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작년 광복절의 한낮에 서울의 윗동네에서 네 가족이 뭉쳤었습니다. 왜냐구요? 건수만 있으면 뭉쳐 놀기를 좋아라 하는 인물들이라 일부러라도 건수를 만들어서 뭉쳤었습니다. 건수가 무엇인고 하니 갑판장네가 대박 핏자집에 갔다가 입장도 못한 채 문전에서 30분간 줄 만 서다 짜증이 나서 중도에 포기하고 되돌아 왔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을 때 마침 강구막회에 놀러 온 라줌마와 변줌마에게 푸념삼아 너스레를 떨었더니만 라줌마가 자기네 동네 핏자집은 맛은 그 이상인데도 언제든 바로 입장을 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낚시를 드리우길래 갑판장이 냅다 물었던 것입니다.
자체 모자이크를 한 변줌마와 라줌마/성북동 알렉산더 맨션
모인 이들이 나름 공사다망하며 주식(酒食)투자에 몹시 능한 인물들이라 청탁을 가리질 않습니다. 무척 뜨거웠던 날씨라 청량한 술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어른들의 모임중에 미아(迷兒)가 발생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사건이 무사히 종결 됐습니다.
'자나깨나 아이조심, 큰아이도 다시보자'
알렉산더 맨션의 핏자
서울에서 상당히 만족스런 핏자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 임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더 맨션이 (작년 여름에는)언제든 입장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단순합니다. 산동네인 성북동 꼭대기에 있는 탓에 접근성이 떨어지고, 만족스런 맛과 서비스, 분위기 등에 호응하는 댓가를 부담해야 하는 문턱이 높아 보이는 높은 음식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자연스레 물(?)관리가 되기에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안 착한 음식점일 수도, 착한 음식점일 수도 있습니다.
알렉산더 맨션의 파스타
알렉산더 맨션은 소문난 핏자뿐만이 아니라 파스타도 훌륭했습니다.(작년 광복절에는 그랬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런 지는 확인을 안 했습니다.) 다양한 버섯이 듬뿍 올려져 냄새와 식감이 재미난 풍기 파스타도 맛났고, 양질의 성게소를 충분히 넣어 성게맛이 제대로 나는 파스타도 훌륭했습니다. 어설픈 음식점에서 흉내만 내다 만 파스타를 몇 번 덜 먹더라도 요런 파스타도 한 번쯤 맛볼 것을 권합니다.
기타 등 등.../성북동 알렉산더 맨션
짬뽕순례니 빵집순례니 하며 전국에 흩어져 있는 소문난 음식점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시는 분들을 여럿 봤습니다. 서울시민이 짬뽕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지방원정을 다닐 비용이면 서울에서 문턱이 높은 음식점에도 넉넉히 들락거릴 수 있습니다. 가끔은 일부러라도 그런 기회를 갖으시길 바랍니다. 가족들이 매우 좋아라 합니다.
2차.../명륜동으로 기억을 하는데...
네 가족이 간만에 윗동네에서 모이니 아저씨들 보다 아줌씨들이 더 신이 났습니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고속열차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괜히 뭉쳤었던 것 같습니다. 크흙~
4차.../경희대 근처로 기억...
4차 맞습니다. 맞고요. 3차는 뒤에 소개할려고 일단 빼놨습니다.
5차.../돈암동 어느 골목 안의 야끼도리야
사진에 등장하는 아줌씨들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진작에 해가 지고, 벌써 달도 별도 다 떴는데 말입니다. 도통 귀가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안 갈 모양이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은데...ac.
갑판장의 짝꿍인 선장님은 진작부터 방언이 터졌지 싶었습니다. 십중팔구는 갑판장에 대한 험담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헷갈리지만 암튼 갑판장이 선장님 험담의 주요인물인 것은 분명합니다. -.,- v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지가 거의 없는 갑판장은 참으로 청렴결백한 인물이지 싶습니다. 사실은 귓구멍이 커서 남의 말을 잘 듣기도 하지만 물도 잘 들어가니 수시로 면봉으로 물기를 닦아 냅니다. 도통 무슨 말인지... ㅡ.,ㅡ;
요게 3차.../종암동 쪽갈비집
그날 종암동 길가에 있는 쪽갈비집에도 갔었습니다. 귀소본능이 무진장 강한 인물의 노골적인 강압(?)에 의해 끌려 갔었던 허름한 쪽갈비집인데...그래서 그닥 내키질 않았었는데 기대이상으로 맛있었습니다. 쪽갈비도 맛났고, 서비스(?)로 내준 칼국수(수제비였나?)도 맛났었는데 1년 전의 일이라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만 갑니다. 가끔 요 쪽갈비집이 생각이 납니다만 갑판장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동네에 있는 쪽갈비집입니다. 요런 음식점이 강구막회 근처에도 있다면 솔방솔방 드나들텐데 말입니다. 아쉽게도 강구막회 근처에는 뻔한 음식점들만 자꾸 생겼다 슬그머니 사라지곤 합니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강구막회에서 딱 1분 거리에서 쪽갈비집을 발견했습니다.
