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김훈 작가의 단편 '언니의 폐경'에서 보는 중년의 비애
민병식
이 작품은 2005년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고 작가의 첫번 째 소설집 '강산무진에 여섯 번째 수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 네이버
회사 임원이었던 주인공의 형부가 비행기 사고로 갑자기 죽는다. 주인공인 '나'는 경황이 없는 언니를 데리고 사고현장에 다녀오는데 언니가 갑자기 생리를 시작한다. 결국 '나'가 팬티를 찢고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채워주는 뒷처리를 해준다.
형부의 보험금을 비롯해 유산과 보상금은 아들이 다 챙겨가고 회사에서 회사식당운영권을 주었는데 그 녀석은 사람을 고용해 놓고 자기는 놀러 다닌다. 언니는 10평 대 아파트에서 인생의 말년을 조용히 살아갈 일만 남았다. 비슷한 시기, 딸이 미국 대학으로 간 후에 '나'는 남편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는다. 남편에게 젊은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안 '나'는 결국 남편과 이혼을 하고 유학간 딸도 이혼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와서 두 분이 각자의 길을 따로 따로 정해서 간다고 해서 두 분의 앞날이 행이혼하복으로 가득차게 되는 무슨 수가 있을 까요... 우리 집 재산을 7:3으로 나눌 계획이니 저의 학비도 아빠에게 7을, 엄마에게 3을 얻어 쓰시라고 하시니, 두 분한테서 따로 따로 돈을 받아야 한다면 민망해서 어떻게 공부를 잘 할 수가 있겠어요.'
-본문 중에서
딸인 연주도 같은 여성으로써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연주는 부모님의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 그냥 '그 나이에'다. '그 나이에' 무엇을 하겠냐는 거다. 이는 같은 여성으로써 엄마의 사정을 전혀 이해하고 싶지 않은 자신을 위한 이혼 반대다. 불가피하게 이혼을 할 사유가 있으면 해야하고 자식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난 뒤늦게 한 남자를 사귀게 되는데. 그는 회사에서도 명퇴당한 불쌍한 사람이고, 아내와도 사별을 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남편의 회사에 같이 다니던 남편의 부하직원이다. 남편이 전무로 승진했을때 사령장을 받는 자리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라고 해서 갔다가 남편에게 결재를 받으려는 그를 보았고 딸 연주의 돌잔치에서도 그를 보았다. 그는 남편의 부하 직원이었던 것이다. 왜 주인공은 남편보다 못한 남자를 만났을까. 그가 다른 여자를 넘 볼 주제가 안되기 때문일까. 남편보다 사회적지위가 더 높거나 잘난 남자를 만날 자신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남편에게 떨려난 자신처럼 회사에서 떨려난 중년의 비애를 공감했을 지도 모른다.
작품은 언니가 생리를 할 때 “뜨거워, 몸속에서 밀려나와”로 시작하는 장면에서 여동생이 언니의 생리혈을 처리해준다. 바로 이 부분이 많은 사람들로 부터 여성들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친동생이라도 자신의 몸을 맡기는 사람은 없다고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성은 폐경이 시작되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남성화가 된다고 한다. 이 작품 속에서 폐경을 맞이하는 50대 자매의 모습은 반대다. 쳐지고 힘이 없는 것이다. 작가는 50대 자매를 통해 늙어가는 여자의 모습과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한 여성성의 허무함. 사랑없이 결혼한 부부의 무의미한 결혼 생활, 부모에게는 관심없는 현 시대의 자녀에 등 대해 말하고 있다. 중년이란 무엇일까. 노년을 맞이 하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나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똑같다. 현명한 중년을 살기위한 마음가짐과 노력, 그에 따른 실행이 필요한 시기다.
사진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