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역(陵域)의 개요
⏩ 완충지역인 화소(火巢)
능역을 정한 다음에는 그 외곽에 산림금양지(山林禁養地)와 방화지(防火地)로서 화소(火巢)를 두고 화소금표석(火巢禁標石)을 세웁니다.
주변의 나무와 풀을 베어버림으로써 밖에서부터 능역 안으로 불이 번지지 못하도록 했으며, 민가와 무덤 등을 일체 두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 능역(陵域)의 식생구조
소나무는 주(周)나라 때부터 군주를 상징하는 수목이었습니다.
나무 중 유일하게 십장생에 포함되었고, 왕조의 영원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수목(長壽木)입니다.
소나무는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수목으로 배경숲뿐만 아니라 능역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특히 용맥(龍脈)을 잇는 나무라 하여 잔디와 함께 특별히 관리되었습니다.
참고로 군주는 소나무, 왕족은 측백나무, 고급관리는 회화나무, 학자는 모감주나무, 서민은 사시나무를 무덤 주변에 심었습니다.
🔺 배경숲 주변의 주요 식생 🔺
능역의 배경숲은 송림(宋林)이 원형(原形)이며, 봉분을 중심으로 한 능원(능침)에는 소나무가 절대적인 우세를 나타냅니다. 이들 송림을 도래솔이라고 합니다.
소나무는 오래 되면 수피(樹皮)가 검은색으로 변하고 두껍게 갈라져 거북의 등과 같은 모습이 되기에 현무(玄武)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봉분의 뒷쪽(북쪽)에 많이 심었습니다.
또한 소나무와 잣나무의 뿌리는 망상(魍象, 시신의 간과 뇌를 파먹는 귀신)과 운(蝹, 시신의 뇌를 파먹는 귀신)의 뇌를 뚫고 들어가서 죽이는 벽사(辟邪)의 의미가 있다하여 배경숲과 능침공간 주변에 많이 심었습니다.
🔺 능침공간 주변의 주요 식생 🔺
능침공간 주변에는 소나무를 비롯하여 전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습니다.
참나무과(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등)의 수목은 곧게 자라고 생장속도가 느린 편이며, 수피가 두꺼워 화재에 강하기에 능침공간 주변에 많이 심었습니다.
모화관(慕華館, 중국 사신을 영접하던 곳)에서는 능에 사용되는 나무와 꽃을 재배하고 관리하였습니다. 특히 능침공간의 핵심인 잔디와 소나무는 모화관의 것만 사용했습니다.
잔디에 불이 나면 관리인들을 엄벌에 처하고 나라의 변고라 하여 위안제(慰安祭)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인조 때에는 창릉(昌陵, 예종)에 불이나자 조회(朝會)도 열지 않고 3일 동안 소복을 입은 채 위안제를 지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 제향공간 주변의 주요 식생 🔺
제향공간의 주변에는 소나무, 신갈나무, 전나무 등의 교목(喬木, 큰 나무)과 때죽나무, 쪽동백, 팥배나무, 진달래, 철쭉 등의 관목(灌木, 작은 나무)이 식재되어 있습니다.
때죽나무는 습기가 많은 곳이나 소나무나 참나무 아래나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수목으로 흰색과 녹색의 대비로 색감을 더해줍니다.
열매에는 마취성분이 있어 왕과 왕비는 편안히 쉬시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원추리와 같은 의미로 생각됩니다.
🔺 참배로 주변의 주요 식생 🔺
참배로 주변에는 소나무, 오리나무, 잣나무, 미선나무, 떡갈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습니다.
오리나무는 소나무와 더불어 대표적인 장수목으로 습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에 남쪽의 참배로(특히 지당 부근) 주변에 심었습니다.
오리나무의 목질은 붉은색이라 오행 중 남쪽을 상징합니다.
