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
로고스서원의 희망의 인문학 이야기 152
일시 : 2020년 12월 11일
장소 : 새빛센터
1.
오늘은 아이들이 자기 삶의 이야기를 썼다. 테이블 위의 글을 보면서 한편 반갑기도 하고,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반갑다는 것은 아이들이 글을 쓰면서 자기 내면과 삶을 정리하고, 아주 조금이라도 치유가 되기 때문이고, 무겁다는 것은 그것을 쓰는 것도 힘들고 읽고 공감하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
순서대로 읽었다.
제일 먼저 ‘김다’의 글이다. 큰 아버지의 심한 가정 폭력을 피해서 가게 된 쉼터에서 형들에게 맞고 앵벌이를 한 이야기를 썼다. 예전에 비해 글 쓰는 실력이 많이 늘었다. 한 달 뒤, 퇴소하는데, 그 이후가 걱정인 친구다. 심성이 곱고 착한 아이다. 부디 좋은 사람 만나기를, 잘 지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다음은 ‘김동’이다. 초등학교 초기에 따돌림을 당했고, 그 이후 태권도를 배우고, 덩지도 크고 골격이 우람해지면서 복수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학교짱’이 되었다. 그래서 김해에서 누구도 건들지 못하게 되었을 즈음에는 학교의 문제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2학년 때 담임 백응주 선생님을 통해서 변하고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의 사고로 재판을 받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 “내가 저지른 잘못의 결과니까 이곳에서 많이 반성하고 자중할 수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하는 친구다. “이제 후회할 짓 그만하고 부모님이 웃을 수 있도록 효도해야겠다.” 그렇게 할 만한 녀석이다.
이번에는 ‘김재’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경남과 경북 쪽으로 이사를 오고 가는 생활에도 잘 지냈다. 고1때 본인 표현으로는 ‘늦바람’이 불어 가출을 했다. 행간을 읽어보니 성적이 엉망이었고, 그러다 보니 무단결석을 하게 되면서 자꾸 나쁜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다가 사고를 치고 여기 왔다. 다음 주에는 사고 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쓰라고 했다. 쓰기 싫으면 안 써도 되고. 그러나 한번은 쓰고 정리하면 좋다고.
나중에 다른 아이의 글에 자기도 공감한다고 하길래, 어떤 점이 그렇느냐고 물었더니 가정사를 살짝 말해준다. 다시 한 번 써 보라고 권유했다. 아이고, 마음이.....
다음은 ‘김태’다.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천진스럽고 입담도 아주 좋다. 갓 태어난 자신을 보고, 아빠는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재우고, 엎고 놀아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글을 써보고 하니깐 아버지가 저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알 것 같네요.”
그러나 7살 때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재혼과 몇 년 후 또 다시 이혼의 과정을 겪으면서 엇가나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 이야기는 거의 없고 무려 1개월하고도 보름을 사귄 첫 사랑, 이제는 2년이 지난 일인데도 잊지 못하고 그 이야기를 잔뜩 썼다. 귀여운 녀석. 가여운 녀석. 사람이 그리운 게지.
그런데 흔히 새어머니라고 쓰는데, 이 녀석은 ‘어머니’라고 했다. 물어보니 지금도 하루에 한번 정도는 연락할 정도로 친하단다. 다행이다.
막내 ‘조민’은 자신의 장점과 단점, 좋아하는 운동이 무엇인지를 썼다. 게임을 잘 한다는 것도. ‘저는 가출은 14살 때부터 하였고, 흡연은 13살, 음주는 14살에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자랑이 아닙니다. 적을 게 없어서 채우기 위해 뭐라도 쓰는 것입니다.’ 하하하
또 다른 ‘김태’의 이야기. 이 친구는 마음이 절로 갔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버지의 욕설, 폭력 때문에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시도 때도 없이 받았고, 이 감정을 꾹꾹 쌓아둔 나는 옛날에 했던 다짐을 지키지 못ㅎ고 결국 그 형들과 똑 같은 짓을 하고 그것보다 더욱 심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 와중에 어머니의 눈물 어린 편지와 할아버지의 운명 등이 아이 마음을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임승’이다. 처음이다, 이런 녀석은. 자기 죄명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경우는. 하하하 그런데 그 다음 부터는 웃을 수 없었다. 심각한 가정 폭력과 때 이른 친구들 2명의 죽음. 곁에 가서 어깨를 어루만져주고 뒤에서 안아주었다.
마지막 문장이 나를 울린다.
“저를 되돌아보게 해 주신 김기현목사님 감사합니다.”
나도 네가 고맙다.
다음 주에는 맛난 거 사줄게.
3.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4권 사서 갖다 주었다. 읽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