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로 운명이 결정되는 사회 '가타카' >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의해 신분, 계급이 결정되는 미래 사회에서 부적격자 즉, 열성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청소부 밖에 할 수 없었던 빈센트 프리맨는 우주 비행사가 되고자 했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31년 밖에 살지 못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잉태되는 것만으로 신분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인공 수정을 통해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지 미리 알 수 있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너무나 뛰어난 우성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동생 안톤 프리맨과는 나중에 우주 비행사의 길이 머지 않았을 때 부적격자인 주인공인 형 빈센트를 잡아야 하는 경찰의 신분으로 만나게 된다. 마지막에 부적격자인 빈센트에게 자신의 몸 즉, 신분을 빌려주었던 제롬은 머리카락 몇 올을 우주로 가는 빈센트에게 남겨 두고 자살을 한다.
제롬은 왜 자살을 했을까. 그에게 어떤 계기가 된 일이 있었을까. 물론 영화 내에서는 왜 자살을 택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왔겠지만, 난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자살을 택한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제롬의 자살이 영화 상에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제롬이 자살을 택한 결말은 나에게 영화의 여운을 특히나 더 느끼게 한 부분이었다. 자연적으로 태어나 조작된 유전자가 아닌 열성인 유전자로 살아가는 부적격자 빈센트가 운명을 거슬러 살아가는 모습이 주요 관점 포인트이지만, 빈센트에게 몸, 신분, 제롬 그 자신을 빌려준 제롬의 삶이 안타깝고 그 부분에 더 집중과 몰입이 되었다. 유망한 수영선수였지만 사고를 당해 다리가 불구가 되어 남에게 나를 빌려준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성공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허함과 자괴감이 들 것 같다.
1997년도 영화임에도 인공 수정, 유전자, 가타카의 모습이 요즘의 상상력으로 나올 법할 정도였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의 상상력이 놀라웠다.
장르가 왜 스릴러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보고 나니 스릴러가 맞았다. 보는 내내 주인공이 부적격자인 사실을 들킬까 영화 내내 긴장된 상태로 봐야만 했고,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결말을 보고 봐버렸다.
인공 수정을 통해 내 아이의 모든 것을 결정한 상태로 아이가 태어난다면 난 그 선택을 할까? 물론, 할 것이다. 안 해서 좋을 게 뭐가 있을까. 난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아픈 곳 없이 잘 자라줄 가능성이 높으면 택하지 않는 게 손해일 정도로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하면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호기심이 생긴다. 더 이상 열성인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 세상은 항상 변화하듯이 우성인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만이 존재하는 세상에는 우성인 유전자에서도 또 열성과 우성이 나뉘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인 것 같다. 유전학적인 문제가 그리 쉽게 단기간에 변형되지는 않겠지만, 그것 또한 모르는 일이다. 세상은 언제나 특별한 것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우성인 유전자만을 가진 사람들을 우성과 열성을 구분하듯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또 다시 매긴다. 영화에서 보면 인공 수정을 통해 태어났음에도 심장에 문제가 있는 아이린 카시니가 있다. 과학이 더욱 발전한다면 모든 아이들은 그 어떤 문제도 갖지 않고 완벽한 생명체로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영화의 세상에서는 유전자가 곧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태어나자마자 내가 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아를 갖추기 전에 살아가는 방법이 한정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면 동물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싶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이성과 자아, 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영화에서도 유전자로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꿈을 이루고자 한다. 꿈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인간에게 있어 무한 원동력인 것 같다. 영화에서 주인공 빈센트는 우주 비행사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의 정해진 운명을 거슬러서 결국 꿈을 이뤄냈지만, 자신의 유전적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엑스트라 청소부들이 영화가 끝나고 생각을 하다 보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서 이뤄낼 꿈이 없었기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 때문에 그저 청소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무튼 꿈이 있다는 것은 인간을 살게 하는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끝없이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무한한 원동력이라고 생각이 든다.
또한 영화에서 자신이 태어날 때 폭력성이 0% 였다고 말하는 조셉은 결국 영화 내 계획을 중단하려던 감독관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자백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폭력성이 없다고 주장했던 그는 살인을 저질렀다. 주인공 빈센트는 31년 밖에 살지 못하는 아픈 몸을 이겨내며 자신에게 유전적으로부터 정해진 운명을 거슬러 사는,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영화 내의 사회는 유전적인 것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말하지만, 운명은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인간이 살아가며 어떻게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따라 달렸다는 것이 이 영화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