헌ㆍ인릉의 오리나무 숲은 광릉(국립수목원)에 비견될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많이 훼손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 능역(陵域)과 원찰(願刹)
왕릉 근처에는 왕과 왕후의 명복을 비는 사찰이 있는데, 이러한 사찰을 원찰(願刹), 릉사(陵寺)라고 합니다.
또한 산릉제례(山陵祭禮)에 사용하는 두부를 만들어 제공하는 조포사(造包寺)도 있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조포사는 두부뿐만 아니라 제향(祭享)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음식을 제공했고, 이에 왕실은 여러 혜택을 주어 사원 경제를 유지하게끔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점이 불교가 왕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태종은 사찰을 더 이상 세우지 못하도록 했으나, 세조는 도성 사방의 절을 왕실 원찰로 지정했습니다. (東 불암사, 西 진관사, 南 삼막사, 北 승가사)
또한 정조는 즉위 원년(1776)에 원찰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원찰 건립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정조는 용주사라는 원찰이 있다는 사실...
※ 왕과 왕비뿐만 아니라 대원군, 대군, 사친도 원찰이 있었습니다.
⏩ 능원묘위전(陵院墓位田)
성종 원년(1470)에 기록된 '수호군절급전(守護軍折給田)'에서 알 수 있듯 능을 관리하는 수호군과 보인(保人)에게 능의 부속 토지인 '위전(位田)'을 지급했습니다.
위전은 능의 부근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원거리에 있기도 했으며 여러 곳에 산재해 있기도 했습니다. 보통 경기도 일대의 토지가 지급되었으나 황해도, 평안도, 전라도, 충청도 등의 지역의 토지가 지급되기도 했습니다.
위전의 지급 액수가 법적으로 정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각 능이 실제 보유한 액수는 일정하지 않은 듯 합니다. 아마 '유토궁방전(有土宮房田)'처럼 부당(負當) 조(租) 2두가 행해지지 않았을까하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 능참봉(陵參奉)
이는 바쁘기만 하고 실속이 없음을 빗댄 속담이지만, 속담과 달리 능참봉은 제법 괜찮은 자리입니다.
능에 소속된 전답(田畓)과 나무 등의 주요 재산을 출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시험을 보지 않고도 임용될 수 있었기에 관직에 진출하려는 사족(士族)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국왕을 직접 알현(謁見)할 수도 있었습니다.
⏩ 능역(陵域)의 귀신
무덤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귀신들이 살고 있는데, 우리에게 해를 끼쳤으면 끼쳤지 득이 되는 귀신은 하나도 없습니다.
'망상(罔象)'은 물의 귀신으로 시신의 간과 뇌를 파먹고 삽니다. 이 망상의 천적이 호랑이와 소나무, 잣나무라서 능역과 봉분 주변에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습니다.
그리고 가장 두려워하는 호랑이 모양의 석호(石虎)를 세워 물리치려 했습니다.
'운(蝹)'이라는 귀신도 시신의 뇌를 파먹고 사는데, 역시 소나무와 잣나무가 천적입니다. 나무의 뿌리가 망상이나 운의 뇌를 뚫고 들어가서 죽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흙의 귀신인 '분양(墳羊)'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신을 감싸고 있는 흙을 정화시켜주는 의미로 천적인 석양(石羊)을 세워 놓았습니다.
'망량(罔兩)'은 물의 정령이라 하기도하고 나무와 돌의 정령이라고도 하는데, 여러 가지 설이 혼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무와 돌의 요괴는 '기(夔)'라고도 하고 '망량(蝄蜽)'이라고도 하는데, 이 또한 혼합된 것으로 보입니다.
<열국지(列國志)>에는 '강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망상(罔象), 언덕에는 개처럼 생기고 뿔이 달린 신(山+辛), 산에는 용 같이 생기고 다리가 하나인 기(夔), 들판에는 망량(蝄蜽)이라는 도깨비, 땅 속에는 분양(墳羊), 불 속에는 송무기(宋無忌)라는 귀신이 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나무의 귀신인 '팽화', 연못의 귀신인 '위사(委蛇)'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