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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카페 게시글
불교 문답 게시판 Re: <청목소>의 自生 부정
관리자 추천 1 조회 328 23.11.16 15:38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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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3.11.16 21:58

    첫댓글 상세하고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중론> 제1 관인연품과 제2 관거래품이 연기(緣起)의 진정한 의미인 팔불(八不)에 대한 해석이라는 구조적 통찰이나, 구마라습 스님의 한역과 범어 원문의 대조를 통한 의미 해석은 중관학에 오랫동안 천착하신 교수님이 아니시면 알기 힘든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경탄하고 감사드립니다.

    다만 <청목소>의 "어떤 사물도 자기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 반드시 여러 가지 인연을 만나야 한다[必待衆因(緣)]"라는 구절이 불생(不生) 혹은 불기(不起)의 의미를 가진 연기법(緣起法)이라는 사실의 위배 혹은 교학적 전제의 위배를 지적하는 것이라는 해석은 조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23.11.16 23:24

    교수님도 잘 아시다시피 사생(四生) 비판은 상키야, 베단타, 바이셰시카 학파 등의 주장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유위법, 무위법 같은 아비달마교학을 설한 소승학파와 달리 불설(佛說)인 연기법에 온전히 동의하지 않는 비불교도들입니다. 따라서 연기법이라는 사실 혹은 교학적 전제 위배의 오류라고 지적할 경우, 외도들은 "자종(自宗)에선 불설인 연기법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전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제에 대한 양자(兩者) 간의 동의가 없는 한, 사실 위배 혹은 교학적 전제 위배에 대한 지적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 23.11.16 23:17

    @보리심 제 부족한 생각엔 다른 불교 논서에서 상키야 학파의 이론을 논박할 때와 마찬가지로 <청목소> 또한 자체 외에 다른 여러 원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로부터의 발생은 불가능하다고 논증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는 他生이나 自他生은 인정할 수도 있는 여지를 주므로 제가 질문에서 말씀드렸듯 사생을 부정하는 주장의 근거로 사생의 예를 드는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어떤 사물도 자기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 반드시 여러 가지 인연을 만나야 한다[必待衆因(緣)]"라는 청목소의 해당 구절이 매우 짧고 함축적이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또한 반야중관 경론들의 의도와도 부합하므로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 답변을 바탕으로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 23.11.16 23:36

    @보리심 <중론> 제1장 관인연품의 첫 게송인 '4종 불생게'를 상캬 등 외도의 이론과 연관시킨 분은 월칭(짠드라끼르띠) 스님입니다. 월칭 스님의 <중론> 주석서인 <쁘라산나빠다>에서, '불생'과 관련하여 상캬 등의 외도는 물론이고, 불호와 청변의 <중론> 주석을 거론하면서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이와 달리 구마라습 스님이 번역한 <중론> 청목소의 경우 4종 불생게에 대한 주석이 소략합니다. 앞에서 제가 답글을 쓰면서 갈색 글씨로 인용한 내용이 전부입니다. 구마라습 스님이 <중론> 청목소를 번역한 연대가 서력기원 후 409년인데, 월칭(600-650년 경)은 그 후 근 200년이 지나서 활동했던 인물입니다. 따라서 '4종 불생게'의 비판 대상을 상캬 등의 외도로 간주한 것은 월칭이나 청변과 같은 후대의 주석가들이었고, <중론>의 저자인 용수 스님이나 이른 시기의 주석자인 청목은 4종 불생게의 비판 대상으로 특정한 학파의 이론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작성자 23.11.16 23:38

    @보리심 여러 얘기 할 수 있겠지만 이만 마치겠습니다.

    불전의 그 어떤 구절이라고 하더라도, 그 의미가 미심쩍을 때, 집요하게 추구하여 주석자나 번역자나 저자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것은 중요합니다. '보리심'님의 공부 수준은 본 카페의 <불교문답게시판>의 차원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본 게시판에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제가 길게 답글을 쓰게 되는 이유는, 문답을 읽으실 다른 여러 분들 역시 질문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긴 답글을 쓰는 것'이 시간이나 체력 소모의 모든 면에서 너무나 힘듭니다. 따라서 너무 고급스러운 질문이 올라올 경우, 참으로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꾹 참고서 상세한 설명을 해 가면서 긴 답글을 달았습니다.

    학위논문을 심사하는 곳이라면 그 어떤 교학적 문제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찾아보아 답을 줄 수 있고 치열하게 논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과 같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그런 일을 하기에는 힘에 부칩니다.

    이곳 게시판이 불자 분들의 실질적 신행을 위한 불교교리문답 게시판이 되기 바랍니다. 무기명으로, 무작위로 질문을 올리는 인터넷 게시판이기에 그 정도의 역할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3.11.17 00:12

    @관리자 교수님께 본의 아니게 폐 끼치게 되어 죄송합니다..불교는 초기부터 비불교도들과 끊임없이 교섭해왔고, 중관사상 성립에 영향을 주었다는 <도간경> 등의 경전에서도 四生과 함께 自在天으로부터의 生을 거론하는 등 비불교도들의 사상을 의식한 대목들이 눈에 띄어 저도 역시 四生을 비불교도들의 사상과 연계해서 해석한 것 같습니다..

  • 23.11.17 01:31

    @보리심 교수님께 길게 폐 끼칠 생각은 전연 없었지만 일반 불자가 이런 질문 올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또 신세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일전에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셨지만 제 개인적 여건이 허락치 않고, 또 제가 관심있어하는 불교학 분야들이 상아탑 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도 소외받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접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경로 통해 의문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불광미디어 강의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강의장에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고 다른 기회 통해 인사드리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23.11.27 02:22

    지금은 천상의 세계로 떠나신 교수님께서 이런 답변까지 일일이 해주시느라 너무 힘드셨을 거 같네요. 교묘하게 자신의 지식을과시하느라 작은 부분을 물고 늘어지며 교수님깨 언쟁하는 질문으로 보입니다.
    아예 결론 내며 누가 누구를 가르치려는 건지…
    질문자처럼 공부 많이 한 분일수록 더 공부 하셔야 겠지요….나에게 교만함이 있는가?
    꼭 성찰해야 할 깨달음의 필수요소라고 하신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르는군요.

  • 23.11.27 12:22

    며칠 전 교수님 영전에 조문하고 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깨닫지 못한 사람이고 교만함 뿐 아니라 다른 번뇌도 무수히 많습니다. 본의 아니게 교수님을 힘들게 해드린 점도 참회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논쟁적이라면 논쟁적이고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건방지다면 건방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게시판 다시 여신 20년도부터 카페에 수십차례 질문 올리고 그 외 방식으로도 교수님과 소통하며 가르침 받았던 과정 중의 한 편린일 뿐 교수님과의 관계나 교수님과 있었던 지난 일들을 다 담을 수 있는 글은 아닙니다.

    이해 못하셔도 좋습니다. 저도 교수님과의 마지막 질문글이 이런 글이라 한스럽습니다. 내심 힘드셨단 말씀에 송구스러워 건강하시란 인사를 올리고 떠나려 했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교수님께 받은 학은을 다 갚지 못하고 부담만 드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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