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햅스 산을 오르다보면 조금만 가파른 곳에서도 숨이 가빠지곤 합니다. 어느 날, 내가 숨을 충분히 내쉬지 않고 들이쉬는 것에만 집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호흡이 모자란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숨을 충분히 내쉬는 것을 연습했더니 숨을 크게 들이쉬지 않아도 전보다는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산소가 소모된 공기를 충분히 배출하고 신선한 공기로 폐를 채워야 하는데 불충분한 배출 때문에 폐 안의 공기가 신선해지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숨이 차면 이를 공기가 모자란 것으로 인식하고 공기를 많이 들이쉬었지만, 정작 중요한 요인이 간과되었던 것입니다. 좋은 것으로 채우기 위해 먼저 좋지 않은 것을 비워야 했습니다.
기관지 질환자나 배뇨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공기나 소변을 버리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인병인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그리고 지나친 욕심과 스트레스 등은 대개 뭔가가 많아, 버리지 못해 생기는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가지면 불행해지기 쉽습니다. 새로워지기 위해, 고인 물처럼 되지 않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을 버리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회개’는 ‘길을 바꾼다’는 의미입니다. 인생의 어긋난 길을 바른 길로 바꾸는 것입니다. 탐해서는 안 될 것을 탐하고 사는 삶, 욕심내지 않아도 될 것들을 욕심내고 사는 삶, 조금만 가져도 될 것을 많이 가지려 하고, 사랑해야 할 일들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헛된 길 위에서 탕진한 삶의 빈껍데기를 버리고 삶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가는 길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퍼햅스, 삶을 살아가면서 문득 각별하게 다가오는 말입니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아마도’ 그것이 나에게 행운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Haps and mishaps of life), 또는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용서였는지, 두려움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듯합니다. - 모래 위에 내 발자국만 찍혀져 있어서, 어려운 시절 나를 외면하신 하느님을 원망하며 지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모래 위에 찍혀있던 두 개의 발자국은 내 발자국이 아니라 나를 업고 오신 하느님의 발자국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새롭게 돌아보게 됩니다.
대림절은 인생의 여정에서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그 길 위에 서있는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때입니다. 나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지금 나는 어떤 길 위에 서 있는가? 앞으로 나는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가? 이렇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가야할 길을 분명하게 알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이 잘못된 삶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참된 삶을 위해서 ‘나’를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이 옳은 삶이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그릇된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분의 길이 아니라 그분이 우리의 길’이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내가 가고 싶은 길, 내 마음 내키는 일, 내 뜻과 다르더라도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입니다.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회개를 통해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다시 찾는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