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3. 18. 토요일.
집나이 일흔여섯이기에 나는 나날이 늙어가며 등허리가 굽어간다.
정년퇴직한 지도 15년째이니 오늘도 할일이 없기에 오후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바람 쐬러 나갔다.
서호 쉼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몸을 푸는 사람들도 많았고, 돌벤치 위에 걸터앉아서 바둑 장기를 두는 영감들도 많았고, 구경꾼들은 더욱 많았다.
주말인 토요일 오후라서 그럴까. 석촌호수 수변 산책로에는 젊은이들도 산책로를 따라서 걷고 있었다.
석촌호수에는 벚나무가 많아서 벚꽃축제지역으로 알려졌으나 올해에는 아직은 제철이 아니다. 4월 초순에 꽃망울을 터트릴 터
여의도 벚꽃축제가 4월 9일부터 시작하니까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왕벚축제도 이때 쯤에 시작된다.
* 석촌호수 벚꽃축제기간 : 2023. 4. 5. ~ 4. 9.
나는 시골태생이라서 식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내 비좁은 잠실 아파트 안에는 크고 작은 화분이 110개를 넘는다.
밤중에 전등불을 켠 뒤에 베란다에 나가서 화분 속을 들여다본다.
혹시라도 징그러운 해충인 민달팽이가 기어나왔는가 싶어서.
오늘밤에도 민달팽이 5마리를 발견해서 꽃삽 안에 넣고는 쇠로 된 티-스푼으로 땅땅 내리쳐서 그들을 극락세계로 보냈다.
공벌레도 눈에 띄인다. 공벌레는 위기를 느끼면 몸뚱이를 공처럼 또르르 만다. 그래서 곤충명칭은 공벌레.
인터넷 사이트 '귀농귀촌....카페'에서 식물재배에 관한 글을 검색하다가 아래 글을 보았다.
글 쓴 이도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도 식물 사랑을 공감하기에 글을 퍼서 여기에 올린다.
조경관리 직원의 마음
바람의 아들
이태 전의 일이다.
수십만 평의 도심 속의 잘 가꾼 공원 안에는 금낭화가 참으로 많이 예쁘게 피웠다.
조경담당과장에게 한 뿌리를 캐서 키우겠다고 말하니 그는
'안 됩니다. 사서 키우세요' 하고 단칼에 거절했다.
자기보다 직책이 높은 상관이 어렵사리 부탁했는데도 정색하면서 일언지하에 고개를 흔들었다.
조경관리 수석 공무원으로서는 수목 한 그루, 화초 한 뿌리라도 소중히 여기며 아껴야 할 터.
하늘나리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었는데도 뿌리는 고사하고 주아(검은 씨알) 한 알도 줍지 않았다.
내가 공직 말년기에 파견되어 1년간 보냈던 그 곳을 떠나는 날까지 빈 손이었다.
조경직원의 단호한 제지로 .... 화훼단지, 농원, 시골 장터에 가면 쉽사리 구할 수 있다라기보다는
조경에 대한 애착이 지나칠 정도로 강렬했으며, 직업의식이 투철했던 그 직원의 본분과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그는 퇴직해서 현직을 떠났지만 다른 곳에서도 나무와 꽃을 아끼는 마음만큼은 여전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산과 들에서 흔히 보는 풀과 나무라도 쉽사리 채종하지 못한다.
잘못하면 서식처를 망치거나 서투른 지식으로 어렵사리 채종한 묘목과 모종을 죽일 수 있다는 우려와
풀과 나무를 육묘하여 생업하는 농사꾼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쉽사리 획득하면 농사꾼은 조경, 화훼 등의 업종에서 자연도태되게 마련.
생산자인 육종업자, 농사꾼이 생업에 열정하게 하려면 그들에게도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적당히 풀면 그들은 생업이 안정되었기에 육종에 더욱 깊이 연구하고, 다양한 식물을 판매할 것이다.
소비자인 우리들이 대량 구매와 전문적인 영농은 업자한테 구입하고 조언을 받아야 한다.
개인 취미와 재미로 少小하게 키우는 경우에는 은근슬쩍 한두 뿌리 뽑아서 채종할 수 있다고 보며,
더욱 좋은 방법은 동호회 등의 씨앗 나눔의 터를 통해서 얻어서 번식하는 길이다.
내가 시골 장터에서 유실수와 꽃을 파는 벌전에서 이따금 지갑을 푸는 이유에 대한 변명이 장황해졌다.
모든 것이 지나침이 적어야 중용(中庸)이 아니었던가?
알맞은 선택이 늘 善이기를 바란다.
