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여관 / 이병률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그러면 날마다 아침이에요
밥은 더러운 것인가 맛있는 것인가 생각이 흔들릴 때마다 숙박을 가요
내게 파고든 수북한 말 하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모든 계약들을 들여놓고 여관에서 만나요
탑을 돌고 싶을 때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내가 껴안지 않으면 당신은 사라지지요 길 건너편 숲조차도 사라지지요
등 맞대고 그물을 당기면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여관이겠어요
내 당신이 그런 것처럼 모든 세상의 애인은 눈사람
여관 앞에서 목격이라는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거지요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거짓을 생략하고 이별의 실패를 보러
나흘이면 되겠네요 영원을 압축하기에는 저 연한 달이 독신을 그만두기에는 |
첫댓글 시조 작품도 이렇게 보폭을 넓혀가는 전개가 필요하다. 그래야 신선 식품이 된다. 장과 장이 너무 긴밀하면 의미의 정확성은 담보할 수 있으나 그만큼 재미는 떨어진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백수 선생님의 '조국'과 같은 작품이 그 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