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University 종교철학과 박진영 교수
지난 4월 미국대학의 불교 수업 탐방 연재을 기획하며, 첫 classroom으로 뽑은 곳이 Wahington DC에 자리한 American 대학의 철학수업이었다.
박진영 교수가 가르치는 중국철학 강의에서 불교 철학부분인 혜능의 육조단경을 청강하였다.
총 20명이 수강하는 이 수업은 원래는 학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철학과와 종교학의 전공 대학원생들과 학부생들 그리고 미술사, 국제정치학 등을 공부하는 학생 등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미전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학부(School of International Services) 학생들중 동아시아 전공의 학생이 절반 가량된다.
3시간 짜리 저녁수업이지만, 교실가득 빙 둘러앉은 분위기는 마치 세미나 수업처럼 강의 위주라기보다 자유롭고 활발하게 토론하는 분위기로 시종일관 질문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 등 화기애애했다. 중간중간 뒤늦은 저녁식사 대신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노트북으로 필기를 대신하는 등 각자의 개성과 진지함으로 말로는 이해하기 힘든 불교의 선과 도교의 여러 개념을 쫒고 있는 미국 대학생과 한자리에 앉아 보았다.
이번 강의에서는, 지난주와 이번 주의 교재인 필립 얌폴스키 번역의 육조단경(The Platform Sutra of the Sixth Patriarchby Huineng)을 수업 전에 미리 읽고 수업시간동안 토론과 질문을 하면서 진행 되었고,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후반 30분 동안 프리젠테이션 시간도 가졌는데, 발표 학생이 토론을 이끄는 시간으로, 학생들이 때론 서양 철학의 정의와 철학적 분석 방법을 차용해가며 동양의 선불교를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며 풀어내는 모습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이전 수업에서 동양과 서양 철학에서의 시점의 차이에 대해 이미 많은 토론이 있은 듯, ‘무념’의 중요성을 되집으며, 서양의 “I think, therefor I exist.”와 어떻게 다른 관점으로 자신(self)을 정의하는가를 다양하게 풀어나가고 있었다.
서양철학의 ‘나’와 ‘생각하다’는, 불교에서 나란 ‘나’ 이외의 여러 요소가 ‘합쳐진 존재(compounded being)’로 본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기도 하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고전하기도 하면서 열심히 각자의 생각을 발표하는 모습이었다.
Turned by the Language Fada and the Lotus Sutra
언어에 의해 굴려짐 법달스님과 법화경
언어란 명명하는 과정이며(language is naming process), 그 용도는 ‘구분’함으로 고유의 정체성을 부여 하는 것이라고 했다.(The funtion of the Language is making a distingtion, gives an identityand the essence to it.)
그리고 또, 언어와 선불교와의 관계에 대해 ‘선불교는 언어에 의존하지 않는다.(Zen Buddhism does not relay on the Languages.)’는 주제로 토론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박 교수가 혜능의 제자인 법달스님의 일화를 간단하게 소개했다.
“There was a Huineung’s student name Fada, and he happened to be a very diligent student. He studied the Buddhist scripture called the Lotus Sutra for many years. He studied it very very hard, but he couldn’t understand a thing. So he thought ‘something was wrong with the scripture, because I studied this much and and still couldn’t understand it.’ One day, he came to his teacher and asked, “Dear Master, I studied the Lotus Sutra for a long time and I can’t understand what is going on with the story. Is there anything wrong with the scripture, even it’s well know?” Huinueng said, “Fada, if you read the scripture with your mind, you’ll turn the scripture around. But if you do not read the scripture with your mind, the scripture will turn you around.” (혜능의 제자중에 법달이란 이름의 스님이 있었는데, 오랜동안 법화경을 공부했다고 한다. 아주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웠지만, 아무 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 경은 무언가가 잘못된 거야, 이토록 열심히 공부해도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는 스승을 찾아가 “스승님, 법화경을 오랫동안 공부했으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 경에 잘못된 구절이 있는 걸까요?”라고 물었다. 혜능은 답하기를, “법달아, 경전을 마음을 다해 읽었다면 네가 법화경을 굴릴 것이요, 경전을 마음을 다해 읽지 않았다면, 법화경이 너를 굴릴 것이다.”라고 했다.)
법달스님의 얘기 끝에 박진영 교수는 프랑스의 철학자 쟈크 라캉의 말을 인용하면서 “it's not that we speak the language but we are spoken by it.(우리가 언어를 말한다기보다 언어에 의해 우리가 말해진다.)”고 부연했다.
