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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환소설의 무협 장르적 성격
― 황이(黃易)의 《심진기(尋秦記)》를 중심으로
1)文 炫 善*
< 目 次 >
1. 들어가는 말
2. 황이(黃易)와 현환소설(玄幻小說) 《심진기(尋秦記)》
3. ‘중국’적인 장르로서의 현환과 무협
4. 나가는 말
국문제요
무협소설(武俠小說)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통속문학의 한 갈래이며, 그 보편성과 역사
성을 통해 “근대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중국인’들의 문학 장르”라고 불린다. 중국 문학사에서
협의(俠義)를 제재로 하는 서사 전통은 매우 유구한 것이지만, 무협소설은 근대의 특수한
시기에 출현해 “‘상상의 방식’을 통해 과거의 전통을 현대로 소환하는 서사”로 규정된다. 이
에 반해 미디어가 발달한 후기 산업사회를 살고 있는 새로운 세대의 ‘중국인’들이 창조한 문
학 장르인 현환소설(玄幻小說)은 ‘상상의 방식’을 통해 과거를 현재화하는 서사라 할 수 있
다.
본고는 현환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황이(黃易)의 《심진기(尋秦記)》에 나타난 몇 가지 장
르적 속성을 파악함으로써 이러한 서사가 전통적인 장르문학의 한 갈래인 무협소설과 긴밀
한 연관을 지니며 이를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한편 현환소설의 문학적 잠재력을 확인하
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었다. 나아가 현환소설의 장르적 성격과 그 범주의 확정 및 발전
* 梨花女子大學校 中語中文學科 講師.
214 / 中國小說論叢 (第 45 輯)
가능성 등 문제가 앞으로 중국 당대 문학 연구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피력하고자 한다.
중심어: 현환소설, 중국 장르문학(장르소설), 심진기, 무협, 황이
1. 들어가는 말
현환소설(玄幻小說)1)은 중국 장르문학의 일종이다. 이 문학 장르는 1990년대 후반에 등
장해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확산되었으며, 2003년 전후의 양적인 폭발을 거쳐 출판계에 수
용됨으로써 “2005년은 현환문학의 해”2)라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세기’의 서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장르문학이란, 작가와 독자가 일련의 관습들(conventions)과 규약들(protocols)
을 직관적으로 공유하며, 일반적으로 현실 그 자체를 반영하기보다는 그 장르 내부의 세계
나 장르 내부의 다른 작품들을 전제로 삼는 자기반영적인 서사양식을 지칭한다.3) 이는 기
존 문학사에서 일반적으로 통속문학, 대중문학, 상업문학, 청춘문학 등으로 지칭되는 범주
와 일치한다.4) 그러나 이와 같은 명명은 해당 서사를 수용자 또는 생산 기제의 관점에서,
특정 연령대의 전유물로 이해하는 것이기에, 본고에서는 장르문학의 관점에서 현환소설의
문학적 성격을 파악하고자 한다.
장르문학은 현대 대중문화의 산물이다. “장르문학은 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에 상대적으
로 긴밀하게 조응하는 특정한 독자층을 주로 거느린다.”5) 즉 일종의 문화상품인 셈이다. 장
르문학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진지한 학술 연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1) 김남윤은 이 중국 현당대의 환상문학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이 현환”이며 “이 장르는 다른 장르
들에 비해 중국적 특색을 강하게 띤다. 이 장르는 다른 장르들에 비해 중국적 특색을 강하게
띤다. 이 장르의 작품들은 서양의 환상문학을 모방하지 않고, 중국인의 문화와 상식에 의거해
판타지의 토착화를 이룩한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정의한 바 있다. 金南玧, <中國現當代幻想文
學硏究>, 中國社會科學院硏究生院 博士學位論文, 2010.
2) 水格, <文壇⋅文譚>, 《布老虎靑春文學》, 2005., 152쪽.
3) 박진, <장르들과 접속하는 문학의 스펙트럼>, 《창작과비평》, 창비, 2008., 31쪽.
4) 통속문학이나 대중문학이라는 명칭은 순수문학이나 본격문학이라는 상대항을 통해서만 성립한
다. 정영훈,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이라는 시빗거리>. 《창작과비평》, 창비, 2008., 69-70쪽.
