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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부터 시작하는 프랑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 뉴스로드
프랑스는 대입시험 ‘바칼로레아’에서 성인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던져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를 평가할 정도로, 단순 암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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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교육부 산하 미디어 교육 전담기구 클레미(CLEMI)는 '데클릭 크리틱크'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들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아동들이 완구회사의 광고를 보고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사진=클레미 유튜브 채널 갈무리
프랑스는 대입시험 ‘바칼로레아’에서 성인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던져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를 평가할 정도로, 단순 암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의 진위를 선별하고 속뜻을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또한, 비판적 사고를 중시하는 프랑스 교육의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다.
실제 프랑스 미디어 교육의 역사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혁명 전부터 발행되기 시작해 1820년대 전성기를 맞은 프랑스의 청소년 저널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용도가 아니라 어린 독자들의 비판적 독해 능력을 함양하는데 활용됐다.
이러한 전통은 1982년 유네스코가 ‘그룬발트(Grunwald) 선언’을 통해 공식적인 교육과정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룬발트 선언은 미디어 환경에 대한 비판적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가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1983년 교육부 산하의 미디어 교육기구 클레미(CLEMI)를 설립하고 공교육 내 미디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프랑스의 미디어 교육 전담기구 ‘클레미’(CLEMI)
클레미는 홈페이지에서 “교사의 뉴스 미디어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아동의 미디어·정보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것”이 클레미의 설립 목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클레미는 “오늘날 아이들은 지속적이며 즉각적이며 미디어가 포화된 환경을 표류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고 학생들이 정보를 찾고 평가할 수단을 제공함으로서 아이들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클레미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클레미는 설립 이후 점차 영역을 넓혀 지난 2013년부터는 모든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및 정보 교육을 전담하는 기구로 성장했다. 프랑스의 미디어 교육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진행되는데, 미디어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비판적 평가와 활용기술 및 컨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차원의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 교과과정과 체계적으로 통합돼있다.
실제 프랑스의 아동·청소년들은 이미 만 2세부터 신문을 만져보며 미디어와 친숙해지기 시작해 10세가 넘으면 직접 짧은 기사를 작성해보고 그 안에 적용해야 할 윤리적 기준을 고민하는 등 단계적인 훈련을 통해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특히 클레미가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데클릭 크리틱크’(Déclic' Critique)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성장과 함께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로부터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데클릭 크리틱크는 가짜뉴스와 출처, 팩트체크,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이슈를 다루는데 ①소셜미디어(SNS)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 검증 ②가짜뉴스와 언론 오보의 차이점 및 저널리즘 윤리 ③대주주 및 광고주에 의한 저널리즘 왜곡 ④저널리즘의 질문 방식에 따른 정보 왜곡 및 소수자 차별 문제 등 4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실제 교육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 주제에 관한 정보를 보여준 뒤 이들의 반응을 녹화·편집해 클레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배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에는 광고에 반영된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대한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에게 한 완구회사의 광고를 보여준 뒤, 그 속에서 남성과 여성 인형이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은 어떤지를 자유롭게 말하게 한 것. 학생들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 인형과 제복을 입고 헬기를 운전하는 남성 인형을 보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
◇ 교육법에 뿌리내린 프랑스의 미디어 교육... 한국의 미디어 교육 입법은 언제?
이처럼 프랑스가 미디어 교육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적극적인 입법 노력이 숨어있다.
프랑스가 처음 미디어 교육을 공교육에 포함시킨 것은 지난 2005년 교육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당시에는 법 개정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2010년대 들어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2011년부터 미디어 교육을 학력검증 국가고시 ‘브르베’(Brevet)의 필수 과목으로 채택했으며, 2013년 교육법을 다시 개정해 “교육법전에 미디어와 정보교육” 명시했다. 이에 따라 중학생부터는 필수적으로 미디어·정보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018년부터는 “안티 가짜뉴스법”으로 불리는 ‘정보조작대처법’이 통과되면서 교육법 또한 일부 개정돼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분석능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반면 한국은 아직 현행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미디어 교육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기는 하지만, 아직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교육법에 기초해 클레미를 중심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미디어 교육이 제공되는 프랑스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한국도 입법과 행정에서 모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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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부추기는 시대 - 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박시형] #1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라는 구호를 기억하는가. 작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망한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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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광안리 해변에서 흑인차별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는 외국인들=박시형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박시형] #1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라는 구호를 기억하는가. 작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망한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기 위한 인권운동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다.
당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마스크를 쓴 흑인 젊은이들이 손 소독제를 나누어 주며 구호를 외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때의 아픔을 잊기라도 한 듯 올해 3월 뉴욕에서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흑인남성들의 무차별적인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백인의 폭력에 그토록 저항하던 이들이 어떻게 무고한 아시아인을 구타하게 된 걸까. 백인-흑인-황인으로 이어지는 현대판 계급구조라도 있는 것일까.
#2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심각하다. 작년 말 트랜스여성이 숙명여대 진학을 포기한 사건과 올해 초 故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만연한 차별인식을 드러냈다. 대학진학에 있어 학업능력보다 무엇이 더 중요하며, 군 복무에 있어 업무능력보다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 기존에 해왔던 구태의연한 체제를 고수하느라 우리는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있다. 세계의 유서 깊은 여자대학에서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허가하고, 세계의 강력한 군대에서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양상이다.
#3 남녀혐오는 또 어떤가. 징병 문제, 성별혐오 단어, 헤어스타일 논란 등 특정 키워드가 수면 위에 떠오르면 늘 등장하는 세력들이 있다. 각각 남혐과 여혐을 대표하는 이들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서로를 물어뜯고 치고받는다. 단순히 상대 진영을 비난하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집단화, 권력화되어 시시각각 젠더이슈를 몰고 다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젠더이슈가 실질적인 득표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드러난 바 있다.
이처럼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가 쟁점화되자 유튜브 등 각종 SNS매체에서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언론사에서는 자극적인 제목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정치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보다 표심 얻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 그래도 사회에 만연한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들을 한 번 더 왜곡하여 갈등을 부추긴다. 갈등이 더 많은 갈등을 낳는 악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쩌다가 각종 혐오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일까. 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마도 벌어져 가는 빈부격차와 의식주마저 위협하는 현실이 이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모두들 자기 삶을 잘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은 닮아 있을 테지만, 점점 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벌어지면서 다름에 대한 포용력이 떨어진 것 같다.
그럼에도 해결방안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차별은 줄여나가고 차이는 인정해나가는 것이다. 지금은 너도나도 살기가 각박하다 보니 여유를 잃어버린 듯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아픔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부족한 부분은 함께 채워가며 살아왔다. 다르기 때문에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이 있고 거기에서 도출되는 새로운 에너지가 있다. 위의 혐오들은 자기 입장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어서 생기는 이유도 크다. 우리는 분명 모두가 다르다. 이 점을 인정하고 단순한 이슈로 취급하기보다는 공론화하여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한순간의 논쟁이려니, 어떻게든 넘어가려니, 하며 자연스러운 해결에 기댈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은 듯하다. 이른바 복수는 복수를 낳고 혐오는 혐오를 낳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는 이제 몸을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