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을
삐죽 내민, 그 짧은 봄의 그림자를 남기고 정녕코 봄날은 떠나려는가.
문화센터나 복지관 바둑교실이 아닌 야외에서, 소풍 간 기분으로 오로
삼매경에 빠지는 일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필자 가족회는 매년,
바둑 강좌를 받고 있는 어르신들과 유망 학생, 바둑 관계자를 초청해서
바둑가족 재능기부를 나누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토요일(2018. 5. 26) 오전 10시, ‘제5회 2018 부천 바둑 나
들이’ 행사가 부천 까치울에서 열렸다.
75여 명이 찾아 주신 바둑행사로 거창할 것 없이 단촐하지만, 바둑을
사랑하는 분들과 즐거운 한때는 무척 흐뭇한 일이었다.
한면희 사범(아마6단)님 사회로 진행된 개회식에 이어 초청대국이 펼
쳐졌는데, 김은옥 6단 (큰딸) 對 오정노인 복지관 최용수 바둑강좌 회원
님, 박성현(사돈) 對 한만의 미화악기 산업사 회장님, 김은선 5단 對 현현
각 양지출판사 사장님이 초대되었다.
4대 기관 초청 ‘바둑 대항전(원미복지관.오정복지관.율곡기우회.새마을
금고 문화센터)’은 아마 6단인 동생이 진행하고, ‘세대 대항전(10代대표.
60代대표.70代대표.80代대표)’ 진행은 한면희 사범님이 맡았다.
최진복 사범님, 원종철 사범님, 이용희 사범(첫째사위)은 각 기관 바둑강
좌 회원 반장과 유망 어린이를 상대로 한수 지도(2명,다면기)에 나섰다.
첫째 사위(이용희7단) 對 부천 새마을금고 문화센터 바둑부 김용준 반장
對 정찬유(7세) 어린이
초청대국, 바둑 대항전, 세대 대항전, 다면기 선수를 제외한 회원들은 필
자의 고향 충남 아산에서 올라온 맹주상 시인의 문학 강좌에 참여했다.
바둑 현장이라 하더라도 문학 강의가 필요한 까닭은 문학은 생활이요,
철학이기 때문이다.
2005년 아동 문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맹주상 시인은 고려대 영어
영문학 학사를 나온 늦깎이 시인으로, 한 달 전 모래성이란 첫 시집이
나왔다.
모래성
찬 바닷가에서
저 여인은
어찌 울고 있나?
모래성이
무너질 때
느끼는
그 공허감을
쌓은 자 말고는
누가 알까
여인아!
어서 일어나라!
파도에
그리고
바람에
네 집이
무너질 줄이야
하지만
처연한 몸으로
온 정성을
다했구나!
비록
성은 무너졌어도
네 마음을
네 주인만은
알 것을
박병규 9단(둘째사위)이 요즘 유행 하고 있는 알파고 정석에 대해 강
사로 나섰다.
알파고 수법에 대해 강의하는 둘째 사위(박병규 9단)
바둑 TV이나 K바둑에서 화면 해설로만 보아 오다가 야외 해설판에서
직접 질문을 섞어가며 듣는 강의는, 색다르기도 하고 라이브에서 느끼
는 생동감이 넘실거리게 마련이어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오전 1부 행사가 끝나고,
‘까치울 버섯나라’로 올라가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2층에서 바둑행사가 열리고 있는 정원을 내려다보며 먹는 두부
버섯전골은 행복한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자연의 비타민이 가득한 이곳이라면 더욱 더.
오후 1시, 2부 행사가 이어졌다.
진행을 맡아 수고 하는 한면희 아마6단 과 김일환 아마6단(동생)
나뭇잎이 가려진 그늘 아래서 바둑 대항전과 세대 대항전 제2국이
진행 되었다.
바둑판이 탁자 위에 놓여 진 여느 바둑대회와는 달리, 돗자리를 깔고
벌어지는 저 광경은 신선이 따로 있던가.
소슬바람 불어오는 5월의 녹음 아래서, 그것도 세대 간을 뛰어넘는
수담 한마당이라면.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자석 해설 판에서 벌어지는 스승 팀과 가족 팀
간의 이벤트 시합.
내 자식 어릴 때 기원에서 몇 십 판 실전 스파링을 해 주었던 최진복
사범님과 원종철 사범님이 한 편이고, 이용희 첫째 사위와 김은선 둘째
딸이 가족 팀으로 나섰다.
탁구공으로 돌을 가린 결과 가족 팀이 흑, 스승팀이 백.
원종철 스승(아마6단) 對 김은선 5단(둘째 딸)
스승 팀과 가족 팀이 5수씩을 교대로 두는 릴레이 대국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어서 많은 회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최진복 스승(아마6단) 對 이용희 아마7단(첫째사위)
환상 호흡인 팀이 주도권을 쥐고 가겠지만, 어린 날로부터 20년이 지나
모처럼 마주선 이벤트니만치 승패를 떠나 즐기면 될 일이었다.
즐거운 야외 바둑 나들이에 참석해 주신 하객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분 좋게 장식하는 회원님들이 있는 한, ‘부천 바둑 나들이’ 는 계속
됩니다.
내년
봄에
또
만나요.
' 제5회 2018 부천 바둑 나들이 ' 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