5) 유희석, <장르의 경계와 오늘의 한국문학>, 《창작과비평》, 2008., 1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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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 당대 문학에서 현환소설의 위치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환이라는 장르는
인터넷을 통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대중문화에 속하는 문화상품, 문학성이 결여된 통속문
학, 청소년들의 유희적 읽을거리로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6) 심지어는 마찬가지로 장르
문학에 속하는 무협소설과 비교해서도 ‘타락한 장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7) 그러나 문학
사의 장르들은 특별한 역사 조건 속에서 발생하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존 장르의 양식을
계승8)하고 다른 문예 양식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내적 관습과 규약들을 정련하며 장르의
경계를 확장한다. 현환소설은 무협(武俠), 과환(科幻, SF), 언정(言情), 정탐(偵探) 등 다양
한 장르문학 하부 장르(sub genre)의 양식들을 계승하고 활용하면서 탄생한 새로운 장르9)
이며, 동시대의 가장 강력한 장르이기도 하다. 20세기의 무협소설이 그러했듯이, 현환소설
의 양적 팽창과 경계 확장은 그에 합당한 진지한 학술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10)
문학사에서 기존의 장르들이 교차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세부 장르들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역사의 각 시기에 나타나는 이 ‘작은 갈래’들은 자연발생적인 것으
로서 생장소멸을 거치며, 대부분의 문학사는 이 ‘작은 갈래’들의 변화 과정을 기술한다. 그러
나 특정한 역사의 각 시기에 발생한 장르의 ‘작은 갈래’는 양적인 성장과 함께 일정한 범주를
구성하며 하나의 장르로 명명되고, 더 나아가 추상적이고 공시적인 고찰을 거쳐 장르의 ‘큰
6) 陶東楓은 <國文學已經進入裝神弄鬼時代?-由‘玄幻小說’引發的一點聯想>에서 이와 같은 견해를
밝힌 바 있으며, 王馨은 <論玄幻小說的遊戱性特徵>에서 현환소설의 유희적 성격을 고찰한 바 있
다.
7) 胡峽은 <武俠的俠客鬪玄幻的魔頭>에서 현환소설의 인물(魔頭)들은 무협소설의 인물(俠客)들이
지녔던 미덕(重義, 寬仁, 重情)들을 지니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8) “작은 갈래가 형성되는 것은 중대한 문학적 사건이다. 이 작은 갈래가 다시 ‘하위 장르’, 곧 더
작은 갈래로 분화되는 것과 ‘양식화’되는 것의 두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관점은 매우 유익하고
또 필수적이다. 여기서 양식화란 작은 갈래의 어떤 요소가 새로 탄생한 작은 갈래의 한 요소가
되어 이 새로운 갈래의 수식어가 되는 경우다. 말하자면 양식은 선행 장르의 계승자다.” 김준오,
<문학사와 장르 변화>. 《문학사와 장르》, 문학과지성사, 2000., 13쪽. 김준오는 이론적이고 개
념적인 범주로서의 장르를 ‘큰 갈래’로, 역사적이고 구체적이며 자연발생적인 범주로서의 장르를
‘작은 갈래’라는 용어로 지칭한다. 본고에서도 이와 같은 용어의 개념을 활용하고자 한다.
9) 문현선은 <장르로서의 기환(奇幻), 용어의 개념정립을 위한 시론(試論)>에서 현환 장르가 갖는
복잡성을 도해를 통해 정리한 바 있다. 장르문학인 기환의 하위 장르로서 현환은 명백하게 중국
적인 색채를 띤다는 점에서 무협의 범주와 거의 일치하며, 팩션이 아닌 판타지로서 과학을 추구
하기보다는 초과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과환과 대립되는 복잡한 성격을 지닌다. 문현선, 앞의
글, 《중국소설논총》 제42집, 2014., 203-206쪽.
10) 현재 중궈즈왕(中國知網, www.cnki.net)를 통해 ‘현환소설’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관련 자
료는 753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는 3편의 박사학위 논문 및 50여 편의 석사학위 논문이 포함된
다. 이들 연구의 대부분은 2005년 이후에 진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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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로서 나름의 양식적 특성을 지닌 자기 범주를 획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작은 갈래’로
부터 ‘큰 갈래’로의 전환은 문학 비평을 위한 이론적 고찰에 의한 일종의 질적 변화라 하겠
다. 따라서 현환소설이 하나의 학술적 대상으로 다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러한 장르의 성격과
범주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본고는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해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양적으로 팽창해 2000년대
중국 문학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되었을 뿐 아니라, 이른바 ‘바링허우(80後)’ 이후 세대
들의 문학 장르로 자리매김한 ‘현환소설’의 장르적 성격을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특히,
현환소설이 계승한 기존 장르의 양식 가운데 무협소설과의 관계를 중심적으로 파악하며, 어
떠한 동질성과 차이점을 드러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이 장르가 무협을 비롯해 기
환이나 마환, 과환 등 여타의 장르문학 하부 장르들과 어떻게 변별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장르 경계를 획정하는지 이해하고 장르의 내적 관습과 규약들이 지니는 안정성과 변동성의
양상을 확인하고자 한다.
