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박서련 단편 '제자리'에서 보는 출산율을 낮추는 사회
민병식
고3때 15회 대산청소년문학상 금상을 받고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할 만큼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던 박서련(1989 - )작가는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박서련 작가 2021년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최근 핫한 작가로 유명하다.
사진 네이버
이 작품은 박서련 작가의 소설집 ‘코믹 헤븐에 어서오세요’의 총9편 중 두 번 째로 실린 작품이다. 작품은 휴가가 끝날 즈음 왔더니 자기 자리가 없어진 여자와 그 여자의 대타 인턴으로 들어가 영문도 모른 채 여자의 책상을 뺐던 여자, 아이러니한 둘의 만남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회사 인턴으로 일하는 지수 는 팀장의 명령으로 아침 일곱 시까지 출근한다. 일곱 시까지 출근하려면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힘겹게 출근하지만 정작 팀장은 일곱시가 넘어 출근한다. 책상 하나를 치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책상 물건을 정리하고 책상과 의자도 사무실에서 뺀다. 알고 보니 육아휴가를 쓰고 있는 심대리의 책상이었다. 이제 곧 복귀할 예정이었던 그의 자리를 치졸한 상사들이 치우라고 한 것이었다. 복귀 전 사무실에 들른 심 대리는 자신의 자리가 비워진 것을 본다. 그리고 지수 씨와 마주치고는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한다. 심 대리는 자신이 육아휴직을 쓰니 회사에서 나가라는 압박을 주는 것이라는 걸 안다. 지수는 어딘가 미안해하지만 심 대리는 그러지 말라고 한다.
잘 쓰던 스테이플러를 괜히 갖다 버리고 새 스테이플러를 사는 일처럼. 그러니가, 우리는 스테이플러처럼. 여느 사무용품처럼. 지수 씨는 눈을 비빈다. 책상을 잃은 심대리가 울지 않는데 자신이 엉엉 울어버리면 너무 꼴값일 것 같다고 지수씨는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경력단절여성은 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비판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국가에서는 출산율이 낮다고 아우성인데 회사에서는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을 들어간 직원을 자른다. 무슨 아이러니인가. 인구감소와 저출생의 문제는 결혼하기 힘든 사정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일자리 부족, 주거불안 등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도 어려운 환경인데 내 책상이 없어진다면 누가 아이를 가지려고 할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부담이 아닌 축복이자 행복이어야 하는데 실직으로 이어지는 사회라면 출산율 증가는 꿈도꾸지 말아야한다. 작품은 남성중심 사회의 여성 차별에 대한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최근 젊은 이들이 기피하여 문제시 되고 있는 결혼, 출산. 육아, 취업, 경력단절에서 주택문제까지 살기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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