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장]
1 데오빌로여 내가 먼저 쓴 글에는 무릇 예수께서 행하시며 가르치시기를 시작하심부터 2 그가 택하신 사도들에게 성령으로 명하시고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을 기록하였노라 3 그가 고난 받으신 후에 또한 그들에게 확실한 많은 증거로 친히 살아 계심을 나타내사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 4 사도와 함께 모이사 그들에게 분부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서 들은 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 5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었으나 너희는 몇 날이 못되어 성령으로 세례를 받으리라 하셨느니라 6 그들이 모였을 때에 예수께 여쭈어 이르되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 하니 7 이르시되 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 8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9 이 말씀을 마치시고 그들이 보는데 올려져 가시니 구름이 그를 가리어 보이지 않게 하더라 10 올라가실 때에 제자들이 자세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흰 옷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11 이르되 갈릴리 사람들아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쳐다보느냐 너희 가운데서 하늘로 올려지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 하였느니라
[설교]
오늘부터 사도행전을 묵상합니다.
사도행전은 바울의 동역자인 누가가 기록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도행전의 첫 시작은 누가가 이 책을 기록하게 된 배경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 배경이 되는 부분이 바로 본문 1~4절입니다.
우선 본문 1절에서 누가는 자신이 ‘데오빌로’라는 사람에게 이 책을 헌정한다고 말합니다. ‘데오빌로’는 우리말로 ‘하나님의 벗’이란 뜻입니다.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름 뜻으로 추정컨대, 그는 현재 그리스도에 관한 소식(복음)을 전해 듣길 기뻐하고 반기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데오빌로를 위해 누가는 총 두 권의 책을 기록했습니다. 첫 번째 책은 누가복음입니다. 본문 1~2절과 같이, 이 책에서는 예수께서 무릇 행하시며, 가르치시고, 사도들에게 성령으로 명하시고,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책, 사도행전. 사도행전은 부활하신 예수께서 사도들을 불러 모으시고, 이런 말씀을 하심으로써 시작됩니다. 본문 4절,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서 들은 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 여기서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은 무엇일까요? 아니, 누구일까요? 바로 성령님이십니다. ‘예루살렘에 모여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라!’ 이 말씀을 하심으로써, 이제 누가의 두 번째 책, 사도행전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이어진 본문 6~11절은 이제 사도들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왜 성령을 기다려야하는지, 그 배경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도들은 이제 곧 있으면 예수님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사도들과 더불어 40일간을 함께 유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당신의 나라인 ‘하나님 나라’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말씀하셨죠. 말하자면 사도들은 부활하신 예수님과 더불어 40일간의 집중 수련 기간을 가졌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무엇이며, 또한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왕성하게 활동하는지? 예수님께로부터 집중적으로 배운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을 보낸 후, 이제 막 오늘 본문에 이르렀습니다. 본문의 첫 부분부터 제자들은 질문하지요. 질문의 요지는 당연히 ‘하나님 나라’에 있습니다. 본문 6절, “그들이 모였을 때 예수께 여쭈어 이르되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 하니.” 여기서 제자들은 ‘이스라엘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제자들은 자신들의 통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왜 그렇습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의 범주는 결단코 이스라엘이라는 민족 하나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살펴보겠지만, 사도행전은 결국엔 ‘하나님 나라’가 과연 어떻게 세계만방으로 퍼져나갈 것인지를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때문에 하나님 나라를 일컬어 단순히 ‘이스라엘 나라’라고 부르는 것은 굉장히 식견이 좁은 것이지요. 본문 8절 말씀대로, “오직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말씀에서 제자들이 했던 질문은 언젠가는 반드시 고쳐질 것입니다. 민족적 이스라엘이 아닌 온 인류 보편의 ‘하나님 나라’가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이 말씀에서 제자들은 ‘때’에 관하여 말씀합니다. 이때 ‘때’라는 건 당연히 하나님 나라의 완성에 관한 질문이지요. 하나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도래하여, 이 땅 가운데 언제쯤 완성될 것인지 묻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답하십니다. 본문 7절, “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 때와 시기에 관해서는 너희가 알 바 아니다?! 바꿔 말해 이것은 사실상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가 언제쯤 완성될지, 언제쯤 예수님께서 재림하실지, 그것은 사실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까요? 이제 곧 있으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떠나 하늘로 승천하실 것인데, 그 이후 제자들은 과연 어떻게 예수님의 부재(不在)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예수님의 부재?! 바꿔 말해 이제부터는 더 이상 제자들은 예수님과 더불어 육신으로 함께 하지 않을 것입니다. 본문 9절과 같이 예수님께서는 이제 완벽하게 구름에 의해 가리어지셨습니다. 가리어졌다는 건 골로새서 3장에 따르면 ‘감춰진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의도적으로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구름 속으로 감추신 것입니다. 왜요? 더 이상 눈에 이끌려 예수님을 따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요한복음 20장 29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이 말씀 그대로입니다. 이제 사도행전의 시대는 더 이상 예수님을 눈으로 보는 시대가 아니라, 보지 않고 믿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예수님을 보지 않고 믿으려면, 우리에게는 누가 필요할까요? 바로 사도들이 기다렸던 그분, 보혜사 성령님이 필요합니다. 사도행전의 시작은 결국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예수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고 믿어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 우리에게는 누가 필요할까? 바로 성령님께서 필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본문을 생각하며, 우리 역시 똑같이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해야겠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을 믿되, 그분을 봄으로써 믿는 자들이 아닌, 보지 않고도 믿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본문 속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를 기다려야 할까요? 성령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 하늘 아버지께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하는 모든 자들에게 반드시 ‘하늘 최고의 선물’이신 성령님을 보내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이를 위하여 함께 기도하시는 성도님들 되길 바랍니다. 성령님께서는 이제 더 이상 눈으로 주님을 뵈올 수 없는 우리에게, 놀랍도록 확실한 믿음을 주셔서, 우리로 하여금 더욱더 생생하게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도록 하실 것입니다. 이러한 은혜가 오늘 하루 우리 모든 교우들 가운데 함께 하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