상술한 논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본고에서는 황이(黃易)의 《심진기(尋秦記)》11)를 구체
적인 분석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황이의 《심진기》는 현환소설의 효시가 되는 작품이다.12)
현환이라는 장르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며 변화를 거듭하고 있기에,
이 소설이 현재의 현환 장르를 대표하는 전형성을 띠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장르 안정성
의 측면에서 현환 장르가 발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관습과 규약들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
서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2. 황이(黃易)와 현환소설(玄幻小說) 《심진기(尋秦記)》
황이, 본명은 황주창(黃祖强). 홍콩 중문대학 예술과 졸업했다. 일찍이 전통 중국회화를
전공해 ‘웡링위(翁靈宇) 예술상’을 수상했다. 그 뒤 황이는 홍콩 예술관 부관장을 역임하며
홍콩 예술의 진작과 동서 문화의 교류 분야의 업무를 전담했다. 1989년 사직 후 창작에 몰
두해 독특한 작품 세계로 홍콩과 타이완 지역을 석권했다. 그의 소설 창작은 크게 두 계통으
로 나뉜다. ‘이협(異俠) 시리즈’와 ‘현환(玄幻) 시리즈’. ‘이협 시리즈’의 대표작으로는 《형초
쟁웅기(荊楚爭雄記)》, 《대당쌍웅전(大唐雙雄戰)》, 《복우번운(覆雨飜雲)》, 《파쇄허공(破碎
11) 본고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은 판본은 다음과 같다. 黃易, 《尋秦記》, 雲南人民出版社, 2009.
12) “현환소설은 황이가 발명한 것이다.” 孔慶東, 《通俗文學十五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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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空)》, 《변황전설(邊荒傳說)》 등이 있고, ‘현환 시리즈’의 대표작으로는 《심진기》. 《성제낭
자(星際浪子)》, 《대검사전기(大劍師傳奇)》가 있다.
《복우번운》과 《심진기》에서 《대당쌍룡전》까지, 황이는 과환과 중국 전통문화 속의 현학
(玄學), 역리(易理), 성상(星像) 등을 유기적으로 일체화하여 현환무협의 앞길을 열었다.13)
황이는 일찍이 대륙판 《심진기》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작가 생애를 회상하였다.
“홍콩 예술관에서 일하는 10년 동안 무협소설은 저조기로 들어섰고, 나는 서서히 과환 장르
로 옮겨가기 시작했으며, 우연한 인연으로 내가 《파쇄허공》을 쓰게 되면서야 무협에 대한
열정이 다시 돌아왔다. 창작자로서 독자와 신분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전업
작가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14) 작가의 말처럼 황이가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이미 무협이라는 장르가 사양화되는 시점이었다. 당시 홍콩에서는 니쾅(倪匡)의 과환이 인
기몰이 중이었고, 출판사 쪽에서는 진융과 구룽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할 거라면 무협소설은
안 쓰는 편이 낫다고 황이를 설득했다. 진융과 구룽, 그리고 니쾅이라는 높은 벽을 넘어서는
것이 장르문학가로서 황이의 과제였던 셈이다. 이른바 ‘현환무협(玄幻武俠)’ 또는 ‘현이무협
(玄異武俠)’이라 불리는 황이의 문학 풍격은 이렇게 탄생했다.
‘포스트 진융’ 시대의 무협소설가로서 황이의 독창성은 무협소설의 서사 관습과 규약에
과환의 현대적인 과학 지식 및 중국 전통의 음양론, 천문학, 참위, 전술, 책략 등 이른바 ‘현
환’의 철학 요소를 받아들여 새로운 장르 서사의 전형을 창조했다는 데 있다. 천치자(陳奇
佳)는 <황이를 논하다>에서 황이의 창작활동이 중국 장르문학에 미친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첫째, 무협 장르의 침체로 단편화, 중편화가 가속되던 경향을 일신해 진융이나
량위성의 장편을 넘어서는 초장편의 서사 형식을 개척했다는 점,
둘째, 구체적인 무술 및 격투(技擊)의 묘사에 시대 변화를 반영해 현대적인 유행
감각을 덧입히고 진융 작품에서 이미 절정에 이른 ‘무술 격투 묘사의 문화
13) 湯哲聲, 《中國當代通俗小說史論》, 北京大學出版社, 2007., 220쪽. 湯哲聲은 황이의 《심진기》를
‘현환’ 시리즈로 분류하지만, 바이두 백과(http://baike.baidu.com)의 경우처럼 오히려 ‘이협’ 시
리즈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湯哲聲은 앞의 책에서 황이의 작품 전체를 장르문학 가운데 무협
소설의 하부 장르에 배치하였는데, 이와 같이 문학사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현환소설을 무협의
하부 장르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韓雲波처럼 그의 작품을 ‘현이무협(玄異武俠)’으로
명명하거나 ‘현환무협(玄幻武俠)’으로 명명하는 경우도 있다. 그밖에 아예 ‘현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장르문학의 하부 장르인 과환과 무협만을 이용해서 황이의 작품을 분류
하는 경우도 있다(陳奇佳, 2009).
14) 黃易, 《尋秦記》, 雲南人民出版社,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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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벗어나 ‘무술 격투 묘사의 현학화(玄學化)’를 이룩했다는 점,
셋째, 동시대의 사회 및 개인적 문제를 창작에 반영해 다매체 환경 하에서 살아
가는 현재의 수용 주체들을 끌어들였다는 점.15)
천치자가 지적한 황이 작품의 이러한 특징은 무협과 현환의 장르 경계에 위치하며, 이른
바 ‘현이무협’, ‘천월무협’, ‘현환무협’의 효시로 손꼽히는 《심진기》에도 그대로 적용가능하다.
