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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글․박정섭 그림 / 4*6배변형 / 128쪽 / 11,000원
ISBN 978-89-94407-23-4 44320
ISBN 978-89-94407-10-4(세트)
돈벌이 경제에서 살림살이 경제로!
강수돌 교수가 십대를 위해 쓴 새로운 경제 교과서 -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로 신바람 나는 좋은 삶을 일구어요
『잘 산다는 것』은 강수돌 선생님이 들려주는 새로운 경제 이야기이다.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조치원 신안리 마을 이장으로 고층 아파트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사연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강수돌 선생님이 주창해 온 살림살이 경제의 원리와 그 실현의 모습들을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잘 산다는 것』은 소득과 행복의 관계, 희소성의 원리, 트리클다운 효과, 시장 원리 등은 돈벌이 경제가 만들어온 허구라며 명쾌하게 반박한다. 그리고 은행과 금융자본의 비밀, 세계화의 본질을 쉽게 해설해 준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생존에 필수인 식, 의, 주를 중심에 둔 살림살이 경제이다. 먹고사는 것을 사람들과 협동하며 직접 일구어 온 것이 인류의 역사이며 이것이야말로 경제의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토지와 노동, 화폐를 허구적 상품으로 분석하며 자본주의 비판의 새로운 사유를 펼친 칼 폴라니, 해고가 가져오는 것은 공포라며 잉여인간을 만들어 내는 체제를 비판한 비비안느 포레스테의 작품 등 책과 영화, 실화까지 풍부한 사례들이 저자의 주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해 준다.
살림살이 경제를 일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강수돌 선생님은 “잘 사는 것이란 잘못된 가치관을 훌훌 털어내고 내면의 깊은 목소리를 경청하며 그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 한다. 일과 거리를 두고 삶의 균형을 찾고 텃밭을 일구고 가축을 키우며 소박한 기쁨을 느껴 보자고 한다.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동체 운동과 대안 화폐, 공정 무역 등의 사례는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인간적이고 우애로운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인간적이며 생명력 넘치는 좋은 삶을 위해 노력하자는 강수돌 선생님의 격려를 담은 이 책은 십대들에게 삶을 경영하는 진짜 경제를 알려주는 새로운 ‘경제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구성하는 말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십대를 위한 인문학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이다.
경제의 상식을 바로잡다 - 돈벌이 경제의 역설을 비판하다
『잘 산다는 것』은 강수돌 선생님이 대학 교수이면서 마을 이장을 했던 독특한 경험부터 시작한다. 가난했지만 서로 돕고 살았던 고향의 경험을 되살리게 해 주었던 마을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놀라 확인해 보니 마을 주민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다. 마을 이장이 몇몇 지주와 독단적으로 진행했던 일이었다. 고층 아파트 건설을 막기 위해 주민들의 뜻에 따라 이장을 하며 몇 년 간 애썼으나 아쉽게도 이길 수는 없었다. 저자는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들려주며 아파트를 지어 돈을 벌려는 사람들과 대대로 살던 마을에서 서로 도우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 중 누가 더 잘 사는 것 같은지 질문한다. 돈벌이 경제와 살림살이 경제를 단적으로 대비하며 묻는 질문이다.
『잘 산다는 것』은 먼저 경제에 대한 상식을 다시 생각해 본다. “경제가 잘 돌아가야 사람들이 잘 살게 된다.”는 말은 늘 듣는다. 그러나 1960년대와 비교해 국민 소득이 260배가 넘었지만 국제 ‘행복도 조사’ 에서 한국은 늘 최하위권이다. 경제규모나 소득, 소비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가장 많고 총기 가게가 맥도널드 점포 수보다 더 많다는 것도 소득 증가가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파이가 커져야 나눌 것이 있다”며 경제가 성장하면 가난이 줄어든다는 것도 현실에서 반박된 지 오래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했듯이 “과거에는 유리잔이 흘러넘치면 가난한 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리잔이 가득 차면 마술처럼 잔이 더 커져 버린다.”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며 자원은 제한적이다.”라는 상식 역시 맞지 않다. 제한적인 자원을 더 아끼고 알뜰하게 쓰기는커녕 기업들은 더 많이 만들고 더 빨리 버리게 하며 온갖 매체를 동원하여 유행을 만들고 새것을 더 많이 사라고 부추기고 있지 않는가?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인간의 욕구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나면 더 이상 바라지 않고,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구도 본질적으로는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욕구는 유한하지만 돈벌이 경제 때문에 무한한 것처럼 만들어져 왔다.”