쪽갈비집/강구막회에서 딱 1분 거리
가산동에서 나름 목이 좋아 보이는 번듯한 점포(왕복 4차선 도로변 코너 1층,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음)임에도 불구하고 연전연패를 거듭하던 자리에 1년 전쯤에 슬그머니 쪽갈비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비록 시작은 미약했지만 갑판장이 지난 1년간 그 앞을 오가며 지켜보니 점점 손님이 많아지는 것이 이제는 자리를 잡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선장님과 갑판장이 일단 간을 보러 방문을 했습니다. 간을 본 결과는 '만족'. 체인점 임에도 불구하고 쥔장의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체인점이 현재는 전국에 12개뿐이라는데 본점의 사장이 다 함께 먹고 살 수 있도록 성의를 갖고 여러모로 도와준다며 특급칭찬을 하더군요. 흔치 않은 일인데...본점 사장이 어떤 분인지 더 알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일간 출동을 하고 싶은데...말입니다. 암튼 갑판장은 첫방문 이후 지난 일주일 사이에 쪽갈비를 세 번이나 더 먹었습니다. 강구막회를 찾아 준 (갑판장의)기쁨조들에게도 기쁨을 전파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들도 만족했으니 일단 간보기는 성공했습니다.
쪽갈비(안 매운맛/매운맛)
쪽갈비(프랑스산)는 1인분(400g)당 1만4천원(2014년 6월 기준)으로 이 동네에서는 제법 비싼편입니다. 주변에'2+2'또는 '3+3"이란 광고문구를 내걸고 고기 2인분(혹은 3인분)을 주문하면 덤으로 2인분(혹은 3인분)을 더 준다며 현혹하는 고깃집이 흔합니다. 하지만 갑판장이 보기에는 이 동네도 이젠 가격보다는 차별화된 메뉴나 서비스를 앞세우는 음식점들이 새롭게 떠오르는 분위기입니다. 뻔한 음식점들이야 먹자골목 상권 보다 환경이 훨씬 쾌적한 쇼핑몰이나 빌딩에 있는 식당가에도 차고 넘칩니다.
안 매운맛 쪽갈비는 짭쪼롬하면서도 달큰한 간장맛이 나는데 남녀노소,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다들 잘 먹을 수 있는 편한 맛입니다. 매운맛 쪽갈비는 홍미닭발이나 정든닭발스런 정수리에서 땀이 뻘뻘 나도록 혹독한 매운맛이 아니라 맵게 톡 쏘기는 하지만 혀가 얼얼할 정도는 아닌 자꾸 입맛 당기게 하는 불량식품스런 중독성이 있는 매운맛입니다. 갑판장은 매운맛 쪽갈비에 손을 듭니다.
최류탄주먹밥
윗사진만 보고 오해 하지 마시길...최류탄주먹밥은 넓직한 양은냄비에 대략 두 공기 분량의 밥+매운오돌뼈볶음스런 제육민찌볶음+날치알+김가루가 담겨 나옵니다. 윗사진의 오니기리스런 것은 갑판장의 옆 자리에 앉았던 잉여인간이 즉석에서 손수 제조한 것입니다. 민찌볶음과 날치알 때문에 밥이 잘 뭉쳐지지도 않고 쉽게 부서집니다.
주먹밥에 최류탄이란 말이 붙어 있어 혹시나 눈물나게 매운맛일까 우려를 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매운맛 쪽갈비와 마찬가지로 불량식품스런 중독성이 있는 매운맛이라 일단 먹기 시작하면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가격은 9천원(2014년 6월 기준).
<기쁨조를 낚는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섣부른 광고가 될 수도 있기에 상호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내력이 깊은 업소가 아니면 언제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방콕만하는1인
기쁨조의 입질을 기대하는 1인
장문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귀로 전해지는 것과 언어를 통한 것은
서로 다른 즐거움이 있는듯 합니다.
집필 활동이 예전보다 활발해지신 것 같아
이전 블로그 하실 때가 생각나서 반갑습니다.
예전에 비해 바깥출입이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새소식은 별로 없구만요.
@강구호 갑판장 30분대기 기쁨조가 조만간 완성되니
하반기부터는 바빠지실겁니다.
@푸른 암, 사람이라면 한반도의 배꼽동네 언저리에서라도 살아봐야지.
요즘 쪽갈비집 집수리후 새로 시작한 먹태 & 짝태가 좀 날리지...
집에서 딱 2분 거리에 '짝태와 노가리' 있음. 좀 달다구리한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