《심진기》는 약 300만 자에 이르는 장편소설로서, 주인공인 항소룡(項少龍)은 21세기를 살
아가는 현대인(특수부대 요원)으로서 뛰어난 체격 조건과 체력, 현대 과학 및 사회 문화에
대한 지식, 역사 및 전통에 대해 습득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롭게 도달한 낯선 세계(異界)에
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그의 무공은 인간의 개인적
인 신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경지를 넘어서 종교, 정치, 문화, 예술, 건축, 요리, 기상학
등 온갖 학문을 망라하고 활용한다.
현환소설이 문자 텍스트를 넘어 다양한 매체와 연관을 맺는다는 점은 더 말할 나위도 없
다. 《심진기》의 경우, 2001년에 이미 텔레비전 드라마화 되었을 뿐 아니라 게임,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거의 동시적으로 소개되어 장르문학의 독자들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수용주체들에게 받아들어졌다. 그 서사의 형식과 내용은 상호 연
관된 매체 및 그 수용주체의 반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위팡(余芳)과 쉬샤오훙(徐筱虹)은 <현환소설의 특징과 정의>에서 현환소설의 미학적 특
징을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파악하였다. 하나는 이야기성(故事性)으로 서사 형식에 해당하
는 특징이고, 다른 하나는 환상성(幻想性)으로 서사 내용에 해당하는 특징이다. 위팡과 쉬
샤오훙은 다시 이를 다음과 같이 세분하였다. 먼저 이야기성은 ① 작가의 전지적 서술, ②
극적 전개와 갈등과 모순, 충돌이 돌발하는 구성, ③ 객관적 사실의 발생에 따르는 순차적
기술의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으며, 환상성은 ① 시공의 환상성, ② 생명 형태의 환상성,
③ 개인 능력의 환상성, ④ 인물 운명의 환상성, ⑤ 인물 감정의 환상성이라는 5가지로 나누
어 설명하였다.16)
이와 같은 현환소설의 미학적 특성 분석은 이원론적 서사학의 관점에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17), 서사 형식의 측면에서는 거의 무협소설의 서사 양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15) 陳奇佳, <論黃易: 在超越與俗世誘惑之間>, 《南陽師範學院學報》 Vol.8 No.4, 2009., 48-49쪽.
16) 余芳⋅徐筱虹, <關于玄幻小說的特點和定義>, 《江西敎育學院學報》 Vol.27 No.5, 2006., 99-100
쪽 참조.
17) 채트먼의 이원론적 서사 구조론은 이와 같은 분석에 유리하다. 채트먼 서사학의 용어로 서사
구성과 서사 내용은 각각 담론(discourse)과 스토리(story)에 해당하며, 구체적으로는 서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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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우선적으로 눈에 띤다.
무협소설의 기본적인 서사 구조는 조셉 캠벨의 이른바 ‘영웅 신화의 구조(모험의 도식)’과
기본적으로 일치하며, 여기에 중국 정통의 서사 양식인 기전체(紀傳體)에 가까운 일대기적
구성을 보인다. 또한 중국 전통극에서 자주 보이는 희극적인 대단원(happy ending)을 추구
하기보다는 역사성과 현실성을 강조한 기술을 지향하는 편이다. 현환소설은 외형상으로 이
러한 양식적 구조를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성과 현실성을 추구하지 않고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보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무협서사와 변별성을 지닌다.
오세정은 ‘가능세계이론(possible world theory)’에 근거해 판타지와 팩션의 서사를 비교
하면서, 팩션은 공식 역사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허구이지만 그와 같이 권위 있는 역사를 부
정하거나 공백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현실의 실제세계(Actual World, AW)와 텍스트의 실제
세계(Textual Actual World, TAW)를 일치시키고자 하며, 판타지는 텍스트의 실제세계
(TAW)와 현실의 실제세계(AW)의 거리가 멀면서도 그 거리감을 통해 현실 세계에 대한 대
안을 창출하려 하는 서사라고 양자를 구별한 바 있다.18)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무협소설은
팩션19)에, 현환소설은 판타지에 가까운 가능세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 가지
특징은 일상 세계에서 모험을 거쳐 다시 일상 세계로 귀환하거나 강호를 떠나 은거하는 형
태를 보이는 무협서사의 인물들과 달리 현환소설의 인물들은 처음의 일상 세계로 귀환하지
않고 다른 세계에 정착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라는 것이다. ‘영웅 신화의 구조’로 본다면 ‘출
발-모험-귀환’ 가운데 ‘귀환’의 내용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원래의 세계로 귀환하
지 않고 또 다른 모험을 계속하기도 한다.
