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은 상충하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갈등조장 정치를 멈추고,
문제의 원인에 제대로 접근한 해결책을 강구하라!
지난 달 18일 서울에서 초등 교사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
이 안타까운 죽음에는 학교라는 공적 공간이 가진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한편, 학교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공론화되면서 전사회적으로 문제 진단과 해결방안이 이야기되고 있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방향이 다시 특정인이나 집단을 겨냥해 악마화하거나 집단 대 집단의 문제로 만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학교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주체들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 학교 시스템과 교육 정책 등 구조의 문제에 제대로 접근해야 원인에 맞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다.
이때 정부는 물론 정치와 언론은 사회 변화를 위한 논의가 사실에 입각해 제대로 된 방향에서 이뤄지게 할 책무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언론은 오보와 추측성 기사들을 내보내고 자살사건에 대한 보도 지침을 어기기도 했으며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발언도 비판 없이 실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의 인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의 대립 문제로 거듭 규정했고, 일부 여당 의원은 사건 직후부터 문제의 원인을 진보 진영 교육감과 학생인권조례로 지목했으며 대통령의 발언이후 여당의 학생인권조례 훼손 움직임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지난 8월 8일과 10일에 각각 주최한 포럼과 토론회에서는 교육현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대신 학생인권조례를 곡해하고 폄훼하는 억측들이 넘쳐났다. 이는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논의를 막고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을 조장 혹은 활용하는 정치의 결과이자 문제의 원인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 실패한 정치가 만들어낸 참담한 장면이다. 공존을 위한 대안이 필요한 시대에 구조적 차별을 부인하고 시민을 갈라치는 정치의 반복이 우리 사회의 차별을 강화하고 소수자의 삶을 위협하는 현실을 초래한 것이다. 여성 인권을 남성과 여성의 대결인 양 호도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권, 교사와 학생 인권을 마치 대립하는 것으로 몰고 가는 정치를 멈춰야 한다.
각자도생이라는 경쟁사회를 구축·강화해 온 근대화와 신자유주의는 공교육을 학생들을 서열화하고 계급과 계급격차를 재생산하는 곳으로 변질시켰고 효율과 결과를 중시하는 교육 현장은 학생인권도 교사의 인권도 침해받기 쉬운 곳이 되었다. 학생인권조례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의 가치가 지켜지지 않던 폭력적 학교 현장에서 학생인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던 것임을 기억해야한다.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은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보적이다. 교육 현장의 문제를 더 이상 특정 주체만의 문제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학교 내 많은 노동자들이 겪어왔던 문제를 이번에는 제대로 진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인권에 대해 무지한 정부의 인식으로 인한 정책의 피해를 다시 학생 인권에 전가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여당은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를 멈추고 문제의 원인에 제대로 접근한 해결책을 강구하라!
2023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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