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KBS <동네 한바퀴>에 출연하신 김정옥 교수님은 나의 대학 은사이다. 4학년 때 지도교수인데, 항상 양복을 입고 머플러를 두른 멋쟁이시다. 1932년생이시니 우리 어머니와 동갑인데 아직 건강하시다.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갔고 귀국하여 중앙대 교수로 임명되었다. 연영과 1기생들
과는 열 살 나이 차도 안났을 터이다.
내가 군 전역 후 복학하여 4학년 때인 1980년은 어수선한 해였다. 영화예술론(?)인가 김 교수님의 첫 강의를 듣고 나왔는데 원서 강의이다. 영어 시간도 아닌데 꼭 원서로 강의를 해야 하나? 나눠준 프린트 물을 보며 든 생각이었다. 몇 번 강의를 듣고 나니 광주 위급 소식이 들리고 교정이 시끄러웠다, 시국이 그러하니 다음 강의를 기약할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 휴교령이 내려졌다. 강의실 문에는 굵은 못질을 하여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1학기 강의를 끝내고 각자 헤쳐 워크숍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교문도 닫히어 집에서 편집을 해서 영화를 완성했다.
그리고 2학기, 영화 워크숍 담당이 김정옥 교수님이었다. 이번에 취업 준비한다고 학생들이 안나왔다. 그렇게 저마다 분주히 뛰는데 나혼자 영화를 만든다고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졸업식, 강의는 개강 초 한 번, 시사회 한 번, 모두 두 번의 강의로 또 한 학기 수업을 마쳤다. 참 허망한 4학년이었는데 1980년이니 무얼 더 말할까?
사진은 4학년 2학기 워크숍 영화 <공> 태권도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