강수돌 선생님은 은행의 비밀에 대해서도 쉽게 설명해 준다. 부분 지급준비제도가 바로 그것인데, 실제 은행이 천만 원을 가지고 있어도 그 열 배인 1억 원을 빌려줄 수 있다. 이렇게 허구적인 돈을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주고 높은 대출이자를 받은 뒤, 돈을 맡긴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이자를 떼어주는 것이다. 주식이나 보험, 온갖 어려운 이름의 파생금융상품들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다 이와 같다. 이것이 세계적 차원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등으로, 가난한 나라나 급한 통화 위기에 몰린 나라에 원조나 차관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서구 선진국에 유리한 시장 우선으로 경제를 구조 조정시키고 있는 것이 이른바 ‘세계화’의 비밀이다. 이렇게 우리가 믿는 경제의 상식들은 돈벌이를 중심에 둔 경제가 주입시킨 잘못된 것임이 분명히 밝힌다.
그렇다면 강수돌 선생님이 말하는 ‘살림살이 경제’는 어떤 것일까? 동서양의 철학과 역사, 인류학 등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경제의 근본을 바꾸자 - 살림살이 중심으로 한 살림의 경제란
흥미롭게도 경제의 원래 뜻도 ‘살림’이라고 한다. ‘경제(經濟)’라는 말은 수나라 시대 왕통이 쓴 ‘경세제민(經世濟民)’ 즉 세상을 잘 경영해서 사람들이 먹고 살만하게 한다, 라는 말에서 온 것이다. 서양의 경제(economy)도 가정을 뜻하는 ‘오이코스(oikos)’와 경영을 뜻하는 ‘노모스(nomos)’가 합쳐진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살림살이 경제를 ‘오이코노미아(oikonomia)’ 즉 ‘행복한 삶을 위해 가정을 이끄는 기술’이라 하고 ‘살림살이를 위해 물자와 재물을 조달하는 기술’을 ‘크레마티스케(chrematistke)’로 부르며 구분했다고 한다.
살림의 근본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 먹고, 입고, 자는 것이다. 인류가 탄생한 뒤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의 생활은 식, 의, 주를 직접, 가족과 이웃과 함께 해결하면서 살아온 과정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돈이 경제의 중심이 되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 강수돌 선생님은 칼 폴라니의 설명을 들려준다. 애초에 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토지, 노동, 화폐가 상품이 되면서 비극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토지, 즉 집이나 땅, 농토와 산과 언덕은 모든 이들이 누려야 할 삶의 토대로, 즉 사람이 살도록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이다. 노동, 즉 노동력은 사람이 일하는 능력과 의욕 즉 ‘인간 활동’이며 화폐는 물물교환을 편하게 하기 위해 국가나 사회(공동체)가 정한 구매력의 상징적 이름이다. 이처럼 애초에 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이 상품이 되면서 온 사회가 오로지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살림살이의 가장 근본인 먹는 것부터 이야기를 풀어 간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아무리 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컴퓨터 칩을 먹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미 아는 바대로 농촌과 식량 자급률은 매우 심각하다. 수십 년 간 공업화에만 매달린 탓에 농촌엔 아기 우는 소리 듣기가 힘들어졌고 자세히 따지면 5%도 안 되는 식량 자급률은 매우 우려스럽다. 해외 농산물 가격이 점점 오르는 추세이며, 농약이나 방부제를 안 칠 수가 없어 해롭고, 돈을 주더라도 식량을 팔지 않겠다고 ‘무기화’할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가? 농촌과 자연을 통해 우리가 얻는 삶의 여유까지 생각하면 농촌을 어떻게 되살릴지, 식량자급률을 어떻게 높일지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입는 것, 교육, 의료, 등등 삶의 모든 과정이 다 돈으로 포위되어 버렸음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이런 현실을 맞닥뜨리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더욱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삶은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덫에 갇혀 버린 듯도 하다. 청년 실업의 문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훨씬 많아지고 정리해고가 상시화되며 불안과 두려움이 커져만 가는 현실에는 돈벌이 경제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차분히 설명해 준다. 이러한 어두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경제의 근본을 바꾸어 ‘살림살이 경제’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나의 삶부터 생태적으로, 공동체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설계하자
강수돌 선생님은 경제의 근본을 바꾸는 출발점은 사실은 단순하다고 한다. 탐욕이나 환상을 과감히 버리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진정으로 인정하자, 그리고 동시에 주변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끈끈한 정이 흘러넘치는 인간적인 생명력 넘치는 관계-우애와 환대, 연대와 협동, 소통과 공감을 회복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토르 프랑클의 “어떤 혹독한 환경도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의 존엄성을 무너뜨릴 수 없다.”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아준다.
