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브라이언 싱어 감독, 엑션, 판타지, 미국, 134분, 2014년
전망 없는 시대에 ‘Boys be ambitious.’처럼 낯설어진 말도 없을 것이다. 잉여와 쓰레기가 된 삶 속에서 대책 없는 야망과 용기의 강변이야말로 만용이 아닌가? 용기가 만용이 되어버린 시대는 슬픈 시대다. 우리는 ‘Boys be ambitious?’라고 되묻고 있다.
이런 시대에 슈퍼맨이나 엑스맨 같은 미국의 코믹스 영화들은 묘하게 어필하는 게 많다. 마블 코믹스와 DC코믹스의 만화책에서 탄생한 이런 영웅의 시리즈물들이 기술력에 힘입어 판타지와 SF와 나란히 어깨를 겨루며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코믹스의 영웅들인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원더우먼, 아이언맨, 엑스맨 같은 이들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이들 영화는 ‘boys’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불어 나와 현대인의 내면에 세상에 억눌린 ‘boys’들이 있다는 것도 자각하게 된다. 우리의 안에는 야망과 용기를 가지고 싶지만 야망과 용기를 가질 수 없는 ‘보이’들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이런 코믹스 영화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신화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현대의 신화라고 생각한다. 거기엔 인간을 넘어선 신과 영웅들이 존재하고, 선악이 대결을 벌이고 있다. 세계의 태초와 종말을 오고가기도 한다. 차이가 있다면 창조의 신과 영웅 대신 외계인과 과학문명과 사이보그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화처럼 SF영화도 우리의 불안과 욕망을 환상적인 공간과 캐릭터로 각색해 해소하게 할 뿐 아니라, 시대와 문명의 한계와 고민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런 대중의 상업영화가 가진 마취제역할도 하지만, 마취의 부정 기능 외에도 일종의 심리치료와 강장제 역할을 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스로마시대에 신화나 연극이 했던 기능도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최근 개봉된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를 보며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통과 달리 미국 코믹스 영화의 캐릭터들이 신선했던 점은 영웅들이 하나같이 미운오리새끼들이라는 점일 것이다. 슈퍼맨은 별도로 하고, 배트맨이나 헐크나, 스파이더맨이나 X맨이나 미운오리새끼들이 일종의 돌연변이로 괴력을 가지게 되고 외부에 존재하는 악과 싸우고, 내면에 존재하는 악과 투재을 벌이다는 점일 것이다. 20세기의 코믹스 영화들이 외부의 악과 싸우는 일면적 영웅상이었다면, 21세기 코믹스 영화들은 영웅의 불완전성에 주목하면서 영웅의 악, 즉 자기 모순과 고독을 통과의례로 제시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외부의 적이든 내면의 적이든 이 두 가지 요소는 영웅이 거쳐야할 시련과제인 것은 동일하다. 그런 점에서 코믹스 영화나 동화의 모티브는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다시 X맨으로 돌아오자. 아무튼 현대영웅의 탄생엔 현대과학의 영향으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과반수를 차지한다. 그런데 X맨은 특히 유전자 돌연변이자들의 총체적 등장으로 나타난다. 각양각색의 초능력을 지난 돌연변이자들의 협동으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 X맨 시리즈의 내용이다. X맨이 담고 있는 소수적 다양성과 다수성이 묘하게 현대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을 연상하게 한다. 거기엔 성, 연령, 국적, 인종, 직업 등 다양한 차별의 소수자의 정체성을 아우르는 상징이 있다. 그들은 소위 정상의 입장에서 불편한 동거자이자 제거 대상자로 규정되고 있다. O맨들에 대한 X맨들의 항변이랄까?
나도 한 때는 영맨이었지만, 불행하게도 나 자신을 영맨으로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의 소수자 중 일부인 올드맨이 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변방을 떠도는 X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X맨들을 만나고 서로가 커미아웃을 해야 하는 과제들을 X맨들은 안고 있다. 내부의 적을 먼저 해결하고 연대해야 외부의 적과 맞설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Boys be ambitious? X맨이야.”
= 시놉시스 =
엑스맨 Vs. 센티넬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
천재 과학자 ‘트라스크’가 발명한 로봇 ‘센티넬’로 인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미래.
오랜 시간 적으로 맞섰던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는 돌연변이는 물론 인류를 위협하는 ‘센티넬’과의
전쟁을 막기 위해 ‘울버린’을 과거로 보낸다.
과거로 돌아간 ‘울버린’은 뿔뿔이 흩어졌던 엑스맨들을 모두 불러모아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거대한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데…
첫댓글 외부의 적에 대항하는 두 가지 방식, 이른바 비둘기파와 매파 중 매파가 실질적 악당으로 등장하는 게 다른 액션히어로물과 엑스맨이 다른 점이다.던 영화평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얼마전 독서 모임 때 보았던 켄 로치 영화도 떠오르고, 최근 본 혹성탈출ㅡ반격의 서막도 구도가 일정 부분 겹치는 거 같아, 끼워맞춰보는 놀이 중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