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G. 웰스(H. G. Wells)>가 1898년도에 발표한 소설 [우주 전쟁(War Of The Worlds)]은 그동안 SF의 고전이라 불리우며 서구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왔고, 헐리우드에서 숱하게 영화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그만큼 외계(外界)에 존재하는 지적 생물에 대한 인간의 상상과 관심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으며, 그 상상과 관심만큼 보이지 않는 생명체에 대한 경외감(敬畏感)과 막연한 공포 또한 상당히 큰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도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컸던것 같습니다.
이 원작에 적대적(敵對的)인 외계인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E. T.(E. T. the Extra-Terrestrial)]등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거의 모두가 지적 수준이 뛰어나고 평화를 사랑하는 존재로 그려져 왔습니다... - 영화화 한 것을 볼 때 아마 <스필버그>도 <웰스>의 팬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제작 과정부터 무수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우주 전쟁]이 드디어 개봉을 했는데, 이 영화는 예상과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허무한 결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인류의 탄생 전부터 - 도대체 언제 부터인지 잘 모르겠지만... - 지구상에 준비한 듯 보이는 가공할 무기 '트라이포드(Tripod)'와 번개를 타고 내려와서 이 무기를 조종하는 외계인들이 결국 미생물(바이러스)에 굴복한다는 내용은, 그렇게 되기까지 그 중간 과정의 언급이 없이 느닷없이 찾아와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물론 영화의 도입부부터 미생물(바이러스) 속의 '우주'를 보여주며 결말을 어느 정도 예상하게는 만들어 주지만, 처절하게 도망치기만 하던 지구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약해진 외계인을 공격해보니 바이러스 때문에 약해졌더라... 하는 식의 내용전개는 엉뚱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 [우주 전쟁]이 못 만든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필버그>는 원작에 너무나 충실히 영화를 만들었으며 - <웰스>의 원작 [우주 전쟁]을 읽은 서구의 관객에게는 아마 흥미 있는 영화가 되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영화로 [우주 전쟁]을 처음 접한 우리들로서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결말이 되었을 것입니다... -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류의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닌,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의명분'이 아닌 '생존'에 매달리게 되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를 만든 것입니다.
주인공 <레이 페리어>는 - 원작에서는 '과학자'로 등장했지만 <스필버그>는 '부두 노동자'로 인물의 직업을 바꿨습니다... - 너무나 당황스런 상황에 맞닥뜨린 후, 가족을 지키기에는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고뇌하고 일순 혼란에 빠져버리지만,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지켜내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며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류의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과 직접 싸워 '지구의 평화'를 지켜낸 사람들도 '영웅' 이지만, 이렇게 <톰 크루즈(Tom Cruise)> 처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평범한 사람들도 '영웅'이 아닐까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에서 일관되게 지켜지는 결말인 '가족애'가 이 영화에서도 주요 모티프(motif)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밋밋하고 엉뚱한, 재미없는 결말이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가 늘 그렇듯 '결말'을 기대하지 않고 '과정'을 즐긴다면 - 이 영화도 초반부와 중반부, 아니 '결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정말 대단한 장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트라이포드'의 첫 등장, 이들이 쏜 광선에 의해 사람이 산산조각 나는 장면과 '눈'달린 촉수를 피해 다니는 지하실에서의 '숨바꼭질' 장면 등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장면들 이었습니다... - 이 영화 [우주 전쟁]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영화를 보고나서 '외계의 침공' 같은 것은 절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던것 같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 <마징가 제트>, <독수리 오형제> 보다 더 막강한 '바이러스'가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
첫댓글 못만든 영화라고는 말할수 없죠..하지만 스필버그 영화는 점점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듯 하네요
기대치가 커서그래...
음..저도..울프걸님에동감입니다.기대치가너무커서..느끼는관람자들은 아니다...할수밖에..없고..허무한결말에..동의..결말에..극장한사람들모두,...한마디씩..하더이다...=_=크...스필버그감독이..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