구체적인 해법을 보자. 먼저, 일 중독과 소비 중독에서 벗어나 일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다시 삶을 설계하며 균형을 되찾자고 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텃밭 가꾸기도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들을 소개해 준다.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가 만나는 직거래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든 협동조합인 생협, 마을과 학교가 어우러지는 마을학교, 그리고 더불어 사는 마을 공동체와 인문학 공부 모임 등 다양한 시도들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또 세계 곳곳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다.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현대식으로 복원하려는 대안 화폐도 흥미롭다.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필요한 일이나 물건이 있으면 거래를 원한다고 알리고 필요한 사람들이 연락하여 사용하며, 그 대가는 서로 협의해서 나누고 지역에서 쓰는 지역 화폐로 결재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험들을 계속 하다 보면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 농민, 학생과 노인 등의 구체적인 삶이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경제 민주화에 대한 관심도 촉구한다.
시골에 지은 귀틀집에서 개와 고양이, 닭을 키우며 먹을 것을 직접 짓고, 화장실 오수도 나오지 않게 생태 화장실을 만든 강수돌 선생님의 앎과 일치하는 삶은 책이 마무리될 때까지도 소박한 웃음과 진지한 깨달음을 준다.
남양주에서 강아지와 개를 키우며, 그리고 싶은 그림책을 그리며 잘 살아가는 박정섭 화가가 정성껏 그린 풍자적이면서 유머러스한 그림은 책 읽기를 더욱 즐겁게 해준다.
저자 소개
글 강수돌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독일 브레멘 대학교에서 노사관계를 공부하고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돈의 경영’이 아닌 ‘삶의 경영’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005년 5월부터 2010년 6월까지 5년 동안 조치원 신안1리 마을 이장을 하며 고층 아파트 반대 운동과 마을 공동체 운동에 앞장섰답니다. 시골에 귀틀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세 아이를 비교적 자유롭게 키웠지요.
그동안 쓴 책으로『살림의 경제학』『이장이 된 교수, 전원일기를 쓰다』『나부터 마을혁명』『팔꿈치 사회』『 시속 12킬로미터의 행복』『작은 경제학자를 위한 자본주의 교과서』『한국 경제의 배신』『나부터 세상을 바꿀 순 없을까』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 경영』『내 마음의 길잡이, 개와 고양이』등이 있습니다.
그림 박정섭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멋진 만화가를 꿈꾸며 서울에 왔지만, 그렇게 쉽지 않았답니다. 식당, 공사장, 주차장,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물류 창고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인생 경험을 쌓았지요. 그러다 뒤늦게 그림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서영 씨와 공주와 나봉이랑 남양주에서 오순도순 살며 창작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쓰고 그린 책으로 『도둑을 잡아라』, 『놀자!』가 있고, 『꿈을 향해 스타 오디션』, 『비가 와도 괜찮아!』, 『담배 피우는 엄마』 『으랏차차 뚱보 클럽』『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왔다』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차례
기획자의 말
대학 교수, 마을 이장이 되다
돈벌이 경제의 역설
경제는 살림이다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경제를 위하여
나의 살림살이 경제는?
본문 속으로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지만, 사람이나 자연의 건강은 한번 크게 망가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요. 공업화를 위해선 자유나 인권을 무시해도 좋다는 분위기, 노동조합 같은 것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 바다나 산 같은 자연은 좀 부수어도 좋다는 식의 개념 없는 태도는 쉽게 고쳐지지 않아요. ‘잘 살아 보자.’고 덤벼든 공업화, 산업화의 거센 물결 때문에 자연과 더불어 지내고 이웃과 나누며 지내던 우리의 마음은 사라지고 말았어요. 이런 현상을 보고 또 공부하면서 나는 경제가 살림이기도 하지만 죽임일 수도 있음을 느꼈지요.
- 17쪽
중소·영세 기업은 더욱 어렵죠. 비정규직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으며 일을 해야 해요. 정규직보다 월급도 적고 언제 잘릴지 모르면서 말이죠. 그렇게 해서 자동차를 만드는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을 중소기업이나 노동자, 국민들에게 나눠 주던가요?