이러한 서사 형식에 대한 이해를 《심진기》에 적용해 보자. 《심진기》의 주인공인 항소룡은
21세기를 살아가는 20세의 젊은 특수부대 요원으로 국가의 기밀 연구에 동원되어 세계 최
초의 타임머신에 시험 탑승하게 된다. 그는 타임머신을 통해 훗날 진시황이 되는 진왕 영정
이 아직 즉위하기 직전의 어린 소년이었던 약 2000여 년 전의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항
소룡은 생존을 위해 소년 영정을 도와 왕위에 오르게 하고 그를 보좌해 명실상부한 황제가
되도록 돕는다. 그 과정에서 전국 말기 각 국의 정객과 검객들과 복잡한 은원 관계를 맺게
전달의 구조와 이야기 내부의 사건 및 존재(인물, 배경)를 지시하게 된다. 시모어 채트먼, 《영화
와 소설의 서사구조》, 김경수 옮김, 민음사, 1999., 24-29쪽 참조.
18) 오세정, <신화, 판타지, 팩션의 서사론과 가능세계>,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47집, 2010.,
449-450쪽 참조.
19) 무협소설의 이와 같은 성격은 진융, 량위성으로 대표되는 홍콩 신파무협에서 두드러진다. 타이
완의 신파무협의 또 다른 성격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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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항소룡은 몇 번이나 죽음의 위험을 맞지만 그 때 마다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과 초인적인
체력 등을 이용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소년 영정은 성장하면서 비상한 면모를 보이며
자신을 왕위에 오르도록 돕고 섭정으로서 보좌한 인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하고, 신변의 위협
을 느낀 항소룡은 사랑하는 가족과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을 이끌고 변방으로 달아나 은거하
는 평화로운 삶을 선택한다. 다시 말해, 《심진기》의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로 돌아
가지만 다시 21세기로 돌아오지 않고 2000여 년 전의 역사를 선택하여 그 세계에서 모험을
계속한다. ‘귀환’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역사성을 중시하며 현실과 역사의 경
계를 구분 짓는 서사들과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현환소설과 무협소설은 서사 내용의 측면에서 보다 큰 차이를 나타낸다. 이는 앞서 서사
구성에서도 지적되었던 ‘역사성’과 연관되는데, 현환소설은 무협소설이 천착했던 현실 역사
의 재현 또는 보완에 대한 강박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특징을 드러낸
다.20) 천치자의 이른바 ‘환상성’은 바로 이러한 미학적 특징을 지시하는 것이다. 현환소설의
환상성을 황이의 작품 세계에서 확인한다면, 이는 ‘이협(異俠)’과 ‘천월(穿越)’이라는 두 가
지 장르 관습 및 규약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황이의 작품이 ‘이협소설’로 불리게 된 것은 그가 진융 이후의 포스트 무협소설가로 활동
하고자 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그 서사의 구성은 무협소설에 매우 가까웠지만, 소설의 주인
공들이 전형적인 무협소설의 ‘협객(俠客)’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황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매우 현대적이다. 현대적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들은 현대사회의 보통 사람들처럼 욕망에 솔직하며, 과거의 윤리에 얽매이지 않
으며, 현대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지닌 인물들이다. 《심진기》의 경우에도 확인되는 것
처럼 이 인물들은 아예 우리와 동시대를 살다가 과거 또는 다른 세계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연스럽게도 원래 세계에서 익숙했던 현대적인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그
대로 드러내 보인다. 무협소설의 가능세계에서 이러한 인물들은 당연히 이질적이다. 무협소
설을 통속소설의 일부로서 문학사에 수용한 학자들은 이러한 ‘이질성’을 평가 절하한다. 의
리를 중시하고, 타인에게 관대하고, 애정을 중시하는 무협소설의 협객과는 달리, 현환소설
의 ‘이협’들은 이익을 중시하고,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며, 애정보다는 욕망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21) 또한 이들은 중국 전통의 무술과 도가 사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대 과학 및 사회문화 정보를 활용하며, 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 또는 낯선 세계가
20) 현환소설의 이러한 특징은 이 장르가 무협소설과의 대비에서 언제나 ‘타락한 장르’로 평가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21) 胡峽, 앞의 글.
현환소설의 무협 장르적 성격 / 221
제시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승자가 된다.
《심진기》의 주인공은 특수부대의 정예요원으로서 젊고 건장하며 탁월한 신체 능력을 지
니고 있다. 이 능력은 과거의 역사라는 전혀 다른 시공간 속에서 그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무기가 된다. 항소룡의 우월한 육체적 조건은 전혀 다른 시공간 환경의 한계를 무시하고 그
를 동일한 존재로 살아가게 만드는 전제가 된다. 2000여 년 전의 역사 속에서도 항소룡은
여전히 여자를 좋아하고 승부를 즐기는 21세기 특수부대 정예요원의 면모를 충분히 과시한
다.
