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들은 다들 잘 다녀오셨나요? 지난 번 대관령 이후로 저희는 그냥 동네 풍세천에서 놀았습니다. 여름에 발 디딜 틈 없다는 얘기는 진작에 들었던 터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출발했습니다.
고개 하나 넘으면 나오는 이 조그만 하천... 하~~ 역시 많습니다. 캐빈, 돔, 거실텐트까지 각양각색의 텐트들이 다 모여있고, 타포린, 차광막, 비닐까지 밖에서 노는 모든 것들의 전시장 같습니다.
매년 여름에는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의자 몇 개, 간이테이블, 담이 물놀이용품만 꺼내놓았습니다. 미니 타프 하나만 치면 끝~ 여름에는 아무래도 조금만 움직여도 더우니까 최대한 간단하게, 간단하게.....
처음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에 잘 놀다 갈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저도 좀 달라지긴 했나 봅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 비집고 들어가 있는데도 하나도 불편하지 않고, 이래저래 구경하느라 다른 때보다도 오히려 더 재미난 겁니다.
몇 박 며칠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 어느 모임인지 모르지만 야유회를 온 사람들, 여학생들끼리, 혹은 남학생들끼리 부모 떼놓고 온 아이들.... 먹고 마시는 데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 같은 사람들, 한쪽에서는 깔깔거리며 숨이 넘어갈 것 같고, 또 한쪽에서는 아이가 자지러지게 웁니다.... 그런데도 저는 가볍게 한 잔 걸치고 릴렉스하게 깜빡잠까지 청해보는 겁니다.
자, 이제 미니타프만 치면 세팅 완료네요....^^ 아무리 작은 타프라고 해도 다른 분들 거실텐트 치는 것만큼이나 공간을 차지할 것 같아 가급적 좁게 쳐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네요....
그나마 한가한 시간일 때 찍은 사진입니다. 시간대 별로 텐트가 늘어나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캐빈이든 돔이든 한 자리 들어갈 공간만 있으면 양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옵니다.
여름철에만 틀어주는 수돗가 호두나무에서는 열매가 익어가고, 뜸하던 송어횟집, 초입의 짜장면집도 성행입니다.
미래의 캠퍼들입니다. 캐빈 두 동을 치는데 저렇게 다 매달려 있습니다. 입구가 옆으로 갔다가 다시 해체되기를 여러 번, 10분이면 쳐야할 텐트를 30분이 지나도록 저러고 있지만..... 결국은 해내고 맙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교육이란 바로 저런 건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아이들은 할 줄 알게 되지만 부모가 그걸 참지 못하는 것이지요.
오후가 되자 낮은 물속에도 사람이 가득 차기 시작하네요. 저마다 다른 사정을 갖고 온 이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참 행복해 보이네요. 가끔 얌체족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또 애교로 넘길 만한 수준입니다.
물살이 좀 센 곳에서는 이렇게 놀면 됩니다. 상류까지 끌어주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몇 번인지.... 서너 시가 되자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합니다. 담이를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마치 놀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끊임없이 놉니다. 잘 협상해가면서 땡땡이도 좀 쳐야 하는데, 벌써 걱정입니다.....^^
물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마음에 평화를 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뱃속에서 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원래 인류의 먼 조상은 바다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담이는 평화를 넘어선 희열의 경지에까지 가 있는 듯 합니다.
과일 몇 알, 간식 조금 싸온 거 말고 삼계탕이 있었군요. 제대로 먹을 만한 거는 이게 답니다. 여기저기서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부러움을 떨쳐버리고 오늘의 컨셉, 간단하게 먹고 치우기를 실천합니다.
길 잃고 손에 잡힌 개구리와도 잠시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ㅎㅎ 개구리는 왜 내가 여기 이러고 있나, 그런 표정이군요....
밤이 꽤 깊은 시간, 담이 친구 관우가 찾아왔습니다. 잠을 잘 생각은 아니었지만 급하게 1박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뭐, 어차피 텐트 있겠다, 침낭 있겠다, 여차하면 그냥 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렇게 잤습니다. 가급적 팩 하나라도 덜 박아야 하니 펜타이즈 자립으로 치고 한쪽 매쉬가지 다 열어놓고 잤더니, 물가라 그런지 새벽녘에는 서늘하기까지 합니다.
잠이 깨자마자 담이는 또 입수.... 오늘 하루도 길겠군요.... ㅠㅠ
빼고 또 빼다가 저도 물에 들어가고 맙니다. 에라~~, 젖은 자는 비가 두렵지 않은 법이죠.....^^
놀다가, 간식 먹다가, 또 수영하다 보면 밥때가 되고, 또 놀다가, 쉬다가, 수영하다 보면 밥때가 되는... 참 아이들의 시계는 단순해서 좋겠습니다....
혼자 놀기 심심하면 즉석에서 이렇게 친구들을 사귀어서 물장구 치면 되는 것이구요. 담아, 부럽다, 부러워.....^^
담맘은 우리 부자가 예정에 없던 잠을 자는 바람에 집에서 잠을 잔 뒤 먹을거리 싸들고 아침에 다시 왔습니다. 역시 집에서 오니 시원한 커피를 마실 기회가 생기는군요....