Non-dualism: 불이(不二) 사상
그 뒤로 법을 설할 때 언어가 갖는 36가지의 대법에 대해 육조단경의 해당 부분을 읽고 설명을 한 후에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박 교수는 “이는 마치 빛은 빛이지만, 혼자서는 존재할 수가 없고, 어둠이 있으므로 밝음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어둠 역시 밝음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그 둘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관계가 있어요. 그 두 가지가 서로를 존재하게 하지요. 밝음과 어둠은 둘이 상반된 관계가 아니라, 둘이 하나의 관계로 형성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이(non-dual)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밝음과 어두움을 하나로 묶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만 가지고 빛을 단지 빛이다 라고만 설명 한다면, 그 뜻을 잘못 이끌 수도 있고 이럴 때 우리는 말에 의해 돌려진다 라고 하는 것이겠죠(if we just say the light is the light, based on the essence of it, we might misleading the meaning of it. This is called we are turned by the language).”라고 간단한 예로 설명을 했다.
혜능과 신수: Suddern and Gradual
학생중의 한 명이 혜능대사는 금강경 읽는 소리 한 구절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왜 자신은 안 되는 걸까 하는 사뭇 진지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는 육조단경을 읽는 동안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있었는지 묻기도 했다.
학생들은 곧 혜능과 신수의 차이점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학문적 배경이 없었지만, 단박에 깨우친 혜능의 특별함이 무엇인가 나름대로 추론하기도 했다. 이에 박 교수가 나서서 혜능은 ‘nature of enlightment’를 신수는 ‘how to get there’를 제시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어느 쪽이 옭고 그른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 보완된다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Enlightment is not a stage that you get here, and stay there. So we learn the nature of enlightenment by Huineng and how to get there by Shenxiu. (깨달음을 얻은 뒤에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혜능으로 부터 깨달음의 본질에 대해 배우고, 신수로부터는 수행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Presentation-Zen Buddhism and the Social Function (Ethical Practice of Buddhism)
프리젠테이션- 선불교와 사회적 기능 (불교의 윤리적 실천)
이어 학생들은 몇몇의 비평가들이 제시한 불교의 윤리적 실천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다. 선불교가 단지 한 개인의 수행과 깨달음만을 위함인가, 아니면 자비를 사회 안에서 실행할 것인가에 여러가지 예를 들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눈앞의 환자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지 않고 의료 행위를 하는 것,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형벌을 주는 것이 과연 자비롭지 못한 행동인가, 그리고 현상에 옳고 그름의 분별이 없다면 어떻게 각각의 대상(사회, 타인, 자신)에 적용할 것인가,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한 학생은 불교를 공부하는 것이 때로는 배운 것을 지우는(unlearning process) 경험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선불교를 비판한 한 학자의 경우, 불교가 현재(순간)에 집중해서 수행하는 것에 미래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점을 꼽은 것에 좌절이 된다는 학생에게 또 다른 학생이 “과거에 대해 생각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 하기보다, 현재에 머물면서 그 상황에 감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We appreciate the beauty of flower, it will soon disappear but, it stays with us meantime.”
박진영 교수에 대하여
박진영 교수는 연세대학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석사, 스토니부룩에서 박성배 교수와 한국 불교와 20세기 유럽철학을 공부했다.박사논문으로 ‘선불교와 포스트모더니즘’을 연구했다. 워싱턴 디씨의 아메리칸 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선불교, 화엄불교, 불교와 탈근대 철학의 비교철학, 그리고 한국의 근대화와 불교등의 주제에 대한 많은 글을 발표했다. 저서로 <불교와 해체철학> <불교와 탈근대성: 선, 화엄 그리고 불교적 탈근대적 윤리학의 가능성> <한국근대불교의 형성자들> 등이 있다. 박진영 교수는 <국제불교철학회> 및 <미 종교학회 한국 종교분과>에서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박진영 교수는 서양철학을 전공해서 미국 학생들이 불교를 보는 관점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박진영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듣는 대다수의 백인 학생들이 불교를 종교적으로 생각하고, 수업을 듣기보다는 철학공부나 종교수업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미국내에서 미국인들이 불교를 접하는 방법이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엘리트 불교'라는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원불교에서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국불교를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2012년 가을학기 현재, Numata Foundation에서 초청받아 캐나다의 맥길(McGill)에서 한 학기 동안 한국불교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