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자들의 형편없는 질문 수준! 외신 기자들 보기 창피하지 않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최고의 질문은 BBC 기자의 질문 조샛별(조갑제닷컴)
21개월 만에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지루하고 공허했다. 약 70분 동안 20개의 질문이 나왔는데, 외신기자들의 질문을 제외하면 핵심 현안을 제대로 공략한 질문이 거의 없었다. 대통령에게 마음껏 해명할 기회만 안겨준 셈이다.
국내 언론사 기자들의 질문은 보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중요하고 시의성 있는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하나마나한 질문을 매우 포괄적으로 던진다. 이런 식이다.
“앞으로 3년간의 국정기조를 전환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어떻게 전환하실 건지” “‘저출산 대응 기획부’를 신설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운영해 나갈 생각입니까” “총선 패배 후에도 인사나 메시지에 변화가 안 보이는데, 국무총리 등 개각 계획은?”
이런 식의 질문엔 “잘하겠습니다” 수준의 뻔한 답변만 나올 뿐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질문 기회를 얻은 외신기자들과 비교하면 수준 차이가 너무 명확했다. 특히 BBC 기자의 질문은 이날 최고의 질문으로 생각되는데, 최근 밀접해진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모호한 입장을 집요하게 따져 묻는 내용이었다. 질문 전체를 살펴보자.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에 대해 질문하겠다. 현재 러시아는 북한산 무기 구매를 통해, 한국이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많은 레드라인을 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 체제를 허물고 있고, 또 북한이 한국을 대상으로 사용하고자 만든 무기들을 실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제한적인 조치들만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한국이 비우호국 중 가장 우호적인 국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은 무엇인지, 러시아가 그 레드라인을 넘었을 때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또한 푸틴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진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겠다”.
질문이 매우 구체적일 뿐 아니라,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한국 정부의 모호한 태도를 여러 각도에서 비판적으로 따져 묻는 질문이다. 주한 러시아 대사의 발언까지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을 매우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답변하기 매우 곤란했는지 질문 내용을 뭉개듯 핵심을 비껴가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사안별로 협력할 건 협력하고 반대할 건 반대하면서, 가급적 원만하게 또 경제협력 등 공동의 협력은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는데, 좋은 질문에 좋지 못한 답변이었다.
이 외에도 로이터통신이나 AFP통신 등 외신기자들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현장에 있던 국내 기자들은 민망함을 못 느꼈을까?
현재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의료대란’에 대한 질문이 마지막에 겨우 한 번 나온 것, 그리고 그 질문조차 마치 대통령과 짜고 치듯 편파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러웠다.
연합뉴스TV 기자는 “정부는 현재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고, 반면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를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며 의료개혁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마치 정부는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의료계가 고집만 부리며 대화를 거부한다는 뉘앙스다. 이어 “접점이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은 무엇인가? 지금 야당에서 야당 정부 그리고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제안했다.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며 질문을 마쳤다.
대통령이 실컷 정부 입장을 되풀이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질문에 불과하다. 기자는 이런 질문을 했어야 했다. ‘대체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란 게 무엇인가?’, ‘여러 연구를 참고했다고 하면서 왜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나’, ‘법원에서 제출 요구한 관련 회의록에 대해 왜 정부는 투명하게 밝히지 못하고 오락가락 답변만 하는가’, ‘곧 의대생 대량 유급 사태가 초읽기인데 그냥 두고 볼 건가’ 등.
대통령 기자회견의 제한된 형식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우리나라 기자들의 수준을 드러내는 질문은 실망 그 자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