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5월 10일(월)*
▲노매드 펀(Nomad Fern)
◼Nomadland ost①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Ludovico Einaudi)
◀Oltmare(바다 저편)
◀Low Mist(낮은 안개)
◀Elegy for the Arctic
(북극을 위한 悲歌)
◀Red River Valley(홍하의 골짜기)
◼영화 ost(1940)
◉어린 아기의 손을 흔히
‘고사리 같은 손’이라 부릅니다.
작고 앙증맞고 연약한 손이
어린 고사리순과 닮았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하지만 연약해 보이는 고사리는
실제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생존해 온 가장 강인한 식물입니다.
◉비빔밤과 육개장 등에
들어가는 나물로 친숙한
고사리입니다.
사촌 격인 고비와 함께
대표적인 묵나물로 꼽힙니다.
묵나물은 묵은 나물로
생채로 말리거나 삶아 말려
나중에 조리해 먹는
나물을 말합니다.
올봄 고사리와 고비의
새순을 꺾어 삶은 뒤
묵나물로 조금 만들어뒀습니다.
◉올해 고사리와 고비는
이제 나물로서의 역할이
거의 끝나갑니다.
잎이 피기 전에 어린 순을 꺾어서
나물로 이용하지만
이미 짧은 그 기간이 끝나고
잎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고사리들의 잎이
이제 가지런한 모양으로
촘촘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잎 모양이 양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이들을
양치식물(羊齒植物)이라 부릅니다.
◉가장 오래돤 양치식물의 화석은
4억 년이 넘습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탄생과 멸종을
거듭하며 생존해 왔습니다.
그것도 대부분의 다른 식물들처럼
꽃을 피우거나 종자를 만들지 않고
포자와 뿌리로만 번식해왔습니다.
◉이들은 ‘날개’을 의미하는
학명 등이 따로 있지만
흔히 영어로 고사리는 Fern,
고비는 Royal Fern이라고 부릅니다.
고사리는 음지 양지를 가리지 않지만
고비는 주로 음지에서 자랍니다.
고비를 고사리보다 나물로서
한 등급위로 치는 데
영어 이름도 그렇습니다.
◉이 펀(Fern)이란 특이한 이름으로
영화에 출연했던
64살의 프란시스 맥도맨드
(Frances Macdormand)가
지난달 있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탔습니다.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온통 관심이 쏠렸던 시상식이었습니다.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는
차량 유목민 Fern의 역할을 맡았던
그녀의 여우주연상과 함께
작품상과 감독상까지 받았습니다.
◉실질적인 이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맥도맨드는 왜 고사리, Fern이란
이름을 사용했을까?
얼굴이 예쁘지도 젊지도 않지만
그녀는 이번까지 세 차례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개성이 뚜렷한 연기파 배우입니다.
평소 그녀는 65세가 넘으면
연기를 그만두고 이름도 Fern으로 바꾼 뒤
세상을 떠돌며 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합니다.
노매드와 관련된 다큐를 보고
영화 제작을 결심한 그녀는
중국계 클로이 자오를 감독으로 영입한 뒤
그녀에게 그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그 자리에서 감독이 그녀에게
Fern이란 이름의 주인공이
돼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결혼 등으로 꽃을 피우고
가정을 이뤄가는 사람들과 달리
혼자 힘으로 고독을 견뎌내며
포자처럼 세상을 떠돌며
살아가야 하는 노매드에게
어울리는 이름 고사리, Fern입니다.
경제불황으로 직장이 사라지고
마을까지 없어진 데다
남편마저 병사하면서
펀은 자동차 한 대에 몸을 싣고
유랑의 길을 떠납니다.
일자리를 찾아가며 떠도는 과정에서
많은 유목민을 만납니다.
살았던 마을 Empire를 떠나면서
시작된 영화는 다시 찾은
Empire를 두 번째로 떠나면서
끝이 납니다.
첫 번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떠나지만
두 번째는 스스로 선택한 삶입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음악은
이탈리아의 영화 음악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기존 작품에서 가져왔습니다.
그가 흔쾌히 사용을 허락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음악이 영화를 돋보이게
만드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첼로와 바이올린의 3중주가 이뤄내는
음악은 간결하면서도 따뜻합니다.
펀이 두 차례 길을 떠날 때
그리고 엔딩 크래딧으로 이어지면서 등장하는
Oltremare(바다 저편)입니다.
루도비코의 2006년 앨범에
실렸던 곡입니다.
https://youtu.be/-JJhnXZ9zCs
◉루도비코의 2019년 앨범
‘7일간의 산책’에 담겼던
‘Low Mist’(낮은 안개)는
영화 속에서 펀의 성장과 치유에
도움을 주며 세차례나 등장합니다.
https://youtu.be/rvDZARTCa0w
◉올해 66살의 루드비코는
8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 음악을
작곡한 영화음악의 거장입니다.
이탈리아 2대 대통령이
할아버지이기도 합니다.
환경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그는
농장에서 살면서 작곡 활동을 합니다.
2016년에는 북극을 구하기 위한
그린피스 캠페인에도 참여했습니다.
‘북극을 위한 비가’(Elegy for the Arctic)를
그의 피아노 연주로 듣고 지나갑니다.
https://youtu.be/2DLnhdnSUVs
◉정주문명권과 달리
유목문명권에서 사는 사람들을
유목민, Nomad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의 Nomad는
정주문명권 속의 유목민입니다.
현대사회의 여러 요인이
정주권 속에서 유목민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목축을 하며 이동하던
유목민은 말 탄 유목민이지만
현대 유목민은 차량 유목민입니다.
미국 역사에도 몇 차례
떠돌이 생활하던
유목민들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
1930년대 대공황시대,
1960년 히피시대 등이
노매드가 생겨났던 때입니다.
당시에는 상황이 달라지면
정착민으로 안주했지만
지금 생기는 노매드들은
영화에서 보듯 정착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게 다릅니다.
◉영화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는
1930년대 고향을 떠나
떠돌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헨리 폰다가 출연했던
존 포드 감독의 이 영화는
존 스타인 백의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노매드는 길 위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잃습니다.
꿈의 땅 캘리포니아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어둡고 슬픈 영화 내내
흐르는 음악이 바로 미국 민요
‘Red River Valley’(홍하의 골짜기)입니다.
알프레도 뉴먼이 다양한 편곡으로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따뜻하게
들려줍니다.
https://youtu.be/MazNp5gFqHE
◉그 때의 유목민들과 달리
현대사회의 유목민들은
대부분 스스로 선택한 삶에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입니다.
노매드랜드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내일 하루 더 만나봅니다.
음악은 역시 기존의 음악으로
충분히 만나 볼 만하지만
이 영화만을 위한 오리지널이
아니어서 아카데미 음악상의
대상은 되지 못했습니다.
흐리고 비도 간간히 뿌릴 날씨지만
밝은 기분으로 시작해야할
월요일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