 개발되길 빌고 또 빌어 봅니다.
다 힘든 거겠죠. 디자이너님도 힘 내세요!
저도같은 마음입니다!기운내셔요!!!
아자아자!!!!
고맙습니다. 쵸코님도 힘 내세요!
다들 이지랄같은 병땜에 고생이 많습니다.저역시 방사선치료 받고 현재 1년6개월이 지났어요. 별다른증상은 없는데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외래갈날이 다가오면 아무런 생각이 안들고 멍해집니다.방사선치료할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하지만 저역시3번이나 척추에 제거수술을 하다보니 더이상 뽀족한 방법이 없어 더이상수술은 안되고 해서 방사선치료 권해주시더라고요. 지금은 아무생각없이 살고있습니다.때로는 이병이 나한테 없다는생각을 하고 살기도 합니다.그래야 속을 편하잖아요. 여러분 모두 힘냅시다.
정말 지랄같은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