‘천월’은 시공간의 초월을 가리키는데, 이러한 ‘천월’의 계기는 소설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
로 제시된다. 타임머신과 같은 첨단의 과학기술이 동원되는가 하면, 전기 쇼크나 고대의 유
물이 사용되기도 한다. 황이는 이처럼 시공간 초월의 내용을 서사의 전제로 배치하면서 과
환과 같은 타 장르의 관습과 규약을 빌려오고 있다. 《심진기》의 경우 과거로 이동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이용하는데, 그에 대한 묘사가 간략하기는 하지만 여타의 무협소설에서 보기 드
문 설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항소룡은 주위를 둘러보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 높이가 30미터나 되는
거대한 홀의 다른 한쪽 끝에는 합금으로 만들어진 용광로 비슷한 물건이 위풍당당
하게 놓여 있었다. 홀 안에는 갖가지 종류의 다양한 기계들이 늘어서 있어서 마치
우주비행선의 조종석 안에 있는 것처럼 눈앞이 어지러웠다. 흰 가운을 입은 백여
명의 남녀 연구진이 바쁘게 그 기계들을 조종하는 중이었다. 홀의 양쪽 끝은 두 개
의 층으로 나뉘었는데, 꼭대기 층은 유리로 분리되어 있었고 또 다른 무수한 연구진
이 이름도 알 수 없는 갖가지 컴퓨터 설비 앞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는 누군가 유리창 건너편에서 자신을 가리키며 손짓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러한 묘사는 소설의 다른 부분에서 등장하는 고대의 시공간과 인물들에 대한 서술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항소룡이 적들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전형적인 무협서
사의 서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니부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직 열세 살일 뿐입니다!”
항소룡이 말했다. “부인께서 혼례를 치를 때는 연배가 어찌 되었는지요?”
니부인은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한 줄기 눈물을 떨구었다. “그 때 소첩은 겨우
열네 살이었지요.”
항소룡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입
222 / 中國小說論叢 (第 45 輯)
니다! 열세 살이라면 어리다고도 할 수 없지요. 열 다섯의 사내라면 처와 첩을 거느
린 사람도 많습니다. 더욱이 궁중의 분위기는 그와 같지요. 부인께서 그에게 여색을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시더라도 그 일을 막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조나라 왕이 말했다. “비무를 시작하라!”
궁전 안은 온통 정적에 휩싸여 고요했다. 고요한 가운데 비무가 시작되기를 기다
렸다.
아부인은 차마 항소룡이 피살당하는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지 못하고 왕의 누이
인 안부인의 품에 기댔다.
오정방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아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
했다. “저 사람이 지지는 않겠지요?”
“챙!”
연진은 그의 이름 높은 금광검을 뽑아들고 궁전 한가운데로 나아가 우뚝 서 더니
검을 들고 몸을 구부리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항소룡은 몸을 일으키더니 한 손으로 겉옷을 벗어던지며 되는대로 한쪽에 내던
졌다. 서아와 네 명의 시녀들이 그를 위해 특별히 지어준 무사복은 그의 어깨를 더
욱 넓고 강인한 허리를 돋보이게 해 주었다. 영웅의 위엄이 비상하게 느껴졌다.
《심진기》의 서술은 이와 같이, 과환과 무협, 현대와 과거, 과학과 환상, 팩션과 판타지를
오가는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시공간 변화 및 그 초현실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
은 어떠한 조건 하에서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의 강인한 체력과 지력이다. ‘천
월’의 관습이 진행되는 서사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에서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능력에 상당 정도 의지하게 된다. 이는 전형적인 ‘영웅 신화의 구조’ 속에서 영웅 인물이 모
험을 거치며 원래의 세계에서 미처 자각하지 못한 능력들을 새롭게 인식하거나 위기를 극복
하면서 갱신(更新)을 거듭하는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현환소설의 주인공은 모험을 통
해 새롭게 거듭나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서 성공을 거두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심진기》의 주인공 항소룡은 이러한 ‘천월’ 서사 주인공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현환소설의 일반적인 특징과 관련해 《심진기》는 무협서사의
전통적인 양식을 따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협’과 ‘천월’이라는 현환소설의 새로운 서사
관습 및 규약을 확립하였다고 할 수 있다.
