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진출 열쇠를 쥐고 있는 새 용병 데이비드 코르테스(34)가 드디어 입국한다. 코르테스는 27일 입국, 28일부터 팀에 합류한다. 이르면 주말이나 늦어도 다음 주부터 국내 무대에 선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코르테스의 보직은 롯데의 아킬레스건인 마무리 투수다.
올 시즌 멕시칸리그의 철벽 마무리
코르테스가 지난 13일(한국시간) 롯데와 계약하고도 지각 합류하게 된 것은 소속팀인 디아블로가 멕시칸리그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디아블로는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 급으로 평가되고 있는 멕시칸리그 소속으로 24일(현지시간) 우승을 차지했다. 코르테스는 24일 열린 멕시칸시리즈 최종 5차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1이닝을 던지며 소속팀 디아블로의 우승(4승 1패)을 이끌었다.
멕시칸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코르테스는 모두 4세이브를 올리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디아블로의 15경기 중 11경기를 출장할 정도로 화끈한 연투 능력을 선보였고, 23일 1이닝 5피안타 3자책점을 기록한 한 경기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은 0이다. 볼넷은 단 한 개도 없었다. 타고투저와 투수 혹사가 심한 멕시칸리그인 것을 감안하면 코르테스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올 시즌 마무리로 활약한 코르테스는 팀의 61경기 중 42경기에 출장해 3승 무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0.20을 기록했다. 25세이브는 리스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44.1이닝 동안 4개의 볼넷을 허용했고 37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피홈런은 멕시칸리그 마무리 투수 중 유일하게 단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자책점이 1점에 불과할 정도로 철벽 마무리였던 셈이다.
멕시칸리그에서 뛰기 전 코르테스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지난 1996년 데뷔 이후 13년 동안 오직 불펜 투수로만 뛴 코르테스는 1999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산하 트리플A 리치몬드에서 22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주전 마무리로 도약했고, 시즌 말미에는 메이저리그 승격 행운을 잡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활약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던 해는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활약한 2005년이다. 당시 코르테스는 50경기에 나와 52.2이닝 동안 2승 0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10,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 몸에 맞는 공은 제외) 1.14를 기록했다. 콜로라도의 홈 구장인 쿠어스 필드는 내셔널리그인 것을 감안해도 절대적으로 타자가 유리한 구장이다.
코르테스는 이 밖에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올해 3월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할 정도로 국제 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특히 롯데 팬들을 설레게하는 것은 코르테스가 소속팀 디아블로를 멕시칸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예년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롯데 팬들 입장에선 코르테스가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 확정과 포스트 시즌 맹활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아픔을 줄 것인가
코르테스도 불안감이 없진 않다. 우선 볼넷 대 삼진 비율은 훌륭하지만, 이닝당 탈삼진이 1개가 채 되지 않는다. 타자를 압도하는 능력이 다소 부족한 모습은 피안타율로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44.1이닝 동안 44개의 피안타를 맞았고, 0.260의 피안타율을 기록한 점은 그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게 한다.
주무기인 직구 구속은 시속 150km를 상회하지만 구질 역시 단조로운 편이다. 코르테스가 애용하는 볼은 직구와 체인지업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프로야구 타자들은 체인지업에 취약한 대신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몰리는 빠른 직구를 놓치지 않는다.
나이 역시 불안요소다. 미국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타자와 투수가 절정의 기량을 보이는 나이는 27세에서 29세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잦은 부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 해 멕시칸리그에선 부상에 시달렸다. 단 18경기에 나와 9세이브만 기록했다. 1999년에 트리플A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듬해 바로 부상에 시달렸다. 특히 멕시칸리그에서 올 시즌을 완전히 소화한 뒤 국내로 영입된다는 점에서 코르테스가 멕시코에서와 같은 활약을 할 체력이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코르테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프로야구 적응력이다. 그동안 수많은 용병 투수들이 국내에서 실패한 것은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다수 국내 타자들은 타격 컨택트를 위한 선구안이 아니라 일단 무작정 볼을 기다리는 습관이 생겼다”며 “코르테스가 국내에서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의 제구력은 갖춰야 하고, 국내 스트라이크 존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런 점에서 같은 팀의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는 코르테스에게 큰 우군이다. 가르시아는 코르테스와 같은 멕시코 국적이고, 팀 적응력 또한 매우 우수한 편이다. 코르테스가 가르시아의 도움을 받아 이타적인 성격으로 국내 프로야구에 하루 빨리 적응한다면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코르테스가 국내 프로야구에 적응해 롯데의 고질병인 뒷문을 단속할 수 있을까. 5위 삼성 라이온즈에 반 경기 차이, 6위 KIA 타이거즈에 두 게임 반 차이로 쫓기고 있는 롯데의 올 시즌 남은 경기는 불과 32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