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훈 시비
본명이 조동탁(趙東卓)인 조지훈 시인은 1920년 경북 영양에서 출생했고, 1939년 <문장(文章)>지에 시 「고풍의상(古風衣裳)」과 「승무(僧舞)」가 추천되고, 1940년에 「봉황수(鳳凰愁)」를 발표하여 추천이 완료됨으로써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초기시는 주로 민족의 고유한 미의식과 민족의 역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불교적 색채 등을 특징으로 한다. 조지훈은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간행한 첫 시집 『청록집(青鹿集)』(1946)을 비롯하여, 『풀잎단장(斷章)』(1952), 『조지훈시선(趙芝薰詩選)』(1956), 『역사 앞에서』(1957) 등의 시집을 간행했다. 시 「산상의 노래」는 그의 네 번째 시집인 『역사 앞에서』에 실려 있다.
이 시는 원래 1945년에 발간된 『해방기념시집』에 실렸던 시답게 해방의 기쁨과 새로운 과제를 고민하는 시적 자아의 내면을 고백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의 제목인 “산상의 노래”는 산의 정상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인데, 해방의 기쁨으로 충만해 있는 고양된 정신 상태에서 미래의 과제를 모색하는 노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총 7연 25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해방을 기원하던 과거의 염원을 다룬 1연, 해방의 기쁨과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2연에서 6연, 그리고 새로운 과제를 고민하고 있는 7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1연에서는 해방을 위한 오랜 인고의 세월의 고통과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낡은 고목(古木)”은 국권을 상실하고 생명력이 고갈된 조국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데, 시적 자아는 그러한 고목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것이 다시 소생하기를 기원하는 내면의 갈망을 “낡은 고목에 못 박힌 듯 기대어” 간구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긴 밤”은 국권 상실이 야기한 고통의 정도를 표상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고의 세월이 오래 되었음을 표상하며, 해방을 위한 갈망 또한 가열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2연에서 6연까지는 해방의 환희와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1연에서 시적 자아는 “종소리”가 “시들은 핏줄의 굽이굽이로 / 사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울러퍼진다고 진술하면서 해방이 몰고온 가슴 벅찬 희열과 새로운 생명력의 도약을 예찬한다. 3연에서는 “꽃다운 하늘”을 통해 해방이 몰고온 개벽과도 같은 새로운 세상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마음속으로 의지했던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이 동경의 대상으로서의 소임을 다했음을 고백한다. 어둠 속에서 샛별을 바라보면서 아침이 올 것을 기대하던 갈망이 기적처럼 실현되었음을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4연에서 6연까지는 해방으로 인해 변화된 시적 자아의 내면의 모습과 현실의 모습이 묘사된다. 4연에서 시인은 “환희 트이는 이마”, “떠오르는 해살” 등의 상승과 밝음의 이미지를 통해 시적 자아의 환희에 찬 내면 풍경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시월 상달의 꿈”과 같다고 표현하면서 시적 자아가 지닌 미래의 희망과 꿈을 표현한다. 5연에서 시적 자아는 오랫동안 자국어로 시를 쓰지 못했던 암울했던 시절을 전제로 해서 이제 시를 쓰게 된 기쁨을 노래한다.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았다는 표현을 통해 시를 짓게 된 정황을 암시하며, “오래 잊었던 피리의 / 가락을 더듬노니”에서 새로운 문학의 창작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는 시적 자아의 내면 풍경을 보여준다.
6연은 시인이 노래할 시의 세계가 제시되는데, 그것은 유토피아와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 새들은 즐거이 노래하고 사슴과 토끼는 서로 “향기로운 싸릿순”을 양보하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계의 모습을 노래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7연에서는 그러한 세계가 결코 쉽게 도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며, 그러한 세계를 향한 열망을 노래하고 있다. 1연에서 “내 홀로 긴 밤을 /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 왔는가.”라고 노래했던 시적 자아는 다시 마지막 7연에서 “내 홀로 서서 /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라고 하면서 독립된 민족국가의 실현을 통해서 6연에서 노래했던 그러한 이상향이 도래하기를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총 7연 25으로 이루어진 자유시로, 민족의 해방을 위해 염원했던 과거와 해방을 맞이한 현재의 기쁨과 희망, 그리고 미래의 새로운 과제 등을 노래하고 있다. 1연에서는 국권을 상실한 조국을 상징하는 “낡은 고목”에 기대어 조국 해방의 염원을 표출하고 있다. 2연에서 6연까지는 해방의 기쁨과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데, 2연에서는 “종소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생명의 재생을 상징하고 있으며, 3연에서는 “꽃다운 하늘”과 “샛별”의 상징을 통해 해방의 기쁨과 광명이 환희를 노래하고 있다.
4연에서 6연까지는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데, 4연에서는 “시월 상달”을 통해 희망찬 미래를 예감하고 있으며, 5연에서는 “오래 잊었던 피리”를 통해 문학 창작의 꿈을 다시 지피고 있으며, 6연에서는 앞으로 노래할 이상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다. 마지막 7연에서는 다시금 산마루에 서서 6연에서 제시한 미래의 이상향이 도래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사슴과 토끼는 /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
사슴과 토끼는 먹이사슬에서 초식동물에 해당되는 짐승으로 약자에 속한다. 그들은 항상 육식동물의 공격에 불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부족한 먹이를 찾아서 경쟁해야 한다. 그들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이상적인 세상이라고 할 만하다. 이 구절은 바로 그러한 세상을 암시하고 있다. 사슴과 토끼 같은 가장 약한 짐승들이 서로 먹이를 양보하는 세상, 그것은 세상의 약자들이 서로를 보살피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세상일 것이다. 시인이 꿈꾸는 해방된 조국의 이상향이기도 하다.
- 형상과 전통
- 정지용과 조지훈의 시를 중심으로
- 김문주 저
- 월인
- 2006.10.25
- 조지훈
- 문학의 이해와 감상107
- 윤석성 저
- 건국대학교출판부
- 1997.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