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가 존 C 보글(John Clifton Bogle)은 ‘과거 실적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리어 뷰 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명언을 남겼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리스크 헷지(Risk hedge)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리고 최근, 미술품 거래가 전세계에서 리스크 헷지 방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 설명한 것처럼 미술품 담보대출은 민간·경매 기관·부티크 세곳이 주도한다.
2017년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가 발행한 Art & Finance Report에 의하면 ▲ U.S.Trust ▲ 씨티 프라이빗 뱅크(Citi Private Bank) ▲ JP 모간 브라이빗 뱅크(Morgan Private Bank) ▲ 도이체방크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Deutsche Bank Private Wealth Management) 등 ‘민간 은행 미술품 담보대출’이 가장 활발하다. 총액 규모는 150억달러(17조원)쯤에 달하며 매년 15%쯤 성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 크리스티(Christie) ▲ 소더비(Sotheby) ▲ 필립스(Phillips) ▲ 본햄즈(Bonhams) 등 ‘경매 기관 미술품 담보대출’도 활발하다. 이 부문 규모는 14억달러(1조6000억원)쯤, 연 평균 성장률은 30%에 달한다.
‘부티크 대출 기관 미술품 담보대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 아트&파이낸스파트너스(Art & Finance Partners) ▲ 아트 캐피털 그룹(Art Capital Group) ▲ 아테나(Athena) 등이 주도하고 있다. 역시 규모 12억달러(1조4000억원)에 연 평균 15% 성장하고 있다.
제1금융권 입장에서 미술품 담보대출은 매력적이지 않다. 미술품의 가치는 수시로 변하며, 독소조항이 많아 계약서를 쓰기도 까다롭다.
하지만, 위 금액처럼 해외 제1금융권(민간 은행)은 미술품 담보대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씨티은행(Citi Bank)의 미술품 담보대출 사례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민간 은행 미술품 담보대출은 소비자의 개인 사유가 아니라 사업의 연장선으로 이어가는 일반 기업 금융 대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술품은 소비자 소유로 인정하며, 대출 구조는 차입자 보증을 통한 상환청구가능 대출 등 기존 대출 모델과 비슷하다.
씨티은행은 미술품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가를 섭외, ‘씨티 미술 자문 서비스(Citi Art Advisory Service)’를 1979년 만들었다. 이를 미술품 담보대출의 시초로 보기도 한다. 당시 최소 대출 금액은 500만달러(58억원)였고, 소장자가 담보로 제공한 미술품의 최소 가치는 20만달러(2억3000만원)쯤이었다.
미술품 담보대출 심사는 무담보대출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미술품의 시장성과 가치뿐 아니라 차입자의 ‘재정 건전성 평가’에 매우 큰 비중을 뒀다. 씨티은행은 미술품 담보 대출 시 차입자의 상환 능력을 중요하게 봤다. 심사자도 대출 승인을 위해 차입자의 기초 자산과 부채, 더불어 조건부 의무 등을 평가했다.
대출이 승인될 경우, 씨티은행은 미술 전문가가 제시한 공정가치(FMV, Fair Market Value)를 통해 가치를 추산했다. 금리는 리보(Libor, 국제 표준)금리 또는 여기에 1%쯤 더한 수준으로 결정했다. 기간은 1년~2년간, 대출 금액은 미술품 평가 가치의 최대 50% 수준이다.
이처럼 기준이 잘 마련된 미술품 담보대출에 리스크 헷지를 원하는 투자자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미 정부가 마련한 통일상법전(UCC, Uniform Commercial Code) 제 9편은 미술품 보안 안전 장치를 마련,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었다. 이 기틀 위에서 미국 미술품 담보대출 및 거래 시장이 성장한 셈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해외 경매 회사 및 부티크 대출 기관의 미술품 담보대출 사례와 결과, 현황을 분석하고자 한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