- 32쪽
이렇게 은행이 당장 가진 현금이 많지 않아도 그것보다 10배나 더 많은 돈을 만들어 경제 흐름 속에 돌리고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가짜 돈, 숫자로만 존재하는 돈이에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통장이나 카드에 찍힌 숫자만 보고 “내 돈이 얼마 들어왔구나.”하면서 그걸로 물건을 사기도 하지요. 또 물건을 파는 사람도 신용카드로 결제된 숫자만 보고 “아, 오늘은 얼마를 벌었구나.”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요. 물론 현금도 받지만요. 이렇게 숫자로만 된 가짜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을 경제학 책에서는 ‘신용 창조’라고 말해요. 용어는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돈이 허공에 떠 있다는 말이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은행이 돈을 빌려 줄 때는 가짜 돈을 빌려 주지만,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을 때는 절대로 가짜 돈으로 갚을 수 없다는 점이죠.
- 43쪽
애당초 토지나 노동, 화폐는 상품이 아니었어요. 상품이란 팔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토지나 노동, 화폐는 팔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신이 땅을 만들었을 때, 부모님이 여러분을 낳았을 때, 물건을 교환하고 관리하기 위해 사람들이 화폐를 만들었을 때, 시장에 팔기 위해 그렇게 했겠어요? 만약 그렇다면 정말 끔찍한 일 아니겠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모든 것이 정말로 시장에서 거래된 거예요. 폴라니는 이것들을, 애초에 상품이 아닌데 상품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해서 ‘허구적 상품’이라고 불렀어요.
- 64~65쪽
이 모든 문제의 근본 뿌리는 우리가 본심을 잃고 ‘나 혼자’만 잘 살려고 탐욕에 빠져 인간적인 공동체의 그물망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세상에 처음부터 쓰레기 같은 존재는 하나도 없지요. 모두 탐욕이 만들어 낸 부산물에 불과해요. 그러니 우리가 끈끈한 정이 흘러넘치는 인간적이고 생명력이 넘치는 관계들, 우애와 환대, 연대와 협동, 소통과 공감 등을 회복하기만 하면 그렇게도 꼬였던 문제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하지 않겠어요?
- 95쪽
이렇게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두게 되면 안 보이던 것들도 보이게 돼요. 참 신기하고, 또 고마운 일이지요. 전국 곳곳에서,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나름의 공동체 마을을 만들겠다고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원주에서 공동체 운동을 일으키는 데 큰 힘이 되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은 생전에 “밥 한 그릇에도 천지인, 즉 우주가 깃들어 있다.”고 하셨대요. 그래요. 논에서 벼가 자랄 때도 하늘의 햇볕과 비, 땅의 물과 흙, 온갖 미생물과 사람의 노력 등 모두가 협동해야 해요. 이렇게 우주 만물의 원리는 협동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 107쪽
너머학교 열린교실 - 생각교과서 시리즈
‘너머학교 열린교실-생각교과서’ 시리즈는 십대 청소년들과 삶을 구성하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나누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계를 스스로 구성하는 데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되었다. 생각한다는 것, 탐구한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 느낀다는 것, 읽는다는 것, 믿는다는 것, 논다는 것, 본다는 것 등의 말에 담긴 의미를, 먼저 공부하고 배운 대로 살고 있는 저자들에게 묻고 십대들과 나누자고 했다. 학문 분야로 말하면 과학, 예술비평, 역사, 인권, 고전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 이야기이자 과학자, 역사가, 시민운동가, 평론가 등으로 살아온 흥미진진한 삶의 이야기들을 아이들과 나누는 명실상부한 열린 교실이 될 것이다.
첫 번째 책 『생각한다는 것』은 ‘2009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저작발굴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으로,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의 2010 여름방학 추천도서에 선정되어 청소년을 위한 좋은 철학 입문서로 인정받았다. 뒤이어 출간된 『탐구한다는 것』 역시 호응을 받으며,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10 제7차 청소년에게 좋은 책’ ‘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2011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뽑은 어린이 청소년 책’, 경기도 교육청, 서울시 교육청 추천도서에 선정되었다. 『기록한다는 것』『읽는다는 것』(2011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느낀다는 것』『믿는다는 것』『논다는 것』『본다는 것』역시 꾸준한 호응을 받으며 십대를 위한 인문학 책 시리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리즈 구성
생각한다는 것 고병권 글 / 탐구한다는 것 남창훈 글 / 기록한다는 것 오항녕 글 / 읽는다는 것 권용선 글 / 느낀다는 것 채운 글 / 믿는다는 것 이찬수 글/ 논다는 것 이명석 글 / 본다는 것 김남시 글 / 잘산다는 것 강수돌 글
사람답게 산다는 것(근간) 오창익 글 / 그린다는 것(근간) 노석미 글 / 꾸민다는 것(근간) 박사 글
* 이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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