현환소설의 무협 장르적 성격 / 223
3. ‘중국’적인 장르로서의 현환과 무협
무협소설은 매우 ‘중국’적인 장르로서 인정받으며 문학사에 편입되었다. 홍콩 신파무협의
대표작가인 진융의 작품은 통속문학과 엄숙문학 사이의 경계와 영역을 허물고 무협소설을
전아한 문학의 경지로 승화시킨 장본인으로써 추앙되었으며22), 본적지를 떠나 있는 전 세
계의 화인들에게 중화민족의 언어와 문자, 전통문화를 잊지 않고 되새기게 만드는 가장 훌
륭한 교육 자료로 꼽히기도 한다.23) 반면, 현환소설은 여전히 인터넷을 통해 탄생한 비공식
적이고 비문학적인 읽을거리이자, 중국 전통의 윤리의식과 충돌하는 세속적이고 개인주의
적인 욕망을 추구함으로써 청소년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사회악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현환소설을 진지한 학술 연구의 대상으로 다루는 경우조차 이 장르가 무협소설을 계승하기
에는 턱없이 부족한 이류 장르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
도 진융이 개척한 무협소설의 경계를 어떻게 포용하고 확장하느냐에 중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24)
서사 구성의 관점에서 황이의 《심진기》를 비롯한 현환소설은 무협소설의 영웅신화적 구
조와 순차적 서술에 의한 일대기적 구성을 보이는 기전체 양식을 계승한다. 비록 그 서사가
무협 장르 전성기의 장편화 수준을 넘어서 300만 자에서 1500만 자에 이르는 초장편화하는
경향에 따라 다소 느슨하거나 반복적인 구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무협소설이 지닌 전
형적인 양식을 거의 답습한다고 할 수 있다.25) 다만 현환소설은 주어진 현실의 조건이나
역사 조건을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대안을
제시26)하는 판타지라는 점에서 역사성을 추구하며 공인된 역사를 보완하거나 대체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무협소설과 변별된다. 서사 내용의 관점에서 현환소설의 사건은 현실 역
22) 쿵칭둥은 “진융의 소설을 읽으면 (그 범접할 수 없는 예술적 경지에) 절망하게 된다”라고 극찬하
기도 했다. http://news.xinhuanet.com/book/2006-12/15/content_5491199.htm
23) 梁守中, 《武俠小說話古今》, 江蘇古籍出版社, 1992., 207쪽.
24) 叢琳은 <武俠的魅力新世界: 以《廘鼎記》和《尋秦記》爲例>에서 진융의 《녹정기》와 《심진기》를 함
께 논하면서 황이가 무협 장르의 새로운 계승자임을 확언했고, 韓雲波는 황이의 작품세계를 ‘포
스트 진융’ 신무협소설의 문체 실험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했고, 曾曉峰은 아예 《심진기》를 통해
무협장르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25) 劉緖君은 <玄幻小說異域化的武俠精神解讀>에서 현환소설이 무협소설의 전통적인 양식을 충실
히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26) 이러한 대안이 현실 변혁의 가능성을 보여주느냐의 문제는 따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224 / 中國小說論叢 (第 45 輯)
사의 제약에 구속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상상을 펼쳐 시공간을 초월한다. 또한 이와 같이 환
상적인 사건을 경험하는 주체로서 인물 또한 낯선 세계가 제시하는 새로운 조건들을 주저함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대개 작가 및 독자가 속한 세대의 현대적인 인물들로
개인의 욕망을 솔직하게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21세기의 첨단 과학이 선사한 물질적인 기
반들에 익숙하다. 다매체 환경 속에서 성장한 작가와 독자 세대에게 현환소설 속의 주인공
이 마음대로 신체의 일부를 바꾸고 시공간을 전환하며 새로운 모험을 즐기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환소설의 세계는 전통적
인 중국의 철학과 문화의 외피를 완전히 떨쳐내지 않는다. 이것이 현환소설이 여타의 판타
지 장르-서양 판타지인 기환이나 공상과학으로 번역되는 과환 등-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유경철은 <무협소설을 보는 또 다른 시각>에서 무협소설이 “제국주의의 거세 위협에 대한
공포와 기억과, 전통중국에 대한 동경과 추억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성”된 서사로서 “지속적
으로 ‘중국’을 상상해냄으로써” ‘중국’적인 정체성의 확인과 각성에 모종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이 서사가 ‘상상의 방식’을 통해 과거의 전통을 현대로
소환한다는 점에서 고대의 협의류 서사와 변별됨을 증명했다. 무협소설이 엄청난 수의 독자
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고대 협의류 서사 양식의 계승 장르라는 점은 이 장르문학을
진지한 학술 연구의 영역으로 수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동일한 근거를 현환소설
에 적용하고 해당 장르의 우수한 작품에 적용한다면, 동일한 방식의 적용이 가능하게 될 것
이다. 현환소설은 비록 무협소설처럼 역사성을 기반으로 중국의 전통문화를 전면화하고 구
체적으로 재현하는 장르는 아니다. 그러나 그 서사는 기본적으로 무협소설의 기본적인 양식
을 계승하며, 당대의 ‘중국’과 그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20세기 전반을 통해서 거부되
었던 무협소설에 대한 문학사적 수용이 20세기 말에 진융이라는 작가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처럼, 현환소설도 새로운 세대의 작가와 그 작가의 영향력 아래서 성장한 새로운 세대의
비평가에 의해 가장 ‘중국’적인 서사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무협소설이 근대국가의 국
민으로서의 ‘중국인’들의 문학 장르로서 ‘상상의 방식’을 통해 과거의 전통을 현대로 소환하
는 서사라면, 현환소설은 미디어가 발달한 후기 산업사회를 살고 있는 새로운 세대의 ‘중국
인’들이 창조한 문학 장르로서 ‘상상의 방식’을 통해 과거를 현재화하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현환소설의 무협 장르적 성격 / 225
4. 나가는 말
중국문학 연구에서 현환소설은 아직 본격적인 문학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으며, 여전히
그 서사의 사회적인 영향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비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현
환소설은 매우 ‘중국’적인 장르로서 무협소설과 마찬가지로 이후 장르문학의 한 갈래로서 인
정될 가능성이 무척 크다 할 것이다. 무협소설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중국’ 특색의 인정에
의해 극적인 전환을 맞이했던 것처럼 현환소설 또한 중국문학 연구의 한 영역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환소설이라는 장르문학의 작은 갈래가 제대로 이해되고 평
가받기 위해서는 보다 ‘중국’ 특색이라는 민족주의적인 허용 외에 다각적인 접근이 이루어져
야 할 필요가 있다.
