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명칭과 기원
교본 제1장부터 3장까지는 레지오 마리애가 어떤 단체인지, 왜 레지오 마리애라고 부르며 어떻게 창설되었는지, 그 목적과 정신은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레지오 마리애의 신원에 대한 내용이다.
1) 레지오 마리애의 정의(定義; 교본 23쪽)
교본은 레지오 마리애의 명칭과 기원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레지오 마리애가 어떤 단체인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는 가톨릭 교회가 공인한 단체로서,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시며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강력한 지휘 아래, 세속과 그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의 싸움에 참가하기 위하여 설립된 군대이다. 이 내용을 좀 더 요약하면 레지오 마리애는 공인된 신심 활동 단체로서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시고 교회를 돕는 영적 군대이다.
우리의 원수는 세속과 그 악의 세력이다. 교회는 이러한 원수와 맞서 싸운다. 레지오 마리애는 죄악에 과감히 맞서는 교회의 방벽이 되고자 한다. 사목헌장 13항을 인용한 교본 본문대로 개인이든 단체이든 인간의 모든 삶은 그 자체가 선과 악, 빛과 어두움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이며, 그것도 매우 극심한 투쟁이다.
성경에 의하면 악마들도 레지오를 이루고 있다.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하고 대답하였다(마르 5,9). 이처럼 악마들은 군대를 이루어 사람들을 죄악으로 유인한다. 군대 조직인 악의 세력은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맞서서 물리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처럼 군대 형태의 단체로 조직되어야 악마 군단에 승리할 수 있다.
레지오 마리애는 악의 세력과 싸우는 세계 최강의 영적 전투부대가 되기 위해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신다. 레지오 마리애에서 모시는 성모님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분으로서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시고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창세기의 여인이시다. 레지오 마리애는 창세기 3장 15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레지오 단원들은 충성과 덕행과 용기로써 창세기의 여인이시며 사령관이신 성모님께 자신을 맡긴다.
2) 레지오 마리애의 명칭(교본 23-26쪽)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든 단체든 간에 이름은 매우 중요하다. 명예도 이름과 결부되어 있다.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는 구절도 하느님의 명예와 관련이 있다. 이름은 자신의 신원을 나타내며 나름대로 뜻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예수라는 이름은 하느님은 구원이시다라는 뜻이다. 이름에는 그 이름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들어있다. 마찬가지로 단체의 명칭에도 그 단체를 나타내는 의미와 특성과 소망이 내포되어 있다.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는 라틴어 명칭으로서 마리아의 군단 이라는 뜻이다. 마리아의 군대, 성모군(聖母軍)으로 부르기도 한다. 영어로는 리전 오브 메어리(Legion of Mary)라고 부른다. 레지오 마리애는 고대 로마군단(Legio Romae) 형태로 조직되었으며 그 명칭 또한 거기서 따온 것이다. 그 당시 한 군단의 숫자는 6천 명이었다고 한다.
레지오 마리애의 모체가 된 세계 최초의 쁘레시디움의 명칭은 자비로운 성모회이다. 단원들의 활동 장소가 자비의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자비로운 성모회가 생긴 이래로 성모성심, 원죄 없으신 잉태, 죄인들의 피난처 등 여러 지단이 생기게 되자 이 단체들을 대표하는 명칭이 필요하게 되었다. 적절한 명칭을 정하기 위해 다 같이 구일기도를 바치기로 하였다.
프랭크 더프는 명칭의 중요성을 인식하였기 때문에 간결하면서도 독특한 명칭을 찾으려고 하였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세계 최강의 전투부대인 고대 로마군단에 대한 경외심을 지녔었다.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 왕국을 확장하기 위해 뱀의 머리를 짓밟는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신 강력한 군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레지오 마리애란 라틴어 명칭을 창안하였다. 구일기도 후의 모임에서 이 명칭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는데 그날은 첫 쁘레시디움이 창설된 지 4년이 지난 1925년 11월 15일이었다.
명칭에 대해 프랭크 더프는 이렇게 회고하였다. 나는 명칭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자정이 넘어 침실로 가면서 내 서재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성모님 초상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뇌리에 레지오 마리애라는 이름이 스쳤다(Charles T. Moss, Frank Duff : a living autobiography, Maria Legionis, Dublin 1983, 14).
그는 또한 교본에서 성모님과 일치하는 성찬의 전례를 설명하면서 레지오의 이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언하였다. 갈바리아에는 성모님과 더불어 로마군단을 대표하는 백인대장과 그의 병사들도 있었다. … 사납고 거칠기로 소문난 로마 병사들의 이러한 회두는 성모님의 기도가 거둔 뜻밖의 순간적인 결실이었다. 이들은 인류의 어머니가 갈바리아에서 처음으로 맞아들인 별난 자녀들로서, 어머니께서 레지오라는 이름에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틀림없이 이들 때문이었을 것이다(교본 제8장 3항, 79쪽).
레지오 마리애의 명칭은 두 가지의 뜻과 특성을 드러낸다. 하나는 성모 마리아이고 또 하나는 군대이다. 흔히들 레지오 마리애의 명칭을 부를 때 마리애는 생략하고 레지오라고만 한다. 물론 레지오가 레지오 마리애를 지칭하겠지만 귀찮더라도 가급적이면 완전한 명칭을 불러주어야 명칭의 뜻과 특성을 살릴 수 있다.
교본 본문에서 이 군대를 총지휘하시는 성모님은 달과 같이 아름답고 해와 같이 빛나시며 사탄과 그 무리들에게 진을 친 군대처럼 두려운 분이시다라고 함으로써 성모님을 두렵고 위력 있는 분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의 근원은 구약성경의 아가서(1,4; 6,10 참조)에 나오는 고대 연애시(詩)로서 달, 해에 견줄 정도로 사랑스러운 여인이고 두려움을 자아낼 정도로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이다. 아무튼 성모님은 아름다운 여인이면서도 죄악을 원수로 삼아 싸우는 두려운 여인이시다.
교본은 레지오를 천사들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주님께서도 레지오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시어 이 말을 축복하셨고, 몸소 천사들에게 적용하셨다. 즉 주님을 잡으러 온 무리로부터 위협을 받고 계실 때, 주님께서는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청하기만 하면 당장에 열두 군단(레지오)이 넘는 천사들을 내 곁에 세워 주실 것이다(마태 26,53)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단원들은 레지오 마리애의 마침기도문에서 성모님의 천상군단, 모든 천사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고 기도한다.
레지오 마리애를 최초로 인정해준 교황 비오 11세는 마리아와 군대라는 두 가지 뜻을 지닌 명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찬사를 보냈다.
레지오 마리애! 이 얼마나 완전하게 선택된 이름인가!(교본 23쪽)
단기에 새겨진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모습이 높고 거룩한 일들을 수행하는 레지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교본 부록1, 498쪽).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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