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내에 갔다가
역사적 사건이 담긴 옛 미문화원과
제가 젊은 시절 근무했던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두 건물 모두 부산 근현대역사관으로 바뀌었다.
여유 가지고 둘러보니 옛 일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1982년 3월, 부산지역 대학생의 방화사건으로 유명한 옛 미문화원 건물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묵인하고 전두환 군부독재를 지지한
미국에 대한 반감이 동기가 되어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미문화원에 불을 질렀지!
이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 반미주의를 촉발하는 기반이 되었다.
또 사건 관련자들 체포 과정에서 해당 대학생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천주교인들까지 탄압하여 종교계의 민주화운동을 촉발하기도 했다.
미 문화원 방화사건이 민주화운동의 일환이었다고 평가는 하지만
그 안에서 독서하던 무고한 대학생 한 명이 연기에 질식되어 사망함으로써
그 평가가 퇴색된 점이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죽은 무고한 대학생의 부모님이 오열하며 피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듣고
젊은 총각의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건물 외관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옛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다만 간판만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바뀌었다.
저기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이 담긴 동영상을 적나라하게 상영해서
일반 시민들에게 광주의 진상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사실 그 전에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반공주의적 골수 우익 분자 측면이 있었는데
미문화원에서 그 광주 동영상을 보고 분개하며
생각이 180도 급진적으로 바뀐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무색 무취 중도 중간 점이지대 회색분자!!ㅎ
여기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이다.
위의 미 문화원 옆에 위치하여 역시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부산 국제금융센터로 이사 갔다.
1978년에 한국은행에 취업했는데
서울에서 연수 받고 첫 근무지로 여기 고향 부산본부로 발령받았다.
4년 근무하고 군복무 2년 2개월 후 다시 복귀하여 2년 더 근무했으니
여기서 총 6년 동안 근무한 셈이다.
기간 중에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원하는 공부하면서 미래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고
술 담배도 배우고, 여대생 및 직장 여성들과 미팅도 하고~
또 직장에서 만난 국민학교 같은 반 출신 여직원(전역 몇 달 남겨 놓고 고무신 거꾸로 신었음)과 연애도 했고
중매로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서, 딸 하나 낳고 서울 본부로 이동했다.
한국은행과 미문화원 건물과 가까운 거리에 광복동과 남포동이 있다.
1979년 10월 부마 민주 항쟁 때 퇴근하여 광복동에서 넥타이 차림으로 시위 현장에 딱 한 번 참여한 적 있다.
그때 처음 맛 본 최루탄(그땐 지옥 같은 느낌이었음)을 피해
걸음아 나살려라 하며 집으로 도망간 적이 있다.
그 사건은 이후 일종의 시위 기피증이 생긴 계기가 된 것으로 기억된다.
광주 민주화운동 때 이 한국은행 건물에 계엄군이 들어왔다.
한국은행 앞마당에 탱크 한 대와 해병대 한 개 분대가 주둔했다.
한국은행 숙직실을 계염군이 완전 접수했다.
지금은 많이 변모 되었지만 오랜만에 부산의 기억 속 흔적을 찾으니
개인적으로 겪고 느낀 그런 역사적 사건이 새록새록 피어 오른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 자연도 건물도 세상도 인간도, 그리고 철학까지도~
첫댓글 정말 역사작인 현장이군.
국방비가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두 배인 미국
세계의 평화는 미국이 쇠태하거나 망하는 그날부터.
부산에 오니 역사적 현장들이 많이 변모했네요.
감사합니다.
회장님의 인생역사 현장이군요.
영도 언덕배기
차로 올라가도
숨이 차더군요
미 문화원 사건=문부식
이 분의 이름은 정확히 기억합니다
왜냐면,
70년 후반
저희 고향 국회의원과
동명이라서 확실히 기억합니다.
만리동에 이어
부산
공교롭게도
이 두 곳은
개인적으로도
아련한 기억들이 스민곳입니다
이럴땐,
막걸리 한 잔이 최고던가요???
아니아니
사이다 한 깡통 들이키렵니다.ㅎㅎ
박 시인님과 저하고는 궁합이 맞네요.
부산은 그렇고,
언제 만리동이나 청파동에서 막걸리 한 잔 합시다요.ㅎㅎ
감사합니다.
부산 살 때 모두 본 적 있는 건물들인데,
이제 오래 돼서 그런지 그 모습이 뚜렷이 기억나진 않습니다.
회장님과 인연이 있는 건물들이군요.
다시 부산에 가면 한 번 찾아가 봐야 하겠습니다.
부산 미문화원은 대로변에 있어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역사적 건물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