왜 이 녀석 표정이 뿌듯함으로 가득차 있을까요? 간이 어항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아준 아빠 때문에? 아닙니다. 저는 먹다 남은 밥을 이용해 잡았다고 우기지만, 담이는 밥과 같이 넣은 과자 때문에 자기가 잡았다고 우기는 것이지요..... 암튼.... 곧 운명하실 운명입니다.....^^
이렇게요~~ 생태주의자 담맘이 그대로 놔두면 죽는다고, 살아있는 생명을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해서, 담이와 제가 배를 따고, 깨끗한 물에 씻어서 먹거리로 태어나게 해주었습니다.... 탕 끓일 만큼 안 되니 구워먹자.....^^
이틀 참 잘 놀았습니다. 주변에 왔던 사람들이 깔고 앉았던 종이들을 쓸어다 태우며 잠시 더 머물러봅니다. 일요일 밤이라 그 많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가끔 건전지 랜턴을 비춰가며 고기를 굽는 몇몇을 빼면 풍세천변이 조용해졌습니다. 여기가 그 많던 이들이 머물렀던 곳일까 싶을 정도로요..... 집에 가면 잠이 참 잘 올 것 같습니다....
아산에서 담이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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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담이네의 캠핑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담이네
첫댓글 미래의 캠퍼 사진에서 "결국 아이들은 할 줄 알게 되지만 부모가 그걸 참지 못하는 것이지요" ... 정말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군요.. 즐캠 하셨네요~^^
저 자신도 조급증에 걸린 부모가 아닐까 생각해볼 때가 있습니다....^^
풍세천이 지금은 저렇게 꽉차 있지만 몇일뒤면 조용해 지겠지요^^;;...그때 조용히 찾아 뵙겠습니다^^*
얘기를 들으니 지난 주말에 물이 불어서 짐을 서둘러 쌌다고 하더만... 찬바람 불기만 기다려야지....ㅎㅎ
그래서 가끔 일요일 출발 합니다.
네, 뭐 하나 버리면 뭐 하나 생기게 마련이지요....^^
풍세... 혹시나 했더니 역쉬 여기였군요 ^^ 전 안중에서 대전 내려갈때 지나가던 풍세가 맞나 했습니다.기고 배우는 아이들이 참 이쁘네요
강당골 계곡도 좋아보이던데요.. 아직 가보진 못했습니다. 좀더 가서 마곡사 상암계곡도 물이 아주 좋습니다.... 자연에서
강당골은 좋은데 캠핑할 곳이 마땅찮습니다... 마곡사도 좋더군요... 그저 가깝고 편한 곳에 잘 다니려고 합니다...^^
좋아요~ 좋습니다~~^^
엄청 좋은 데 다녀오신 분의 발언은 아닌듯 합니다만...^^
그냥 마구 부러워~~~
도박사님이 왜 부러워하세요? 잘 다니시면서....ㅎㅎ
주변에 그런곳이 있는게 부럽네요
서울, 수도권 지나면 널려 있는 곳이 이런 곳 아닐까요.... 조그만 불편 감수하면 한적하게 놀다 올 수 있는 곳.... 함 찾아보세요.....^^
저도 풍세천에서 코피한잔 주세요^^* 간단나들이 좋네요
커피 뿐이겠습니까? ㅎㅎ 잘 안 쓰고 있는 덴쿡이라도 꺼내겠습니다....^^
에고 부러워라....저는 두 아들 놈들 때문에 체력이 한계로 밖으로 안나가려고 하는 중입니다. 나중에 풍세천에 한가할 때 한번 뵈어으면 합니다.
놀러오드라고.... 더위 살짝 지나고 물이 차가워지면 바로 집합~~ ㅎㅎ
제주는 乾川이라 물 흐르는 내천이 없어요.......ㅠㅠ 부럽네요........
사탕은 모래를 싫어하는 관계로 해수욕장쪽은 질색을 하고.............
아산으로 이사가야 겠네요..................^&^
그렇다고 이사까지야....ㅎㅎ 아무리 내천이 없어도 제주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걸요....^^ 혹시 자랑하시는 건가요? ㅋㅋ
언제캠프에서 얼굴한번봐야지 잘지내구 있는거지
네, 시간 날 때 남양주 한 번 가겠습니다... 어쩌다 서울 올라가도 볼 일 보고 내려오기 바쁘네요....^^
물있는곳에 가면 같이 놀아달라고 할까봐 저는 물없는 곳만 골라 다닙니다...^^
애들한테 이를 겁니다... 하다 안 하나 두고보세요....ㅋㅋ
지리적인 이점이 있는데도 자주찾지못하는 풍세천... 가까운것에 소홀이하는 전형적인 소인배인 저에게는 주위 스쳐지나가는 작은 것들도 이쁘게 담아네는 담이네님 후기들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합니다~~^^
아마 안중이나 염치 쪽도 찾으면 쉴 곳이 나올 것 같아요... 아지트 하나 개발해서 캠핑 한 번 하시죠.....ㅎㅎ 다음 주쯤 술 한 잔 해요~~ ^^
풍세천도 미어터지는구먼///
이제 막바지지... 곧 썰렁한 풍경 올려놈세....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