본고는 이에 현환소설을 중국문학사 속에서 등장한 장르문학의 작은 갈래로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문학적 접근을 제고하기 위한 기초적인 시도로서 황이의 《심진기》를 살펴
보았다. 서사 형식과 서사 내용을 아울러 이 소설의 현황 장르적 특성은 다음과 같은 4가지
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무협소설 서사구조의 변형을 들 수 있다. 무협소설의 가장 전형적인 서사구조는 영
웅의 모험(일상세계-모험-귀환)의 도식에 따르는 것이다. 《심진기》 또한 이러한 서사 원형
에 따르고 있지만 판타지 장르의 특성상 특별한 계기(타임머신)를 통해 다른 시공간으로 이
동한 뒤 그 세계(異界)에서 다양한 모험을 경험하면서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지 않는 형식을
취한다. 이와 같이 변형된 모험 도식은 ‘천월’을 다루는 현환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장르
관습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서사 내용의 차원에서 시공간 이동(穿越)의 제재 도입을 들 수 있다. 현환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특히 현대 과학에 기초한 특별한 계기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또 다른 세계
(주로 과거의 역사)에 도달한다. 《심진기》의 주인공인 항소룡은 타임머신에 의해 약 2000여
년 전의 중국 역사 시대로 이동한다.
셋째, 현대 과학 및 역사 지식의 적용이 두드러진다. 과거 중국의 문화 전통을 묘사하고
재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는 무협서사와는 달리 현환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과학적인 지식을
비롯한 현대의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 조건(과거의 전통)을 변화시킨다. 이는 과거의
전통이나 역사와는 엄밀한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무협서사와 변별되는 현환소설의 장르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전통 윤리가 아니라 개인의 욕망을 원칙으로 삼는 중심인물이 등장한다. 현환소설
226 / 中國小說論叢 (第 45 輯)
의 주인공은 중국의 전통적인 윤리를 구현하는 전형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21세기를 살아
가는 현대적인 인물들의 욕망 구조를 대변하는 경향이 있다.
현환소설은 이미 중국의 장르문학을 대표하는 텍스트로서 무협, 언정, 탐정 등 전통적인
장르 문학의 하위 장르뿐 아니라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과환이나 기환과 같은 장르의 특징
들을 망라하며, 여기에 ‘중국’ 특색을 더하여 점점 더 큰 범주로 발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문자 텍스트의 경계를 뛰어넘어 필름과 텔레비전 등 매체를 아우르고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장르를 가로지르며 점점 더 거대한 장르로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장르에 대한 연구는 중국문학 및 문화 분야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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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Wu-Xia Xiaoshuo(武俠小說) is the oldest branch of folk literature in China ,
through its universality and historicity called “literature of the people as ‘Chinese’
genre of the modern state.” Narrative tradition of Xia-Yi(俠義) to sanction China
Arts is eternal, but very, martial arts fiction is defined as it appeared at special
times of the modern“ ‘imaginary way’ to summon epic past traditions with modern
through”. In contrast media later developed a new generation of industrial society
living ‘Chinese’ have created a literary genre fiction Xuan-Huan Xiaoshuo(玄幻小說)
document that can be actualized in the past gone through the ‘way of the
imagination.’
This paper is Xun-Qin-Ji(尋秦記), the narrative genre is by identifying some of
the properties shown in the said Ginny to a branch of martial arts novels and close
associate of the traditional genre of literature which sulfur is known as the founder
of Xuan-Huan Xiaoshuo by Huang-Yi(黃易) in succession, and to ensure that puts
the primary purpose to determine the potential of literary fiction Xuan-Huan.
Furthermore, the firm and the nature and genre of the scope of the problem,
including the development potential hyeonhwan novel and to express the fact that
the future will need to establish itself as a branch of Chinese contemporary
literature.
KeyWords: Xuan-Huan XiaoShuo, Chinese genre fiction, Xun-Qin-Ji, fantasy,
Wu-xia(Chinese Action Hero), Huang-Yi
228 / 中國小說論叢 (第 45 輯)
투고(접수)일 2015년 3월 10일 심 사 일 2015년 3월 23일
수 정 일 2015년 4월 3일 게재확정일 2015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