글은 이렇게 썼어도 사실은 은근슬쩍 하고 싶은 마음을 죽이지 못하네유.
지난 가을.
남의 꽃밭에서 하늘나리 주아 몇 알 주어다가 흙에 묻었더니만 올 봄에 싹 텄네요.
아무래도 하늘나리 잎 모양새이거든요.
그 싹이 하늘나리가 맞다면 아마도 내년에는 꽃을 볼 수 있을까 하고 크게 기대합니다.
2010. 5. 31. 월요일. 바람의 아들
첫댓글 꽃 가꾸는 것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심을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베란다에 봄이 가득 하시겠어요^^
댓글 고맙습니다.
비좁은 아파트 안에 화분이 그득하니 사람이 걸어다니는 공간조차도 부족하지요.
요즘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지요.
햇볕과 바람이 별로인 공간에서 식물을 가꾸는 것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지요.
그만큼 관심을 갖고,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어야 하니까요.
무슨 가치가 있을까? 지나친 욕심은 아닐까?라는 의문과 회의가 이따끔 들기도 하대요.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신념으로 오늘도 식물가꾸기를 계속해야겠습니다.
석촌호수 물가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많듯이
우리집 옆의 오산천 생태공원 물가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은 어제(토요일)였습니다.
오늘은 더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운동기구를 만지작거리며 운동을 하고
갇거나 조깅하고
자전거 타고
벤취에 앉아 멍도 때리고
물위서 노는 청둥오리 보면서 사색에 잠기기도 할 껍니다.
바람의 아드님!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댓글 고맙습니다.
몸건강 마음건강하셔서 오산천에 있는 생태공원 등을 걸으면서 환경을 보다 깔끔하게 하시는 박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걸을 수 있기에,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기에,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기에 사람이 누리는 행복이 크겠지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겠지요.
저는 나이가 많아지니까
시간시간마다가 다 소중하지요.
식물이 싹 터서 자라고,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고는 언제인가는 사라지듯이
저 또한 그러한 과정이 현재진행 중이군요.
아쉽게도 '바람의 아들'이 되어 먼길 떠나야 하는 시간이 자꾸만 더욱 가까워지기에...
저한테는 하루 하루가 다 소중합니다.
박 선생님도 늘 언제나 삶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나이 들 수록 점점 더 하는 거 같은데 집에서 관리는 못하겠어요 힘들어서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운선 이순자 작가님
짐에서 식물 키운다는 거... 조금만 쬐금만 했으면 합니다. 공연히 시간낭비일 수도 있으니까요.
집안일거리가 많은 여성한테는 식물가꾸기는 많은 시간이 들어갈 겁니다.
저야 뭐... 할일이 없기에...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화분에... 뽑아서 내던진 식물을 보면 아깝고 안타까워서...
주워서 가져온 뒤에 더러는 살리고, 더러는 죽이지요. 이미 죽은 것이라도 '혹시 살릴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지요.
동물, 식물의 생명도 사람만큼이나 소중하다는 마음을 지녔기에.... 화분농사를 짓나 봅니다.
충남 보령 해변가 근방에 있는 시골집에 내려갈 때에는 화분 속의 식물을 차에 실어서 시골집 마당 가생이에 옮겨 심지요.
식물한테는 하늘 별 바람 맑은 공기 비 햇볕 등이 자연스러워야 하니까요.
제가 살아 있는 그날까지 식물과 동물을 아끼며, 사랑해야겠습니다.
사람을 덜 해치는 동식물한테는 자비를 베풀었으면 합니다.
뱀, 징그러운 해충 등은 아니고요.
깡촌출신!
도시사람들이 그러드라구예
윗동네 53년 째 그래두 깡촌이
지는 마구 좋아예
전원로망은 언제나 꿈속에서만 살아 있는 곳
특히 여름이몬 더더욱 그리워지는 곳
노랑 수건 멀에 써고서 양은 주전자와 입맞추고
붉은 향토 보드라운 그 촉감이 좋았든
지금도 울컥한 맴! 내고향으로 날 보내줘~~~~~~~ ㅠ
댓글 고맙습니다.
깡촌이라...
대한민국 남한에 깡촌이 남아 있을까요?
어느 지역인지 궁금하군요.
인텃넷 지도로 검색하고 싶군요.
대단하신 화초사랑 박수를 보냅니다.
"산과 들에서 흔히 보는 풀과 나무라도
쉽사리 채종하지 못한다.
잘못하면 서식처를 망치거나 서투른
지식으로 어렵사리 채종한 묘목과
모종을 죽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뜻 화초를 못키우는 사람이예요.